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우리대학은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4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이대학보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1696호에서는 최장환 교수(인공지능학과)를 만나 인공지능을 접목한 CT(컴퓨터단층 촬영) 영상 품질 기술을 개발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장환 교수는 “모든 의료 영상 데이터에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평가 지표를 위해 전 세계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trong>남현지 사진기자
최장환 교수는 “모든 의료 영상 데이터에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평가 지표를 위해 전 세계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현지 사진기자

 

AI 기반 CT 영상 품질 평가 모델로 방사선량은 절감하고

효율성은 높인다

CT는 환자 진단을 위해 중요한 영상 기술이다. 그러나 CT 촬영 시 방출되는 방사선은 건강에 악영향을 주기에 방사선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CT는 ◆피폭선량이 가장 많은 영상의학검사이기 때문에 안전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표준화되지 않은 CT 이미지의 품질 평가 지표는 진단에 필요한 이미지 품질 확보를 어렵게 한다.

그렇기에 최장환 교수(인공지능학과) 연구팀은 방사선 전문의의 평가 없이도 CT 이미지의 품질을 자동으로 평가하는 AI 모델을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 CT 이미지는 여러 각도에서 찍은 방사선 이미지를 캡처한 뒤 컴퓨터에 의해 3D 영상으로 재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미지 손실은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여겨졌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 적은 방사선을 방출하면 빛 입자 또한 적게 들어가 이미지가 손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존 인공지능 모델이 품질을 평가할 때는 기준 이미지를 활용해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지도학습이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정답값에 가까운 완벽한 의료 데이터를 만들고 질환에 따른 기준값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외부 요인이 존재하고,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비지도학습은 지도학습과는 달리 데이터에 대한 정답값 없이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이다. 최 교수 연구팀이 도입한 비지도학습 기반 인공지능은 정답값 없이 전문의 수준으로 CT 이미지 품질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자동화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일관된 품질 평가를 가능케 한다.

또한, 정확한 품질 분석을 통한 좋은 화질의 영상은 환자의 건강을 지키고 의료 산업의 발전에 기여한다. 최 교수는 의료 영상의 품질은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며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의사 선생님들이 바빠 환자에게 직접 피드백을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정확한 화질 평가 지표를 도입하면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받아, (피드백을 바탕으로) 영상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료 기술에서 시작된 연구

최 교수는 미국에서 영상처리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보내며 의료 데이터 처리를 중점적으로 연구해 왔다. 그가 박사학위 취득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시기, 전 세계는 인공지능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그 또한 인공지능에 관심을 두고 본격적으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최 교수는 의료 데이터 처리 연구와 인공지능 및 컴퓨터 비전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대학에서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 새롭게 도전했다.

그는 의료 인공지능 연구를 “병을 겪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바로 적용될 수 있는 기술”로 본다. 최 교수는 “훌륭한 연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연구 결과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보람이 있어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료 방사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환자들은 대부분 만성 질환자나 암 환자다. 최 교수 연구팀은 정답값 없이 인공지능을 접목한 비지도학습의 CT 영상 품질 평가 모델을 활용해 환자들의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했다. 환자의 건강을 고려함과 동시에 진단에 필수적인 영상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AI 기반 CT 영상 품질 평가 모델을 설계하는 결과로 이끈 것이다. 이 연구는 방사선학·의료영상 분야 상위 1% 학술지 <메디컬 이미지 애널리시스(Medical Image Analysis·의료영상분석)>에 10월8일 게재됐다.

AI 기반 CT 영상 품질 평가 모델 개발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화질 평가 데이터를 전 세계적으로 도입하고자 했던 최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인종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종별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며, 데이터 수집을 위한 협력 기관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관련 기관을 물색하고 접촉한 결과, 연구 필요성에 공감하는 미국 주요 병원, 미국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과 협력해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최 교수 연구팀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보유한 데이터만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고자 했던 최 교수는 ‘데이터 증폭’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 최 교수는 “(데이터 증폭)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 속에서 때론 막막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마침내 기술을 개발해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연구팀의 노력 끝에 개발된 AI 기반 CT 영상 품질 평가 모델은 이제 병원에서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평가 지표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하고 수정하거나 개선할 수 있도록 공유된 오픈 소스 형식으로, 코드가 모두 공개돼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다.

 

최장환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자로서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현지 사진기자
최장환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자로서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현지 사진기자

 

상용화 앞둔 인공지능 기반 CT 평가 모델의 미래는

영상 품질 평가 기준은 현재 통일돼 있지 않다. 어떤 신체 이미지 종류인지, 의료 영상 진단에 사용되는 기술이 CT, MRI, X선 중 어떤 것인지에 따라 적합한 영상 품질 평가 기준이 모두 다르다. 최 교수는 이로 인해 평가 지표를 CT를 활용하는 전체 의료 분야로 도입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의료 영상 기술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CT, MRI, X선 등 다양한 의료영상 데이터의 품질을 공통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영상 데이터에 적용가능한 보편적 평가 지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지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의료 영상 데이터에 적용이 가능한 평가 지표가 필요하며, 전 세계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국제적으로 알리고자 의료 영상 컴퓨팅 분야의 최상위 국제학술대회인 ‘MICCAI 2023(Medical Image Computing & Computer Assisted Intervention)’에서 챌린지를 개최해 전 세계 연구자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평가하고 협력하는 장을 마련했다. 최 교수는 “글로벌 참여를 통해 신뢰성 있는 평가 지표를 마련하고, 다양한 의료 영상 기술에서 활용 가능한 AI 기반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는 정확도 높은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의료 영상 품질 평가 지표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의료 기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피폭선량: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 신체의 특정 조직이 받은 방사선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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