투표권·이동권 없는 청소년
지역 소멸 정책서도 외면돼

편집자주|소년도 청년도 아닌 회색지대, 청소년. 성인기로 진입하는 길목에 선 그들은 손쉽게 배제되고는 한다. 특히 지방 청소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은 지 오래다. 서울에 관심이 집중된, 이른바 ‘서울공화국’ 한국에서 청소년들은 서울로 향해야 한다는 기대에 가로막혀 목적지를 잃고 표류하기 쉽다. 모든 청소년이 자신만의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도록, 이대학보는 약 두 달간 인구감소지역인 강진, 양양, 영덕에 방문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방소년표류기는 1713호를 시작으로 3주간 연재된다.

인구감소지역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 소멸이 우려되는 시군구다. 우리나라 약 158개의 행정구역 중 89개가 인구감소지역에 해당한다. 인구감소지역은 단순한 인구 감소세뿐 아니라 청년 유출로 인한 지역적 고령화 현상도 동반한다.

서울시가 6월 발표한 ‘2023년 청년 인구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인구는 약 29만 명으로 서울 인구의 약 30%다. 이 중 순유입 청년은 약 2.9만 명으로, 19~29세에서는 유입 인구가 유출 인구보다 약 5만 명 많았다. 같은 기간 광역시를 제외한 강원도,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는 유출이 유입보다 많았다. 독립할 능력을 갖추게 된 청년들은 수도권 등으로 거처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본지가 강진·양양·영덕 세 인구감소지역 청소년 152명에게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을 떠나고 싶은지 물어본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은 현 거주지보다 더 큰 주변 지역 혹은 수도권으로의 이주를 희망했다. 청소년들은 지역 이동을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오락 시설 부족’을 꼽았다. ‘원하는 교육을 받기 어려움’과 ‘문화생활 공간이 부족’이 그 뒤를 이었고, ‘진로 및 직업 정보를 얻기 어려움’도 이주를 희망하는 이유였다.

성인이 된 이후 이주를 희망하는 청소년이 많음에도, 지역 청소년을 위한 고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지경 연구원은 “인구감소지역 청소년 정책은 고려됨이 없거나, 이제 막 고려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 인구에 대한 관심이 기존의 지역개발이나 저출생 관점에서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단 청소년들은 투표권이 없어요. 이들은 표밭이 아니에요.” 양양도시재생지원센터 김희주 사무국장은 투표권이 없는 세대 특성을 청소년 정책 미비의 이유로 꼽았다. 영덕여고 박정민 교사 또한 청소년은 투표권과 이동권이 없어 정책 소외가 쉽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결집하기 어려운 청소년이라는 지위도 정책상 배제를 만들어낸다. 김 사무국장은 투표권이 없더라도 정부나 지자체에 그들의 목소리가 닿는다면 제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청소년은 집단 특성상 조직화가 어렵다고 현실을 짚었다.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저자 주혜진 작가는 ‘어른들에게 청소년은 입시생 아니면 학교 밖 문제아’라는 이분법적 분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청소년 정책은 교육 정책에 편중되는 경우가 잦은데, 청소년 스스로가 세력화를 시도하면 “공부 안 하고 딴 짓 한다”는 꾸지람을 듣는다는 것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기술한 ‘인구감소지역 청소년정책 강화방안 연구’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13곳만이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에 청소년을 고려한 사업을 포함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란 지역 인구 감소 및 지방 소멸 위기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 도입한 재원으로 행정안전부가 매년 약 1조 원을 지원한다. 나라살림연구소의 ‘2022~2025 지방소멸대응기금 전체 사업 내역’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방소멸대응기금은 문화, 관광 분야 사업에 편중됐으며 교육 및 보육 사업 규모는 감소하는 추세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동 문서에서 지역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남겼다. 

 

※ 지방소년표류기팀(김지수, 박소영, 변하영, 이선영, 정보현, 정재윤) 공동 취재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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