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투명가방끈’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맞아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대학 비진학자 가시화 주간’을 운영했다. 학벌 사회의 중심인 대학 내에서도 비진학자를 인식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목적에서다.

난다씨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가면을 쓴 사람에게 ‘대놓고학력학벌차별상’을 수여하며 학벌주의를 조장한 서울특별시의 ‘서울런’ 프로그램을 풍자하고 있다. 제공=투명가방끈
난다씨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가면을 쓴 사람에게 ‘대놓고학력학벌차별상’을 수여하며 학벌주의를 조장한 서울특별시의 ‘서울런’ 프로그램을 풍자하고 있다. 제공=투명가방끈

한 해 동안 학벌주의를 조장한 기관에 시상하는 ‘대놓고학력학벌차별상’의 공공부문은 올해 서울특별시 ‘서울런’에 돌아갔다. 이는 서울시가 교육 플랫폼 서울런을 홍보하고자 서울시청에 내건 현수막에 대한 시상이다. 해당 현수막에는 ‘서울런 대입학격 782명 △서울대 19명 △고려대 12명 △연세대 14명’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투명가방끈 운영 활동가 난다(활동명)씨는 “차별을 멈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공공기관인 서울시가 오히려 차별을 조장했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학교 및 학원가에서 명문대 진학 등을 홍보하기 위해 걸어 놓는 현수막은 “학벌주의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학생들 사이에 위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인데, 서울시가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난다씨는 현수막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음에도 디자인만 변경해 현수막을 재게시한 서울시를 두고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투명가방끈은 대학 비진학자 가시화 주간에 관련 주제로 스탠드업 코미디, 북토크 등 비진학자 권리 보장을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

우리대학 구성원들도 대학 비진학자 가시화 주간에 지지의 목소리를 냈다. 이화생활도서관(생도)은 지난 5월 우리대학 정문에서 투명가방끈과 차별금지법 오픈 마이크를 진행했다. 생도는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학벌주의의 재생산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비진학자와의 격차를 좁히는 첫 단계라고 봤다. 이주희 교수(사회학과)는 대학 비진학자에 대한 가시화를 “획일화된 삶의 유형을 다양화하고 학벌주의 사회에 균열을 내는 의미 있는 실천”으로 평가했다.

대학 내에서의 학벌주의 및 능력주의 인식 개선을 위해 개인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이 교수는 학벌주의와 능력주의가 개인의 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표면적으로는 공정해 보일 수 있지만,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정당화해 전반적인 격차 축소에 대한 사회·정책적 연대를 약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난다씨는 대학 사회는 이미 진학한 대학생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비진학자가 낯설고 서열화가 익숙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사회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 비진학자 차별 철폐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투명가방끈은 2011년 대학 입시 거부 선언을 통해 결성된 학력·학벌 차별 반대 단체다. 이들은 2022년부터 대학 비진학자 가시화 주간을 개최해 비진학자들의 삶을 드러내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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