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이대학보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이번 호는 CJ에서 일하는 제품 개발 연구원의 삶을 다룬다.
압도적인 시장 1위를 차지하는 브랜드의 제품은 그 제품군을 아우르는 보통명사처럼 쓰이곤 한다. 즉석밥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 현대인의 밥상을 책임지는 햇반은 제품 개발 연구원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대학보는 식품공학 분야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제일제당(CJ) 햇반 제품 개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재인(식품생명공학 전공 석사·21년졸)씨를 만났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 및 맡은 업무 소개
CJ에서 햇반 제품 개발 직무를 맡고 있다. 쌀을 다루는 팀은 햇반, 컵반, 냉동밥, 죽으로 나뉘는데 햇반 팀에서 흰밥과 잡곡밥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제품 품질 관리와 신제품 개발이다. 신제품 개발에 참여하게 되면 신제품에서 재료의 배합, 물의 양, 열을 가하는 정도 등을 결정한다. 평상시에는 기존 제품의 품질이 유지되도록 관리한다. 열을 얼마나, 어떻게 가하는지에 따라서도 밥맛이 달라진다. 열을 가하는 시간에 따른 쌀알의 상태와 밥맛의 변화를 연구해 제품에 적용한다. 밥을 담는 용기 연구도 진행한다. 포장 개발팀과 협업해 친환경적이면서도 햇반의 맛과 품질에 지장이 없는 용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입사 후 처음으로 개발에 참여한 신제품은 2022년 12월 출시된 비건 곡물 샐러드 ‘햇반 플랜테이블 그레인보울’이다. 쌀, 옥수수, 강낭콩 등 다양한 재료를 적절히 혼합해 원하는 맛, 질감, 영양 성분을 갖춘 최종 제품을 만드는 제품 배합 과정을 주로 담당했다.
CJ의 제품 개발 연구원 채용 과정은
공개 채용(공채)은 서류전형, 실무진 면접, 인턴, 최종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1개월 간의 인턴 근무 마지막 날 최종 면접이 있다. 대학원 졸업이 다가왔을 무렵 CJ 공채 공고가 올라왔다. CJ는 식품업계 선두기업이기 때문에 연구실 내 모든 사람이 CJ에 지원했었다. 당시 공고에서 쌀 가공학적 지식을 요구했다. 식품공학과 ◆향미화학 연구실에서 쌀 맥주의 향미화학을 분석했던 경험을 서류 전형에서 어필했다. 당시 인턴까지 한 뒤 최종 면접에서 떨어져 1년간 서울우유 음료 개발 연구원으로 일했었다. 그러던 중 CJ 인턴 시절 함께 근무했던 팀 리더님이 수시 채용이 열렸다는 연락을 주셨다. 서류전형을 거쳐 면접을 보고 합격해 CJ에 경력직으로 이직하게 됐다.
팀에 식품공학 전공 대학원 졸업자가 대부분이지만 석사 조건이 없는 연구원 공고가 열리면 학부 졸업생도 지원할 수 있다. 제품개발팀에는 식품공학 전공자 외에도 식품영양학, 식품조리학, 쉐프 출신 연구원 등 대부분 식품 관련 전공자가 많다.
CJ 햇반 제품개발팀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식품 공학을 전공하면 식품 회사에서 마케팅, 상품기획, 품질관리팀이나 화장품 회사, 제약회사, 식품 회사 등에서 연구원으로 진출할 수 있다. 학부 시절 <식품개발이론및실습> 수업에서 시중에 출시된 적 없는 새로운 음료를 개발하는 팀 프로젝트가 있었다. 당시 유행했던 중국 버블티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려 한국식으로 떡을 넣은 포만감 있는 음료를 생각해냈다. 해당 수업에서 음료 개발 과정에 흥미를 느꼈고, 서울우유 음료 개발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CJ로 이직했는데, 교내 비건 동아리 ‘솔찬’에서 활동하며 ‘동물성 원료를 지양하고, 제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가치관을 정립했던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우유 산업을 육성하는 데 일조하고 싶지 않았다.
현재 담당 업무 수행에 요구되는 자질이나 지식은
알면서 넘어가지 않는 자세다. 작은 실수를 넘겼을 때 당장은 아무도 모르지만, 결국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연구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를 깨달으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지만, 연구원으로서 양심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여러 변수를 고려해 실험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실험을 할 때 최대한 다양한 상황을 상상해봐야 한다. 석사 과정을 거친다면, 연구하면서 이러한 능력을 기를 수 있기에 도움이 된다.
제품 개발 과정에 체력도 필요하다. 시제품 100박스를 옮기거나, 5시간 내내 서서 샘플용 햇반을 만들기도 한다. 입사 당시에도 교내 배구동아리 ‘배꽃’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회사에서 좋게 봐주셨다. 체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보니, 체력을 기르려고 노력했던 점을 알아봐 주신 것 같다.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회사의 수평적 분위기가 좋다. 사내에 서로를 부를 때 직급 없이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르는 문화가 있다. 월 3~4번의 출장을 제외하면 평소에는 출퇴근 시간도 잘 지켜지는 편이다. ◆시차 출근제가 있기 때문에, 야근을 하면 다음 날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만약 오후6시가 퇴근 시각인데 오후10시까지 야근했다면, 다음 날 4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다.
식품공학 분야 연구원 직무로 커리어 진출을 꿈꾸는 이화인에게 한마디
앞으로 환경을 보호하면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을 소비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가치관을 실제 업무에서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또 연구소에 여성 연구원이 많고, 그중 이화 선배님과 동기들도 많다. 취업을 준비하며 불합격을 경험하더라도 언젠가 나와 꼭 맞는 회사에 다닐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긍정적으로 상황을 헤쳐 나간다면 결실을 맺을 것이다.
◆향미화학: 식품과 음료의 향과 맛을 구성하는 화합물을 연구하는 학문
◆시차 출근제: 기존에 정해진 기준 근로 시간을 준수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제도
박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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