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에게 잠이 필요한 이유 글루타메이트에 그 답이 있다

편집자주|우리대학은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4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이대학보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1701호에서는 류인균 석좌교수(약학대학)를 만나 수면 주기에 따라 뇌 글루타메이트 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또 이런 글루타메이트의 변화가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뇌융합과학연구원은 어떤 곳일까?

생물은 잠을 왜 자는 걸까? 낮 시간에도 우리는 왜 졸음이 쏟아질까? 이러한 질문에 류인균 석좌교수 연구팀이 대뇌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농도 변화를 통해 답을 내놨다. 류 교수 연구팀은 인간을 대상으로 24시간 연속 뇌 자기공명영상자료를 획득하여 글루타메이트의 농도 변화와 뇌 기능의 상관관계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잠의 기능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대학보는 5일 우리대학 산학협력관 뇌융합과학연구원(뇌연구원)의 류 교수 연구팀을 찾았다.

류인균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잠을 왜 자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strong>변하영 사진기자
류인균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잠을 왜 자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변하영 사진기자

우리대학 뇌연구원은 뇌영상을 분석해 뇌과학 전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 전용 자기공명영상(MRI) 기기가 마련돼 정교한 실험을 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뇌영상자료를 임상자료들과 복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모델링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뇌연구원에는 빅데이터 프로세싱에 적합한 CPU/GPU 서버 시스템 또한 구축돼 있다. 세계에서 권위 있는 생물정신의학회지 <Biological Psychiatry(IF 10.6)>온라인판에 게재된 류 교수 연구팀의 “Variations in Brain Glutamate and Glutamine Levels Throughout the Sleep-Wake Cycle” 연구(글루타메이트 연구)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연구소에서 일주일 생활하기

수면에 대한 기존 이론은 수면-각성 주기에 맞춰 밤에 푹 자면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낮에 우리는 왜 졸릴까? 왜 종종 밤에 자는 몇 시간의 수면보다 잠깐의 낮잠이 더 빨리 피로를 풀어줄까?

해당 연구는 실험 참가자 14명의 정밀 뇌자기공명분광영상(MRS)을 24시간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체 상태의 차이로 인한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건강한 20대 청년을 실험 대상으로 모집했다. 인간의 뇌는 동물과 달라 인간을 대상으로 한 뇌과학 연구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된다. 때문에 MRI, MRS 등 뇌영상 방법론은 사람 대상 뇌 연구에 필수적이다. 류 교수는 “수면은 기초적 뇌 기능이기에 인간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이라는 생각으로 연구에 임했다.

뇌 건강 정밀검사 예시 사진이 담긴 팜플렛. <strong>변하영 사진기자
뇌 건강 정밀검사 예시 사진이 담긴 팜플렛. 변하영 사진기자

실험 참가자들은 뇌연구원에서 5박 6일 동안 연구원 측에서 미리 짜놓은 스케줄대로 지냈다. 평소대로 아침에 일어나 뇌연구원에서 일과를 보내고 잠을 자는 동안에는 MRI 기기에 들어가 1시간마다 MRS를 촬영했다. 통상 MRS는 10분 단위로 나눠 찍기 때문에 1시간에 6번의 촬영이 이뤄졌다. 첫 2일은 정상적인 수면 상태에서 MRS 촬영을 진행했다. 3일 차에는 수면 박탈(연구 목적으로 각성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 실험이 수행됐다. 이후 3일 동안은 수면 박탈 후 정상 수면을 통한 회복 과정에서 글루타메이트 대사의 변화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이렇게 14명의 데이터를 모아 24시간을 구성했다. 기존 연구는 잠을 자기 전과 후로 2번 정도 특정 시점에 일회성으로 검사해 정보값에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류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24시간 연속 측정한 최초의 인간 대상 연구로서 글루타메이트의 대사 균형이 깨질 경우 인지 기능 저하 및 뇌신경 활성의 효율성 감소가 발생할 수 있고, 따라서 적절한 수면이 신경대사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임을 정밀하게 규명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하룻밤 새면 3일이 힘들다

연구를 진행할 때 사용하는 장치. <strong>변하영 사진기자
연구를 진행할 때 사용하는 장치. 변하영 사진기자

류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에 따르면, 생물에게 잠이 필요한 이유는 뇌 신경 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항상성과 관련이 있다. 글루타메이트의 농도는 뇌의 인지기능에 관여하는데, 신체의 다른 기능이 그러하듯 글루타메이트 농도 또한 일정하고 효율적인 환경에서 대사 항상성을 유지하는 편이 좋다. 농도가 너무 높거나 낮을 경우, 인지 기능과 기억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글루타메이트의 작용을 줄여주는 약을 복용하여 그 신호전달 기능이 저하될 경우 조현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글루타메이트의 대사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뇌 기능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글루타메이트를 적정 농도로 유지하는 방법은 충분한 수면이다. 예컨대 만약 낮에 잠이 온다면 높아진 농도를 낮추고자 하는 뇌의 활동 때문일 수 있다. 류 교수는 이럴 경우 잠깐이라도 자는 편이 일의 효율성 제고에 오히려 좋다고 말한다. 또한, 류 교수는 하룻밤을 새고 다음날 몰아서 자더라도 금방 정상 상태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밤을 꼬박 지새우는 바람에 글루타메이트의 항상성이 흐트러졌을 경우, 다시 회복되기까지 최소 3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험기간에 불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잠을 자는 편이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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