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학생이든 교환학생이든, 독일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수업을 듣는 것 외에도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독일 내 수많은 도시를 틈날 때마다 다녀보는 것. “독일 여행은 당연히 많이 다닐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업이 있는 날에는 수업을 듣고 수업이 없는 날에는 독일을 벗어나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니면, 독일 내 지역을 구석구석 다니기에는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 하지만 여유롭지 않다고 했지, 시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예를 들면, 한 달 동안 주어진 주말은 네 번이다. 즉, 주말마다 매번 다른 도시들을
‘무엇을 위해 교환학생이 돼 미국에 와 있는가?’ 교환학생 생활 동안 간혹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는 질문이다. 개강 후에 한 달 정도는 적응하기에 바빴고,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했고, 수업에도 열의를 가지고 참여하며 마치 신입생이 된 것 같은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종강이 한 달 남은 지금, 나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물려버린 학교 식당 음식, 그리고 다시 평범한 대학교 3학년이 된 것 같은 내 모습을 보고 있다. 새로운 곳에 있지만 학교에 다니며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교환학생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2025년 마르부르크 대학의 겨울학기 시작일은 10월1일이다. 1일부터 8일까지 국제 학생들을 위한 환영 파티, 게임 파티, 도시 투어, 수강 신청 안내 등 다양하게 구성된 겨울학기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된 후, 빠르면 10월 중순 혹은 10월 말에 본격적인 첫 수업이 시작된다. 나의 경우 익숙하지 않은 수강 신청 시스템으로 인해 10월 초에 신청한 과목이 독일어 언어 코스와 영화 수업, 총 2개밖에 없었음에도 개강한 지 4주 차에 들어서는 지금은 언어 코스 포함 총 4개의 수업을 신청한 상태다. 사실 이런 신청이 가능했던 이유는 독일
테네시주의 인종 비율은 약 백인 77%, 흑인 13%, 아시안 5%, 기타 5%로 구성돼 있다. 이스트테네시대학(East Tennessee State University·ETSU)의 학생 인종 비율은 약 백인 79%, 흑인 6.5%, 아시안 2%, 복수 인종 3.7%이다. 실제로 인종을 의식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내 시선 속에 담기는 대다수는 백인이다. 나는 이번 학기에 수업을 듣고 있다. 성별과 젠더뿐만 아니라 인종도 한 사람의 정
독일 시각으로 23일 오후6시30분, 드디어 프랑크푸르트(Frankfurt)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했다고 해서 두 발 뻗고 쉴 수 있는 내 집에 도착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프랑크푸르트 중앙역(Frankfurt Hauptbahnhof), 마르부르크역(Marburg)을 거쳐 집 도착까지 3시간의 시간을 예상했지만,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한 가지 변수를 만나,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 돼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리듬 타고 마르부르크 왔어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었던 것과 달리 내가 마주한 현실
교환학생은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다.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 만만치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게 될 한 학기이기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고 마음먹었었다. 한국에서는 절대 시도해 보지 않았을 것들을 ‘여기 온 김에, 여기까지 왔는데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건드리는 게 일상이 됐다.국제 학생 모임 리더인 친구 Sarah는 매주 CPA에서 열리는 댄스, 사이클 피트니스에 참여한다. 그녀는 내게도 댄스 수업을 들어볼 것을 권했다. 나는 스스로를 몸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나는
독일에서 방문학생으로 지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면 단번에 ‘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숙사 배정에 성공했다면 학생 스스로 자신이 살 집을 찾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2025년 2학기 방문학생을 늦게 준비하기도 했고, 이전보다 마르부르크 대학이 방문학생들에게 기숙사 배정을 적게 해줬기에 6개월 동안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를 스스로 찾아야 했다. 언어도 다르고 살아본 적도 없는 타지에서 나만의 집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나만의 집을 찾기 어려웠던 첫 번째 이유로는, 일단 마르부르크 도시 속 집 매물 자체
“How is the culture in America different from Korea?”, “What do you like about American culture?” 이번 학기 유일한 한국인 교환학생인 나는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개강을 하고 하루하루를 살며 느낀 차이점, 그리고 내가 긍정적으로 느낀 미국 문화의 특징을 꼽자면 인사, 웃음 그리고 소통이다.길에서 눈이 마주친 사람들, 수업을 기다리는 학생들 등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과 함께 웃고, 인사하고, 안부
6월4일, 친구로부터 독일 방문학생 지원을 권유받았다. 친구의 말이 반갑기도 했지만, 동시에 슬프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는 무려 9학기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초과학기생이었기 때문이다. “방문학생과 교환학생은 같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지만, 방문학생과 교환학생은 다르다. 방문학생이란 우리대학에서 정규학기를 다니고 있는 학생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개별 유학 프로그램이다. 외국 대학에서 방문학생으로 등록해 한 학기 또는 1년 동안 정규 교과목을 이수하면 학점 이전을 받을 수 있다. 우리대학과 협정을 맺은 해외 대학과 학점
2025년 2학기, 작년 이맘때 신청했던 교환학생 생활이 시작됐다. 파견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에는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미래가 현재가 되었다. 2024년 2학기, 내가 2학년 2학기였을 때에는 그저 교환학생을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해외 경험’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3학년 2학기를 시작하는 지금, 교환학생으로 살아보고자 하는 이유는 교환학생을 신청했을 때의 이유보다 무거워졌다.학교 수업, 어학, 동아리, 아르바이트, EUBS… 많은 것들과 함께 대학 생활 2년을 내리 달렸다. 2학년을 마치며 그간 하던 활동들이
교환학생, 어학연수, 해외 인턴까지. 대학생들의 해외 경험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우리 대학은 특히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다. 영어 실력 향상, 해외 대학에서의 공부뿐만 아니라 취업 전 마지막 휴식이자 고민의 시간, 여행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목적과 수단이 다양한 만큼, 얻을 수 있는 것도 다양하다. 해외 파견 기간 중 가장 중요했던 마음가짐은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지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었다. 나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가장 우선순위는 ‘현지 학생들의 학교생활 방식에 최대한 가까워지는
“그 사람, 일본에 잘해줬잖아.”(あの人、日本に優しかったよね。)지난해 12월3일 한밤중 내란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11일간, 광장이 아니라 일본에 있다는 불편한 마음을 안고 최대한 주변에 한국 소식을 알리려 했다. 설명을 처음부터 차분하게 들어주던 친구도 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일본에 우호적인 사람’으로 평가하던 경우가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 앞으로의 한일관계가 악화될까 걱정하기도 했다.의아했다. 나는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뒤흔들려 한 사건을 얘기했는데, 열에 일곱은 ‘한일관계’
사람도 사물도 필연적으로 각자 나름의 취약한 부분을 가진다. 타국에서의 대학 생활을 경험하는 과정은 나의 취약한 면면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의 연속이다. 새로운 환경들, 상황들, 사람들을 마주하는 과정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깨달을 기회이기도 하지만, 내가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언제 가장 큰 용기가 필요한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안전지대와 보호 체계를 벗어나는 일은 해방감과 동시에 두려움을 가져다주었다. 걱정과 달리 순탄히 풀리는 일들도 있는가 하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마주하는
“소멸 가능성 지역이라고 불렸을 때, 마을의 소멸을 막고 활기를 유지하고 싶다는 주민들이 있는 게 중요합니다. 그 사람들이 없었으면 저도 선거에 나오지 않았죠.” 올해 2월 우지타와라초(宇治田原町)의 초선 정장(町長, 읍장급)이 된 카츠타니 소이치(48)씨는 지역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얼마나,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가 유일한 걱정이다. “이만하면 됐지”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불안하다. 그중에서 자기가 가장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정치’라는 개념은 폭넓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정치의 영역인지 분명하게 가르기 어렵다. 그
오늘날 캐나다의 영토는 캐나다인들의 과학 기술뿐 아니라, 수천 년 동안 토지를 가꾼 원주민 공동체들의 역사에 기반하고 있다. 과거 캐나다는 식민 정착과 원주민 배제를 통해 현재의 영토를 얻었다. 그중에는 미양도 토지(unceded ancestral land)도 상당 부분 포함된다. 미양도 토지는 원주민들이 캐나다에 법적으로 양도한 적이 없는 땅으로, 본래 원주민들이 점유하고 사용하다가 빼앗긴 땅이다.원주민 토지 소유권을 둘러싼 소송은 캐나다 전역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계 여러 나라가 과거 식민주의나 국가 건설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와비사비(侘寂·わびさび). 우지타와라초에 갔을 적, 츠카타니 카즈요씨가 자기 공책을 보여주며 알려준 말이다. 시시콜콜 수다를 떨다 내가 “저는 막 반짝이는 새것보다는 쓰던 게 좋아요, 옷이든 물건이든”이라고 하자, 떠오르는 일본 정서가 있다며 메모장을 꺼내 들었다. 와비사비는 와비루(侘る·わびる)와 사비루(寂る·さびる)에서 온 말로 검소한 것 속의 정신적인 풍요와 아름다움(侘), 오래된 것에만 느낄 수 있는 정취(寂)를 의미한다.와비사비는 일본의 미의식에도 영향을 줘 일본식 정원이나 다도 문화, 깨진 도자기를 복원하는 기술인 ‘긴츠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캐나다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뒤, 양국 간의 관세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에 대해 각기 다른 배경의 캐나다 정체성을 가진 세 학생 Chloe Robichaud(캐나다 국적·22), Christian Corscadden(캐나다계 혼혈·21), Ryane Cowley(미국계 캐나다인·22)의 생각을 들어봤다. 현재 정치 상황은 대학생들의 관심사와 일상에 어떤 영향이 있나?Chloe: 미국의 지속적 재정적 위협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 침체기에는 환경 보호 및 지속 가능성에 관한 관심이 줄어든다. 환
가슴께까지 오는 머리카락에 눈두덩이 다 덮는 아이라인을 짙게 그린 남자 보컬이 걸어들어온다. 채도 높은 노란 재킷과 검은색 가죽바지를 입고서, 붉은 헌팅캡은 애초에 등장용이었던지 첫 곡 만에 무대 중 떨어진다. 관객석에 눈을 치켜뜨고 한 명씩 삿대질하는가 하면, 가끔은 울부짖는 목소리에 무대를 쉴 새 없이 쏘다닌다. 주저앉아 스피커를 껴안다가도, 나풀대는 몸으로 활보하다가 픽 쓰러져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멤버들은 보컬을 바라보며 은은하게 웃음만 남기며 연주한다. 열댓 명 될까 말까 한 관객 중 한 명만이라도 즐거우면 됐다고 말한
내가 살고 있는 마을 Sackville은 인구 6,099명(2021년 기준)의 작은 도시다. 신촌동(2022년 기준 20,009명 거주)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것이다. Mount Allison University는 이 도시에서 가장 큰 기관이자 유일무이한 대학이지만 학생 수는 약 2,300명으로 우리 대학의 약 1/7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민자의 나라 캐나다답게 정말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있다. 재학생의 16%가 국제 학생으로, 전 세계 70여 개국으로부터 왔다. 지난달에는 캐나다의 법정 공휴일인 가족의 날뿐만 아
녹차는 친숙한 차다. 하지만 300년 전까지만해도 우리가 아는 녹차는 보급되지 않았다. 현대식 녹차가 만들어진 것은 우지타와라초 (宇治田原町)의 나가타니 소엔 덕이다. 기존에 성행했던 갈색 차에서, 엷은 녹색을 띠는 차 제조법을 15년간 개발해 퍼뜨렸다. 우지타와라초에서 에도(현 도쿄)까지, 자기가 만 든 맛 좋은 차를 마시게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걸어갔다.그런 녹차의 발상지가 2024년 소멸 가능성 지역에 들었다. 일본 인구전략회의는 20~39 세 여성 인구가 줄어들어 30년간 총인구가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지자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