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우리대학은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4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이대학보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1708호에서는 경제학과 석병훈 교수를 만나 소득세 개편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석병훈 교수는 “소득세 개편안은 하위 10%를 제외한 대부분이 혜택을 본 구조였다”고 말했다. 채의정 사진기자
석병훈 교수는 “소득세 개편안은 하위 10%를 제외한 대부분이 혜택을 본 구조였다”고 말했다. 채의정 사진기자

세금은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물건을 구입할 때부터 아르바이트 월급을 받을 때까지,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세금을 납부한다. 국가는 세금을 누구에게 부과하고 분배할지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는데, 이때 사회 정의를 고려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 우리대학 석병훈 교수(경제학과)는 2022년 7월 윤석열 전 정부가 발표한 근로소득세(소득세) 개편안을 분석하기 위해 새로운 경제모형을 개발했다. 그는 ‘동태확률 일반균형 모형’을 사용해 소득세 변화가 거시경제에 일으킬 파급 효과를 분석했다. 이대학보는 14일 석 교수를 만나 해당 모형에 대한 설명과 윤 정부 개편안이 소득 불평등도를 포함해 한국 거시 경제 전반에 끼친 영향을 알아봤다.

 

소득세 변화를 분석한 이유

석 교수는 소득세가 국가의 중요한 재원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득세는 법인세, 부가가치세와 함께 국가 재정을 뒷받침하는 3대 국세이다. 2023년 기준 3대 국세를 모두 합한 결과는 전체 세금의 약 78%를 차지했고, 그 중 소득세는 33.7%로 세금 비중 1위였다. 소득세 변화가 국가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석 교수는 윤 정부로 들어오며 조세 정책이 감세 기조로 바뀌었고, 소득세도 이에 따라 개편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의 소득세 제도는 ‘누진소득세제’로, 세금 납부 대상자의 소득이 증가할수록 소득세율(소득 대비 세금의 비율)도 높아진다. 고소득자에게 저소득자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해 소득 불평등도를 낮추기 위함이다. 윤 정부는 2022년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 감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며 소득세의 과세표준(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금액) 하위 2개 구간을 변경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1200만 원 미만까지 소득세율 6%를 적용받았지만, 개정 후에는 1400만 원 미만까지 동일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석 교수는 “15년 만에 변경된 과세 구간이 소득 불평등도와 소비 불평등도, 나아가서 GDP(국내총생산)까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석병훈 교수가 소득세 개편안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채의정 사진기자
석병훈 교수가 소득세 개편안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채의정 사진기자

 

데이터 축적 기다리지 않고 예측할 수 있는 거시경제 모형 개발

조세 정책의 효용을 분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정책 개편 후 수년이 지나야 분석을 위한 데이터가 축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 교수는 새로운 거시 경제 모형을 개발해 연구에 적용했다. 석 교수의 모형을 사용하면 데이터 축적을 기다리지 않고도 소득세 변화가 일으키는 경제적 작용을 예측할 수 있다.

석 교수는 연구에서 2022년 당시 한국의 세금-복지 제도를 모형화한 ‘순조세 함수’를 동태확률 일반균형 모형에 접목했다. 순조세 함수는 ◆재정패널조사(NaSTaB)의 가계 미시 데이터를 이용해, 가계가 납부한 세금에서 정부 지원금을 뺀 실질적인 세금 부담을 구해 추정한다. 석 교수는 “세금에서 현금성 복지를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했기에, 한국의 세금-복지 제도를 잘 반영한 모형”이라고 말했다.

연구의 핵심은 소비자,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의사결정을 바라보는 관점 차이에서 기인한다. 현재 한국 정부는 조세 정책이 변화해도 경제 주체가 의사결정을 바꾸지 않아,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도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뒤 경제 변화를 전망하는 ‘정태 추계’를 사용한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조세 정책 개편이 유발하는 경제 주체의 의사결정 변화와 이로 인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까지 고려했다. 석 교수는 소득세 제도가 변화하면 자연스레 개인과 기업의 의사결정도 변하므로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일반균형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일반균형 효과란 의사결정 변화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바뀌고, 이 가격 변화가 다시 경제 주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정밀하게 조세 정책 변화의 효과를 전망하는 것을 ‘동태 추계’라 한다.

한 발짝 나아가, 정부의 정태 추계 데이터를 모형에 활용해 동태 추계 효과를 추출하는 새로운 기법도 개발했다. 모형의 가격을 고정해 두고 정부 데이터를 삽입한 뒤 일반균형 효과를 복원하는 방식이다. 석 교수는 “일반균형 효과가 없다고 가정하고 내놓은 정태 추계 추정치를 (해당 모형에서) 이용하면 조세 정책 효과의 방향성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 불평등 심화, 선별 복지 필요해

윤 정부 소득세 개편안은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고소득자들에게 더 많은 감세 혜택이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광범위한 중산층의 정의와 높은 면세자 비율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산층을 국민소득 중위값의 75%에서 200% 사이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로 정의하고 있다. 석 교수는 “소득 분포상 대략 상위 10%(4인가구 기준)를 제외하면 모두 중산층과 저소득층인데, 이들이 감세 혜택을 입으며 상당수 고소득자가 혜택을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임금 근로자 중 면세자 비율이 2020년 기준 약 37%로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다”며 “(이들은) 세금을 결과적으로 내지 않으므로 소득세가 깎여도 크게 혜택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이때 말하는 면세자란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로 최종 소득세액이 0원으로 결정된 이들이다.

석 교수 연구 결과, 소득세 개편안으로 GDP는 2022년 대비 0.45% 증가하고, 조세 수입은 정부 예측치보다 적은 폭으로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했다. GDP 증가로 가구의 소득이 증가했고, 고소득자가 세금을 덜 내면서 소비를 늘려 과세 기반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업 투자도 증가해 축적된 자본이 늘어나면서 실질 임금이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국내총생산이 증가했다. 내수가 진작되는 경제적 효과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 고소득자가 주로 개편안의 혜택을 보면서 소득 불평등도는 심화했다. 소득 상위 60%의 가처분소득(가계 수입 중 세금 등을 제외하고 소비할 수 있는 소득)은 증가하고 하위 40%의 가처분소득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때 석 교수는 소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질 임금이 늘어난 효과로 하위 10%를 제외한 모두에게서 소비는 상승했다. 임금 상승분을 반영해도 하위 10%는 소비 여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석 교수는 이를 “하위 10%를 제외한 모두가 행복해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당초 개편안의 취지와 다르게 저소득층은 감세로 인한 혜택을 보지 못했다.

이번 분석으로 예측되는 소득 하위 10%, 즉 저소득층의 불평등도를 낮추기 위해 석 교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복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 제도의 예시로 ‘소비 바우처’를 들었다. 현금 대신 정해진 품목 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바우처를 통해 바람직한 소비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교육비 지원이나 직업 교육 제공으로 저소득층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도 합리적인 복지 제도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재정패널조사(NaSTaB):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수행하는 재정패널조사의 약칭으로 가계의 소득, 지출, 조세 등 재정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해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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