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마데우스(Amadeus)"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Mozart)와 동시대 작곡가 살리에리(Salieri)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 시기, 불완전함 등을 다루면서 예술과 재능, 나아가 인간성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걸작입니다.
아쉽게도, 거의 40년 전 중학교 3학년생이던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극장에서 처음 이 영화를 보았던 저에게는 가끔 들어본 유명한 클래식 음악 몇 곡과 주인공 모차르트의 기이한(!) 웃음소리를 제외하면 영화의 내용이 사실 크게 흥미롭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작품의 진가를 알기에는 당시의 저는 너무 어렸을 것입니다). 그러한 중에도, 정신병원에서 "세상 모든 평범한 사람들아... 내가 너희들의 죄를 사하노라 (Mediocrities everywhere... I absolve you.)" 라고 외치던 또 다른 주인공 살리에리의 모습을 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만은, 비록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으나, 무슨 이유에선가 이후 계속해서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로부터 3년 후 있었던 첫 번째 대학 입시에서의 좌절을 시작으로 수차례에 걸쳐 다양한 실패를 겪은 후, 십수년도 넘게 지난 즈음에 같은 영화를 다시 보게 되어서야 비로소 작품의 의미가 새롭게 인식되었습니다. 비록 자신이 오스트리아 빈의 궁정 악장이자 뛰어난 작곡가이지만, 음악의 천재인 모차르트의 재능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인해 (또한 역사적인 진실과는 별개로, 적어도 영화에 묘사된 모차르트의 지나친 자유분방함과 통제되지 않는 태도에 대한 반감 또한 큰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좌절과 분노를 느끼고, 건강한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비열하고 악랄한 인간으로 변하며 타락하는 살리에리의 모습은, 선과 악의 단순한 구분을 넘어 자신의 한계와 실패를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에 대한 무거운 질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앞에서 말씀드린 마지막 장면의 대사는, 그때까지의 기억과는 완전히 다른 무게감으로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특별히 모범적이거나 내세울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이화에는 저보다도 훨씬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신 여러 선생님이 계신 마당에 다소 조심스럽지만, 조금 주제넘게 말씀드려 보자면 결국 인간의 삶은 끝없이 이어지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진정한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누구의 노래를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은지 등의 사소한 (그러나 매우 중요한) 문제, 나아가서는 내가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안)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가와 같은 좀 더 본질적인 문제 등, 다양한 층위에서 스스로 여러 질문을 던지면서 그에 대한 답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을 정의하고, 집단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설정하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과정은 결코 단순하거나 직선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마주하게 되는 혼란과 의문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끔은 내가 원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그런 모습에 놀라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고통스럽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면, 아마도 내가 절대로 될 수 없는 모습을 희망하며, 현실에서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좇는 상황일 것입니다.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상상하고 그러한 사람이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설정하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모습에 가까워지지 못할 때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실망감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간격이 커질수록 오히려 현실의 나를 부정하고,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갈피를 잃으면서도, 정작 내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은 외면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자신을 보며 비판하는 (때로는 지나치게 비난하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더욱 고통받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혹시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될 여지는 없을지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자세가 바람직하다 하겠으나, 그 엄격함이 (특히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비현실적 이상이나 목표가) 자신을 속박하거나 얽어매고, 자유로운 사고를 방해하며, 나아가 일상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려고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세운 이상적 기준의 엄격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본인의 전공이 아닌 (때로는 전통적인 학문 구분에 포함되지 않는) 새로운 영역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를 놓치는 아쉬움이 없으면 좋겠다는 희망입니다. 스스로 재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좌절하지 말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신을 알아가는 탐구의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 여러 가능성을 실험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되는 동시에, 무엇보다 소위 "융합"의 시대에 인공지능이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그 자체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예술인을 주인공으로 다룬 또 다른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의 삽입곡 중 주인공이 오디션에서 부른 노래 가사의 일부를 인용하여 졸고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A bit of madness is key
To give us new colors to see
Who knows where it will lead us
And that's why they need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