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제56대 총학생회(총학) ‘스타트’는 3년 동안 이어졌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를 끝내고 출범했다. 총학은 한 해 동안 학생 자치 활력을 되찾고 다양한 변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특히 학생 요구를 반영하고, 약속했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한 해였다. 퇴임을 두 달 앞둔 박서림 총학생회장을 만나 공약 이행 성과와 남은 과제, 총학을 이끌어온 소회를 들었다.
2024학년도 이화, 그리고 총학을 어떻게 평가하나
변화가 시작된 한 해였다. 학생 요구안이 전달돼 실질적으로 반영된 변화가 많았고, 학생 요구안에 대한 학교의 태도와 반응도 달라졌다. 오랜 시간 제자리걸음이던 학교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월경 공결제를 꼽을 수 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오랜 비대위 체제를 거치며 재학생 중 총학을 경험해 본 학생이 적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건설된 총학 사업에 큰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셨다. 그 기대를 알다 보니 작은 사업을 진행할 때도 허투루 한 적 없이, 최선을 다했다.
핵심 공약, 어떻게 이행했나
주요 공약으로 단과대학 운영위원회(단운위) 정기적 방문, 총학 구조 개편, 등록금 인상 반대를 내세웠고, 거의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기간 흩어져 있던 단운위 대표들과 합심해 학생 자치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려 노력했다. 덕분에 단운위와 총학이 함께 주관한 하반기 교육공동행동(교공행)에서 6000명이 넘는 학생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번 교공행은 총장후보자 협약식에 전달할 학생 요구안 지지선언을 받는 공동행동이었다.
기존 회칙상 총학은 생각보다 많은 권한을 갖는다. 총학 구조를 개편해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고 학생 자치를 활성화하고자 참여예산제와 위원회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학생복지위원회, 졸업준비위원회, 축제준비위원회(축준위) 총 3개의 위원회를 설립했는데, 올해는 총학 구성원이 주도적으로 틀을 마련해야 했기에 과도기적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등록금은 학교 협의체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와 논의 끝에 동결했기에 인상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이화에바란다’에 접수된 의견에 대한 답변 공유를 의무화하겠다는 공약이 있었는데, 의무화할 수 없다는 학교 측 답변을 받았다. 학교가 학생들과 소통할 의사가 없다고 생각해 ‘이화에바란다’라는 소통 창구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겠다고 판단했다. 대신 ‘이화에바란다’에 올라오는 학생 요구를 파악해 학교에 전달하고, 협의체에서 오고 간 대화를 학생들과 더 잘 공유하는 등 총학이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다.
4년 만에 개설된 총학,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지난 총학이 너무 오래전이라 인수인계는 작년 비대위원장과 부비대위원장으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비대위 체계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는 없어서 모두 새로 시작해야 했다. 총학생회장단의 기본 업무인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준비, 대동제, 총학 선거 등을 제외한 나머지 인수인계는 사실상 없었다. 체계를 만드는 일부터 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려운 점이 많았다.
대동제를 준비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대동제 입장 팔찌 배부를 위해 학생회와 학생들이 함께 밤을 새운 날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배부 방식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온라인으로 진행할 경우 웹사이트에 문제가 생기면 축준위에서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책임질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현장에서 팔찌를 배부했다. (공연 전날 밤에 진행한) 영화제 행사가 끝나자마자부터 운동장 스포츠 트랙에서 밤을 새웠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이때 학생들과 공유한 감정이 있다. 총학이 학생들의 피드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배부 방식에 처음엔 화를 내던 학생도 있었는데 팔찌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장학금 규모 확대 및 수혜 대상 다양화, 국가고시 준비반 지원 다양화 등 학교에 요구했으나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지 못한 공약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임기가 시작된 1월부터 등심위, 대학평의원회, 정기협의체를 비롯한 모든 학교 협의체에 요구했으나, 재정 관련 공약 이행은 어려웠다. 대학 적립금에 대한 학교와 학생 측 입장 간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학교는 대학 재정 불안정성을 우려해 적립금이 줄어들기를 원치 않는데, 전국 대학 중에서 많은 적립금을 가졌으면 조금 줄여도 된다는 학생 측 입장과 충돌한다. 여전히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다. 고시반 지원 열악 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인 문제라 생각한다. 요구할 수 있는 협의체 자체가 적고, 권한이 인재개발원이나 고시반별 담당 행정실에 국한돼 중앙에서 고시반을 처리하는 곳이 부재한 상황이다.
부총학생회장이 사임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부총학생회장 사퇴는 공고된 ‘일신상의 사유’로 답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집행부와 대표들과 함께 약속했던 2024학년도 총학의 활동과 사업들을 끝까지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남은 임기 간 시행 예정인 공약이 있나
11월 입학 고사 시기 학내 현수막 사업과 ‘이달의 이화인’ 발간, ‘찾아가는 학생회’ 마지막 분기가 남았다. 이 외에도 총장선거와 총학 선거, 등심위 개회 등 학생 요구안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후속 총학에 이행을 인계해야 할 공약이 있다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학생 요구안으로 수업권과 채플 의무 학기 축소가 있다. 전임교원 확충과 분반 문제를 수반한 수업권과 채플 의무 학기 축소는 학교 측에서 물러나지 않는 부분이라 실현이 어렵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경 공결제도 단순히 올해 총학이 요구했기에 도입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학생들이 요구해 왔던 기간이 쌓여 가능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2024년 한 해 스타트와 함께했던 모든 이화인에게 한마디
당선 이후 이대학보와 소감 인터뷰에서 “믿고 뽑아주신 만큼 학우분들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일 수 있게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부디 그런 한 해였길 바란다. 총학 선거 때마다 여러 논란 속에서 총학 건설이 무산돼 학우들이 지치고 피로도가 높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투표해 주시고 믿고 지지해 주셔서 감사했다. 학교에 학생 요구안을 전달할 때 학생들을 무시하는 태도에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도 많았지만, 학생 개인이 아니라 학생 대표자로서 학교와 만난다고 생각하며 동력을 얻었다. 남아있는 2개월의 임기 동안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