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환대하는 이한솔 대표
“누군가는 전체를 연결해야 해요”

이한솔씨는 ‘계절의 목소리’ 를 통해 시민사회와 대중을 잇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변하영 사진기자
이한솔씨는 ‘계절의 목소리’ 를 통해 시민사회와 대중을 잇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변하영 사진기자

우리대학 정문 앞에는 조금 특별한 카페가 있다. 계절마다 테마를 바꿔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전시를 열고, 활동가들이 마음 편히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카페에는 다양한 비건 메뉴가 있고, 장애인 화장실과 성 중립 화장실이 있다. 가을과 겨울 사이 계절의 문턱에서, 모두를 환영하는 카페 ‘계절의 목소리’에서 시민사회와 대중을 공간으로 잇는 이한솔 대표를 만났다.

‘계절의 목소리’는 시민사회의 대안적 공간을 지향한다. 시민 활동가들에게 모임 장소를 제공하고, 협력 단체와 함께 계절마다 시의성 있는 의제로 전시를 진행한다.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열여덟, 스물여덟’ 전시와 부족한 청년 주거 공간 문제를 다룬 ‘말해지지 않는 청년들의 공간’ 전시가 그 예다. 이번 여름의 주제는 ‘피서의 불평등’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휴가’, ‘지역 소상공인의 상점을 방문하는 휴가’ 등 카페를 찾은 이들이 대안 휴가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이 대표는 ‘계절의 목소리'를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으로 소개했다. 혐오에서 벗어나 누구나 환대받는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이 카페의 제1원칙이다. 시민사회 활동 모임, 특히 퀴어 관련 행사는 공간 대관을 거절당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계절의 목소리’는 모든 이들에게 활짝 문을 열어 둔다. 이 대표는 “‘계절의 목소리’에는 ‘카공족’ 같은 작은 조롱조차 없다”며 “이곳이 일상적이고 미세한 차별을 포함한 모든 혐오에서 자유롭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계절의 목소리에서 대선을 맞아 새 나라에 대한 희망의 목소리를 담아 ‘다음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전시를 진행했다. 제공=이한솔씨
지난 4월, 계절의 목소리에서 대선을 맞아 새 나라에 대한 희망의 목소리를 담아 ‘다음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전시를 진행했다. 제공=이한솔씨

이 대표는 한국사회주택협회(협회)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그는 높은 집값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민달팽이유니온)’을 설립했다. 이후 주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달팽이집’이라는 이름의 비영리 주거 모델을 전국에 공급했다. 현재 카페가 자리한 건물 역시 이 중 하나였던 ‘연세 스타트업 타운 달팽이집’이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시민사회와 활동가 아지트를 만드는 것이 처음의 목표였다. 이 대표는 “정책 변화와 무관하게 (시민단체가) 지속 가능성과 자립성을 유지하며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그 공간 자체가 수입을 낼 수 있는 사업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카페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공적 자원이 투입되는 공간(달팽이집)에서 시민사회의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뜻을 함께하는 활동가들이 모여 ‘계절의 목소리’를 탄생시켰다.

민달팽이유니온을 만들 때만 하더라도 이 대표는 전업 활동가가 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친형 故이한빛 PD가 드라마 노동착취 현장에 문제를 제기하다 세상을 떠난 후, 유지를 이어받아 방송 환경 개선을 위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시민사회에 발을 들였다. 그는 “민달팽이도 그렇고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도 그렇고 누가 총대 메고 월급 좀 포기하고 (업무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그렇게 박봉의 시민사회로 들어갔다”고 농담을 전했다.

시민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이한솔 대표의 모습. 제공=이한솔씨
시민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이한솔 대표의 모습. 제공=이한솔씨

개업한 지 2년, 그는 ‘계절의 목소리’ 설립 목표를 절반 정도 달성했다고 평한다. 활동가들은 한 달에도 수십 번씩 대관해 모임을 가질 정도로 공간을 이용하지만, 일반 손님들이 단순 카페 방문을 넘어 시민사회와 연결되는지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빨리 안 바뀌니까 일희일비하지 말고, 천천히 가자”는 삶의 태도에 따라 그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기획에는 단계가 있고, 이 정도까지가 지금의 최선”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저는 ‘좋은 가치들이 계속 확산하는 것을 볼 때 인간으로서 나름의 행복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시민사회에 있는 건데, 아무래도 ‘모임’에 참여할 때 그 가능성을 참가 당사자분들이 직접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또 시민사회의 새로운 힘과 가능성이 될 수 있을 거고요.”

사회의 여러 영역을 연결하는 역할은 시민사회 연대에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계절의 목소리’ 대표, 협회 이사장,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 운영위원장까지 여러 직책을 맡고 있는 그에게는 책임 의식이 있다. 이 대표는 “거대한 세계를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시너지를 내야 하고, 시민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연대”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각자 자기 조직의 일에 집중하다 보면 주위를 살피기 어려워지지만, 누군가는 전체를 연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계속해서 시민사회를 두텁게 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탄핵 광장에서 외쳤던 여러 이야기가 지금 잘 반영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사회적 의제가) 정치에서만 논의돼 시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더욱 시민사회 역할이 중요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함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사람들에게 ‘활동가’라는 직업을 더 많이 알리고, 활동가의 경제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활동가의 일, 하루, 수익 등을 담아 현실적인 시민사회 지도 역할을 하는 책 ‘활동가는 처음이라’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또, 이 대표는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집을 꿈꾼다. 달팽이집과 같이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공익적인 집뿐 아니라, 활동가를 위한 집, 반려동물과 유기 동물을 잘 보호할 수 있는 집,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집 등을 설립하겠다는 비전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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