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햇살 아래, 자유로 물든 대동제 3일
2025 대동제 ‘Liberté’(리베르테)는 일상 속 잠깐의 자유를 즐기는 현장이자, 이화인들의 해방의 시간이었다. 14일 오전, 잔디광장에서는 신지원 축제준비위원회(축준위) 위원장과 반지민 총학생회장의 개회사로 본격적인 대동제의 막이 올랐다. 반 총학생회장은 이화의 축제는 단순히 즐거움을 넘어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꿈꾸는지를 보여준다며, “자유를 뜻하는 리베르테라는 이름으로 함께 만든 축제는 이화가 지향해 온 가치와 닮아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고, 이렇게 비벼야지~”
이어 진행된 초대형 비빔밥 행사에 비비미로 참여한 영산줄다리기보존회 이칠봉 회장이 학생들에게 시범을 보였다. 이 회장 외에도 반 총학생회장, 신 축준위 위원장과 축준위 위원들은 함께 대형 비빔밥을 비벼 학생들에게 배부했다. 정서윤(초교·24)씨는 “나물이 생각보다 많아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후1시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42년 전통의 영산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4개 단과대학 풍물패가 연합한 이화여대풍물패 연합(이풍)이 풍물 소리로 흥을 돋우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줄다리기 행렬에 동참했다. 참가자들은 “이여차! 이여차!” 구호를 함께 외치며 줄을 당겼다. 반 총학생회장의 ‘총학팀’과 신 축준위 위원장의 ‘축제팀’로 나뉜 치열한 줄다리기 대결은 ‘축제팀’의 승리로 끝났다. 줄다리기에 참여한 정재린(간호·24)씨는 “성별, 인종, 나이를 불문하고 하나 되는 시간이 즐거웠다”며, “우리대학이 줄다리기의 명맥을 이어가며 사물놀이와 화합하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트랙에서 열린 첫날 마지막 행사인 이풍의 공연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연은 출연자들이 신명 나는 풍물놀이를 하며 짝을 찾는 이야기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범대학 풍물패 단원 정아연(특교·24)씨는 보다 친근하게 풍물놀이를 전달하고자 최근 유행했던 연애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구성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앞줄에서 이날 공연을 지켜본 탁연우(국문·25)씨는 “친구 덕분에 풍물패 공연을 보게 됐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하나가 돼 무대를 꾸미는 모습이 멋있었다”고 말했다.
둘째 날인 15일에도 부스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오후4시, 잔디광장에서 열린 대형 부루마블 게임에는 돌쇠와 집사 컨셉으로 작년 대동제부터 인기를 끈 ‘이화의 집사들’(집사)이 사회를 맡았다. 학생 5명이 한 팀을 이뤄, 5팀이 게임에 참여했다. 팀에서 대형 주사위를 던지면, 집사들은 말을 이동했고 해당 부루마블 칸의 미션을 읽으며 게임을 진행했다.
해가 질 무렵에는 야외 영화제 ‘Dreamin’ nights’를 감상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잔디광장을 가득 채웠고, 음악 영화 ‘싱스트리트’(2016)가 상영됐다. 영화 재생 중 연결 문제로 잠시 버퍼링이 걸리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학생들은 웃으며 상황을 즐겁게 넘겼고 영화는 곧바로 다시 상영됐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16일은 종일 비가 내렸던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축제를 즐겼다. 오후4시경에는 학생문화관 소극장에서 김영준(컴퓨터공학과) 교수,여운승(융합콘텐츠학과) 교수, 연세대 이시윤(첨단컴퓨팅학부) 교수가 함께한 ‘이화 락스(Ewha Rocks!)’의 밴드 공연이 학생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이화 락스는 ‘Interstate Love Song’(1994), ‘It’s Probably Me’(1993), ‘Learn to Fly’(1999)를 연주했다.
축제를 장식하는 ‘더 미드나잇’ 공연은 잔디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인해 대강당으로 장소를 옮겼다. 우리대학 중앙응원동아리 파이루스의 공연이 포문을 열었고, 응원가 ‘빛나라 이화’에 맞춰 외친 “해방이화”의 구호가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이어진 아티스트 무대에서는 초대 가수인 △재쓰비 △너드커넥션 △미란이 △다비치의 공연이 펼쳐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