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다리' 박여경 대표 인터뷰
학부 재학하며 창업 활동 병행

10월29일은 UN이 지정한 국제 돌봄의 날로, 돌봄 노동의 가치와 공공 돌봄 강화를 강조한다. 본지는 국제 돌봄의 날을 맞아 돌봄 현장에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돌봄다리’를 창업한 박여경(컴공·23) 대표를 10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회에 필수적인 돌봄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복지 교육 청강부터 수십 개의 인터뷰까지, 창업 과정 전반에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박 대표는 자신을 ‘불도저’라고 소개한다.

돌봄다리’의 박여경 대표가 사무실에서 직접 기획한 플랫폼의 작업 화면을 가리키고 있다. 채의정 사진기자
돌봄다리’의 박여경 대표가 사무실에서 직접 기획한 플랫폼의 작업 화면을 가리키고 있다. 채의정 사진기자

‘돌봄다리’는 노인복지센터의 어르신에게 적합한 요양보호사를 매칭하고 복지센터 간 소통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요양보호사와 재가 복지 현장을 연결하고 센터와 센터를 잇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 돌봄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어린 나이에 돌봄을 소재로 창업을 결심한 데는 전주에서 재가복지센터를 운영 중인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박 대표는 요양보호사 구인 과정에서 어르신과 요양보호사의 성향이 맞지 않아 매칭이 깨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 그는 미리 성향을 고려해 적합한 사람을 연결하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에 AI 기반 매칭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노인복지센터 간 소통 커뮤니티와 돌봄 종사자 전용 AI 챗봇도 어머니의 경험에서 비롯했다. 기존의 복지센터 대상 안내 및 공지는 협회에서 운영하는 단체 대화방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박 대표는 “단체 대화방 내의 다른 대화들 때문에 제대로 공지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껴 대화를 위한 커뮤니티와 안내를 위한 AI 챗봇을 별도로 구축하게 됐다.

박 대표는 “현장의 필요성과 이용자들이 겪는 고통을 깊이 있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돌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인지’를 파악해야 실제로 많이 활용되고, 이용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쉴 틈 없이 발로 뛰었다. 서비스 시작 이전부터 20곳의 돌봄 기관을 인터뷰했고, 지금까지도 약 120곳의 기관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는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사회복지사 교육을 수료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사회복지사 분들이 정기 교육을 받으실 때 몰래 하루종일 교육을 같이 들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를 졸업해야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옆에 계신 분들께 여쭤보면서 실무자들이 돌봄 정보를 얻는 방식도 직접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박여경 대표가 인터뷰 중 ‘돌봄다리’ 카카오톡 챗봇 채널을 보여주며 이용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채의정 사진기자
박여경 대표가 인터뷰 중 ‘돌봄다리’ 카카오톡 챗봇 채널을 보여주며 이용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채의정 사진기자

돌봄 현장 가까이에서 긴 시간을 보낸 끝에 탄생한 돌봄다리의 서비스는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카카오톡 챗봇 채널을 약 100명이 모인 센터장 단체 대화방에 공유한 결과, 현재 86명의 플러스 친구를 보유한 채널로 성장해 매일 질문을 받으며 도움을 제공한다. AI 기반 요양보호사 매칭 서비스 또한 90% 이상의 정확도를 바탕으로 이용자에게 적합한 요양보호사를 추천하고 있다. 단순 방문 횟수 조건에만 맞추는 기존의 정량적 평가에 그치지 않고, 치매 케어 경험이 풍부한 전문 요양보호사를 중증 치매 수급자에게 연결하는 등 정성적 평가를 함께 진행해 정확도를 높였다.

박 대표는 한 기업에서 진행한 해커톤에서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구현했고, 돌봄다리를 구체화하기 위한 튼튼한 가교를 놓고 있다. 그는 돌봄다리의 목표가 “그저 잘 만들어진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구현할 때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고 피드백까지 받을 수 있는 ‘살아 있는 프로젝트’로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박 대표는 창업 해커톤 캠프에도 참여하고, 여름 계절학기를 통해 관련 교과목을 듣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출발부터 지금까지 늘 순탄치만은 않았다. 초창기에는 함께하던 팀원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며 박 대표가 해당 팀원의 역할까지 도맡기도 했고, 긴 개발 기간 동안 대표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느라 불안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인수인계 및 업무 과정을 체계적으로 개편하고 미리 센터에 찾아가 이용자들을 확보해 문제들을 회복했다”며 극복 과정을 이야기했다.

학부 재학과 돌봄다리 사업을 함께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학문으로 배운 전공 지식을 실현하는 것은 박 대표에게 즐거운 일이다. 현재 박 대표는 한국장학재단 서울센터 기숙사에서 지내며 같은 건물의 5층에 있는 사무실로 바로 출근하고, 수업이 있을 경우에만 학교를 가기 위해 사무실을 나선다. 그는 “휴학하고 사무실에서 창업에 몰입하다가 이번 학기에 복학하니 시간이 부족하고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컴퓨터공학이라는 전공은 기술 고도화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 돌봄다리 운영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학교생활 또한 박 대표에게는 중요하다. 그는 전공 수업을 들으며 쌓이는 전공 지식을 바로 개발에 적용해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핵심적 작동 구조를 파악하고 운영한다면 필요한 인공지능 기술과 응용 방식 등을 파악할 수 있어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요양보호사 매칭 및 돌봄 커뮤니티, 사례 관리 자동화 기능을 제공하는 ‘돌봄다리’의 홍보물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User Interface) 시안의 모습. 채의정 사진기자
요양보호사 매칭 및 돌봄 커뮤니티, 사례 관리 자동화 기능을 제공하는 ‘돌봄다리’의 홍보물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User Interface) 시안의 모습. 채의정 사진기자

가장 뿌듯했던 순간으로는 돌봄다리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중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됐을 당시를 떠올렸다. 분야 제한이 없어 실제 창업 현장 출신자들 사이에서 박 대표가 가장 어렸지만, 당당히 호남권 대표 및 최우수 사례로 뽑혔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면서도 “사업계획서를 직접 준비한 예선과 본선의 발표 평가까지 통과해 선정되니 정말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박 대표는 정부와 민간 전반의 돌봄 사업에 대해 “현장에서 원하는 정책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그는 현재 국가적 돌봄 사업의 경우 예산을 늘리고 있으며, 현장 감독·디지털 기술 결합 등 질적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여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정책에 직접적인 변화를 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미 확정된 정책을 바탕으로 빠르게 돕고 움직일 수 있는 기관은 결국 민간 기관”임을 강조했다. 박 대표의 목표는 돌봄다리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효용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전국의 약 9만 개 노인복지 기관이 모두 돌봄다리를 이용하게 됐으면 한다”는 그는 지금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업부터 창업까지 불도저 같은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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