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 11월 중순, 우리대학 본관 옆 배롱나무에는 진녹색의 수목용 부직포가 씌워지고 있었다. 수목 관리사는 가지의 아래에서부터 위로 팔을 뻗어가며, 붕대 혹은 옷처럼 보이는 부직포를 칭칭 감았다.모든 나무에 이와 같은 보온재가 필요하던 건 아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에서 탄생해 지금까지 살아온 나무들은 인간의 관리 없이 어떻게 추위를 버텨 온 것인지 궁금해졌다.겨울철 나무들은 스스로 추위를 대비한다. 낙엽과 휴면, 물관부와 뿌리를 포함한 내부 구조의 변화를 통해 추운 겨울에도 고사하지 않도록
"순간을 즐기자, 이플 이플 파이팅!" 경기 전 외치는 구호 그대로 이화플레이걸스는 지금 ‘우리 팀’이 함께 하는 순간에 진심을 다한다.이번 시즌 모든 경기가 끝났다. 12번의 경기 중 10번의 패배. 그러나 ‘이화플레이걸스’는 환호하며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계속되는 패배에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든 순간을 함께 하는 부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관 | 이대학보기획 | 박소영 임서연 장희영제작 | 박소영 임서연 임채리 장희영촬영 | 취재미디어부편집 | 박소영 임채리 박소영 기자 soyeun
7월24일, 나는 네덜란드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독일을 거쳐 동유럽을 여행하고 파리에서 귀국하는 한 달간의 배낭여행 시작이었다. 1학기 내내 오로지 출국만을 바라보며 바쁘디바쁜 일상을 버텨낼 수 있었지만, 막상 그날에 다다른 나의 마음은 그 시간들이 무색할만큼 혼란스러웠다.1학기도, 계절학기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웠다. 학보도, 다른 프로젝트들도 주어진 만큼 잘 해내지 못한 것 같아 속상했다. 그래서 방학 때라도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 불안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해 놓고 한가로이 여행이나 떠나고 있는
소년도 청년도 아닌 회색지대, 청소년. 성인기로 진입하는 길목에 선 그들은 손쉽게 배제되고는 한다. 특히 지방 청소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은 지 오래다. 서울에 관심이 집중된, 이른바 ‘서울공화국’ 한국에서 청소년들은 서울로 향해야 한다는 기대에 가로막혀, 목적지를 잃고 표류하기 쉽다. 모든 청소년이 자신만의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도록, 이대학보는 약 두 달간 인구감소지역인 강진, 양양, 영덕에 방문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강진 출신 기자가 고향을 찾으며 시작되는 여정은 단순한 귀환의 서사가 아니다. 떠났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POV: 당신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특정 인물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그들의 움직임과 살아가는 방식을 기록하는 취재미디어부의 르포 다큐 시리즈입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과 외면받는 문제들을 주제로, 당신의 시선으로 보이지 않던 풍경을 생생하게 전합니다.여성안심귀갓길은 여성 대상 범죄 예방과 안전한 귀가를 위해 조성됐지만, ‘안심귀갓길’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밤길은 여전히 두려움의 공간입니다.현실은 제도의 취지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도시의 구조적 모순의
이번 여름은 유난히 길고 벅찼다. 내내 마음이 급했으며, 설익었는데 자꾸만 무르익은 이들을 흉내 내려 애를 썼다. 땡볕 아래를 바삐 오갔고, 급히 집을 나서다 우산 없이 장대비를 맞는 일상이 계속됐다. 폭풍우에 옥탑방 대문이 덜컹일 때 화장실엔 인체에 유해하다는 분홍 곰팡이가 피었다. 꿉꿉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 뉴스에선 폭우로 터전을 잃은 이들과 폭염에 쓰러진 노동자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여름에 대해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이들처럼 계절을 낭만화하고 싶었지만 여러모로 숨이 턱턱 막혔다.올해 우리나라엔 우박 같은 강한 비가 짧
11일 저녁, 우리대학 밴드제가 열리던 라이브 홀에서의 사진이다. 무대 조명이 꺼진 순간 찍은 사진의 노출을 높이니, 은근하던 붉은 빛만 남아 피사체를 감싸는 사진이 만들어졌다.무대에서는 중앙락밴드동아리 릴리즈(ReleAse)가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1991)이라는 곡을 선보였다. 좋아하는 헤비메탈 노래인데, ‘불이 꺼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내 손을 잡아, 네버랜드로 떠나자’(Exit light/Enter night/Take my hand/We're off to never-never land)라는 가사가 붙은 곡
우리대학 총학생회장으로 시작해 대학 시절부터 진보 정치 외길을 걸어 온 제22대 국회의원 손솔의 의원실에는 광장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탄핵 국면을 함께한 청년들의 응원과 염원이 담긴 플래카드와 롤링 페이퍼가 방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대학보는 8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입성 석 달 차를 맞은 손 의원을 만나봤습니다. 주관 | 이대학보기획 | 유은채 서예나제작 | 박소영 임서연 장희영촬영 | 임서연 장희영편집 | 박소영 임서연 박소영 기자 soyeung039@ewha.ac.kr임서연 기자 seoyeon1461
8월19일 오후5시30분, 2주간의 해외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한국의 풍경은 익숙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미국에 머물러 있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은 여전히 설렘과 도전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2년 전 휴학 후 3개월간의 여행 동안 미국에서 ‘성장과 사랑’을 선물받았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던 모습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사람으로 변했고, 그 과정에서 만난 인연에게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이런 기억 덕분에 이번 출발은 더 큰 기대 속에서 시작됐다. 내가 사랑하는 곳에 다시 방문한다는 설렘과, 이번에는 현지에서 살아가는 이화의
여성학의 연립방정식’은 여성학의 간학문적 특징을 이용해 한국 사회 속 여러 이슈를 여성학적 관점으로 탐구하는 인터뷰 코너입니다. 우리대학 교수님을 비롯한 전문가 두 분을 모셔 대담을 나누고, 이를 글과 영상으로 발행합니다. 1700호를 시작으로 1709호까지 3주 간격으로 총 4회 연재됩니다. 4화를 마지막으로 여성학의 연립방정식 코너는 마무리됩니다. 이대학보는 우리대학 한국여성연구원 김미선 교수와 환경공학과 박지형 교수를 만나 기후위기와 젠더 불평등의 상호 관계에 대한 논의를 나눴습니다. 사회 구조를 거시적 원인으로 두는 기후위기
4월15일 오후3시 벚꽃이 만개한 어느 봄날 유달리 수업이 일찍 끝나 30분이었던 공강 시간이 1시간으로 늘어났다. 푸르른 하늘에 밋밋함을 달래주는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녔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 아주 완벽한 날씨였다. 서둘러 학보실에 들러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지금이 아니면 봄날의 이화를 담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셔틀을 타고 연구협력관으로 향했다. 대개 이화의 예쁜 풍경은 ECC와 이화동산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진짜는 이화의 가장 끝 연구협력관에 있다. 주요 활동 반경이 ECC와 학관, 아무리 멀어도 종합과학관을 벗
바람이 살랑이는 초여름 오후, 커다란 나무에 기대앉은 한 소녀를 보았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생각에 잠겨있는 뒷모습이 초록빛 공원과 너무나도 잘 어우러져, 나는 카메라를 들어 조심스레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나도 나무에 기대앉아 다리에 닿는 촉촉한 풀잎의 감촉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잊고 싶지 않은 장면을 오롯이 담았다. 사진을 찍을 때면 늘 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순간의 감각들을 온전히 느낀다. 그러면 사진을 다시 보는 순간 그 감각들이 놀라울 만큼 생생히 되살아난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코끝을 스치는 풀잎의 향, 볼에
POV: 당신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특정 직업군과 인물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그들의 움직임과 살아가는 방식을 기록하는 취재미디어부의 르포 다큐 시리즈입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과 외면받는 문제들을 주제로, 당신의 시선으로 보이지 않던 풍경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낸 역사적 순간이며, ‘정치의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이제 정치는 더 이상 네거티브 전략이나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 아닌, 시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을 구체화하는 장이 돼야 한다.이 다큐멘
근원을 알 수 없는 생각에 짓눌릴 때 습관처럼 바다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얼굴을 치는 날카로운 바람이 고뇌의 찌꺼기를 말끔히 털어내 주고, 사각사각 모래를 밟다 보면 비로소 잡념의 메아리로부터 해방된다.뜨거운 태양 밑에서 태닝을 즐기거나, 풍덩 빠져들어 헤엄칠 수도 없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또 바다를 찾았다. 친구에게는 겨울 바다가 가장 예쁘다고 핑계를 댔지만, 그것보다 큰 이유가 존재했다. 그저 사람들로 꽉 찬 거리, 평가와 비교의 일상, 그리고 자꾸만 나를 사랑하는 것을 잊는 나로 인해 지쳤었다. 오로지 파도의 자극만을 느끼며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더 오래 머물며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대학보 취재미디어부의 Stay:tion 시리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며 이를 둘러싼 여러 시선을 조명합니다. 이대학보 취재미디어부는 우리대학 내 제노포비아의 실태를 알리고 가시화하기 위해 중국인 유학생,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전공필수과목 중국어 분반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이화 내 외국인 혐오는 조용한 배제의 모습으로 우리 안에 살고 있었습니다. 국적과 인종을 떠나 개인으로 존재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
편집자주 | 여러분의 삶 속 쉼표를 ‘찍어’드립니다. [쉼표를 찍다]는 사연을 통해 전해진 이화인들의 소중한 쉼터를 직접 찾아가, 그곳에 담긴 이야기를 사진으로 포착하는 코너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쉼표를 찍고, 여러분들의 ‘쉼’의 공간에 담긴 의 미를 재발견하는 것은 어떠신가요? 이대학보 사진부에서 이화인들의 ‘쉼표’를 찍고 소개해드립니다. 이번 1703호에 서는 유도현(중문・23)씨의 ‘쉼’을 엿볼 수 있는 서촌을 카메라로 담아봤습니다. 서촌과 사랑에 빠진 유도현(중문·23)씨에게 '쉼'을 묻다 유도현씨의 ‘쉼’이 담긴 공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