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분리 지급 모의적용
6개월간 4개 지방자치단체서 실시
보건복지부에서 이번 달부터 부모와 따로 사는 20대 빈곤 청년에게 생계급여를 분리 지급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모의적용을 시행한다. 부모가 자녀 몫의 생계급여를 송금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모의적용은 자립한 자녀를 ‘개별가구’로 보고 1인 가구 생계급여를 보장한다.
2000년에 도입된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는 취약계층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마지막 사회안전망’이다. 생계급여는 가구별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32% 이하일 때 지급된다.
현행 제도는 원칙적으로 자립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19세 이상 30세 미만 자녀를 가구원으로 간주한다. 3인 가구라면 부모 중 1인(가구주)에게 3인 생계급여 160만8113원을 일괄 지급하는 식이다. 이와 달리 모의적용이 시작되면 자립한 청년과 부모를 별개의 가구로 본다. 자녀에게 1인 생계급여 76만5444원을, 부모에게는 2인 생계급여 125만8451원을 각각 지급할 예정이다. 이로써 자립한 청년은 사회안전망을 직접 보장받을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3인 가구가 기존에 수급하는 급여보다 약 42만 원 늘어난 셈이다.
이번 모의적용의 쟁점은 청년을 독립된 가구로 인정할지, 부모와 같은 가구원으로 볼지의 여부에 있다. 자립한 청년이 가구원이 아닌 1인 가구로 인정돼야 부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주거 및 경제적 독립 여부다. 연구 책임을 맡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김기태 연구위원은 “원칙적으로 부모와 자녀가 주민등록상 시·군을 달리할 때 모의 적용 대상이 되지만, 주거지 사이 대중교통 편도 소요 시간이 1시간 30분을 초과하는 경우 예외로 인정한다”라고 밝혔다. 위장전입 등 모의적용 악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20대 청년이 이전한 지자체의 협조하에 사실 조사도 할 계획이다.
자립청년이 불가피하게 거주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또 다른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대인이 세금을 줄일 목적으로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우려에 김 연구위원은 “(전입신고를 하지 못했더라도) 전·월세 계약서, 심지어는 고시원 입실증이라도 있으면 근거 서류로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이 처한 각기 다른 상황을 고려해 융통성 있는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적 독립 여부는 통장 사본 등으로 증빙할 예정이다. 2025년 기준, 부모가 청년에게 월 35만8000원을 초과하는 금전적 지원을 제공할 때 자녀를 부양한다고 본다. 그 이하로 지급하거나, 지원이 없다면 자녀가 부모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했다고 판단한다. 김 연구위원은 “(과거에) 자녀가 가구원임을 입증하기 위한 알리바이로 한 달에 5천 원씩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독립한 자녀를 가구원으로 눈속임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금전적 지원의 하한선을 도입한 것이다.
생계급여를 비롯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기존 제도 안에서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 집단이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는 미혼 자녀가 ‘30세’가 됐을 때 별도 가구로 보기 시작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해당 기준이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주의 문화로 만들어졌기에, 변화한 부양 의식과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20대 청년을 별도의 보장 단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1년 인권위는 20대 청년을 개별가구로 보장하기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20대 자녀가 미성년일 때와 똑같이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생계를 같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빈곤 상황에 처한 20대 청년이 국가의 사회보장체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