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이대학보는 퇴임을 앞둔 제56대 총학생회 스타트에 대한 이화 구성원들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재학생을 비롯해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이화여대분회와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대학보는 이 중 답변이 돌아온 우리대학 재학생 7명과 자치단위 2곳을 만나 스타트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비대위와는 달랐던 총학생회의 존재감

학생들은 3년간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를 끝내고 출범한 제56대 총학생회(총학) 스타트의 존재를 실감했다. 도하연(컴공·21)씨는 “학생회 체제를 잘 모르는 학생 입장에서 비대위는 임시방편 느낌이 강했지만, 총학 체제 아래서는 학교에 구심점이 있다는 든든함과 안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은지(화공·22)씨는 소통 수단을 다양화한 총학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장씨는 “교문 앞 선전, 강의실 방문, 인스타그램 카드뉴스 등 여러 수단으로 소식을 전달하는 총학의 노력 덕에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으면 몰랐을 소식도 더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다현(경영·22)씨는 “큰 기대가 없던 것과 달리 막상 경험해 보니 비대위와는 확실히 달랐다”며 “비대위도 여러 사업을 진행했지만, 총학이 있으니 훨씬 다양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채현수(경영·19)씨는 총학 출범 이후 매년 열리는 행사가 질적으로 성장했다고 느꼈다. 채씨는 “행사와 공동구매 진행과 같은 사업의 수가 늘었고, 동일한 대동제도 비대위 체제 때보다 행사 기획이나 운영 차원에서 발전했다”고 느꼈다. 이 중 특히 대동제에 만족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솔지(교육·24)씨는 “(총학이) 영화제 행사와 아티스트 공연 때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면서도 현장을 체계적으로 통솔해 질서를 유지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총학은 대동제 활성화를 포함한 문화 분야 공약 이행률 100%를 달성했다.

5월8일 학문관 지하1층 로비에서 이화인 한솥밥 프로그램으로 138주년 대동제 ‘리베르 이화’의 시작을 알린 모습. 출처=이대학보DB
5월8일 학문관 지하1층 로비에서 이화인 한솥밥 프로그램으로 138주년 대동제 ‘리베르 이화’의 시작을 알린 모습. 출처=이대학보DB

 

다양한 권리 의제에 주목한 한 해

총학의 권리 분야 활동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유은서(특교·24)씨는 4년 만에 열린 제6회 권리문화축제 라라페(Right Light Festival)를 기억에 남는 총학 사업으로 꼽았다. 유씨는 “다양한 무대와 프로그램에서 여성 인권, 노동 인권 등 우리 사회에서 지켜져야 할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장애인권 자치단위 틀린그림찾기(틀찾)는 총학의 서울 퀴어퍼레이드(퀴퍼) 참여를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 꼽았다. 틀찾은 총학의 퀴퍼 참여 사업을 “대표성 측면에서도 필요하지만, 누군가를 대표하지 않더라도 당위성 측면에서 충분히 이뤄져야 했던 일”로 표현하며, “총학이 퀴퍼 참여를 통해 성소수자 학생을 소외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6월1일 열린 퀴퍼에 총학이 참여하는 일을 둘러싸고 일부 학생들은 대자보를 게시하며 비판했으나, 총학과 학내 여러 단체는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비거니즘 지향 자치단위 솔찬은 비건 가이드라인 제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솔찬은 “총학이 공약으로 내세운 비건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솔찬과 비건대학생연합과 협력해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한 점을 좋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교육공동행동이었던 '총장 후보자 협약식 진행을 위한 이화인 5000인 지지 선언'을 마무리하는 행사인 '300인 이화인 ACT' 때의 모습. 출처=이대학보DB
하반기 교육공동행동이었던 '총장 후보자 협약식 진행을 위한 이화인 5000인 지지 선언'을 마무리하는 행사인 '300인 이화인 ACT' 때의 모습. 출처=이대학보DB

 

여전히 남은 과제들

총학의 전체 공약 이행률은 62.7%로, 달성하지 못한 분야도 존재한다. 틀찾은 이 중 특히 장애인권 문제가 후순위로 밀렸음을 지적했다. 총학과 학교가 장애인권의 당사자성을 실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틀찾은 대동제 때 배리어프리존이 시야 제한석이었다는 점과 담당 스태프 매뉴얼이 제대로 숙지 되지 않아 혼선이 있었던 점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틀찾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배제의 상황들이 존재했다면 그것은 개선돼야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동제에서 축제준비위원회는 틀찾으로부터 배리어프리 가이드라인을 제공받아 스태프를 추가 모집하고 배리어프리존을 마련했다.

총학은 이화인과의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외국인 학생들과의 소통 면에서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란 부 민 탐(Tran Vu Minh Tam·커미·22)씨는 “한국인 학생이었다면 (총학이) 충분히 만족스러웠겠지만 유학생으로서는 아쉬웠다”고 말했다. 총학 출범부터 임기 기간 내 공약 이행까지 유학생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학생회 공식 SNS와 홈페이지 자료는 한국어로만 제공된다. 트란씨는 “선거 유세나 공약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언어적 불편함이 있었다”며 “주요 유권자에서 배제된 듯한 소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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