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이대학보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이번 호는 채권 매매와 신용분석을 맡아 운용 전략을 짜는 채권 트레이더의 삶을 다룬다.
주식 시장의 갑작스러운 폭락이 발생하면, 이날을 ‘블랙먼데이(Black Monday)’라고 한다. 이는 1987년 미국 뉴욕(New York)에서 주가 대폭락이 있었던 날을 가리키는 말로 암흑 같은 월요일이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8월5일 ‘아시아 블랙 먼데이’가 주식시장을 덮쳤다. 그러자 사람들은 주식보다 안정적인 자산인 채권에 투자하고자 눈길을 돌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 상황을 정확히 짚어 금리 인하와 같은 채권 운용 전략을 짜며 경기 침체기에도 수익 방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대학보는 도이치뱅크(Deutsche Bank) 산하 DWS(Die Wertpapier Spezialisten)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는 김예림(경제·23년졸)씨를 만났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도이치뱅크 산하에 있는 자산운용사 DWS에서 근무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주식, 채권 등의 금융상품을 만들고 금융상품에 들어오는 돈을 관리 및 운용한다. 채권 담당 부서에는 영업팀, 운용팀 등 다양한 부서가 있지만 그 중 채권 운용팀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다. 주로 채권 매매와 신용분석을 의미하는 크레딧 리서치를 맡아 운용 전략을 짜는 일을 하고 있다.
DWS는 독일 은행 산하에 있는 자산운용사지만 업무 면에서는 한국 회사와 크게 차이가 없다. 하루 업무는 규칙적인 편이다. 오전7시20분에 출근하고 8시에 오늘의 이벤트를 확인한다. 이벤트란 당일 발행되는 채권을 확인하고 ◆브로커가 올려주는 전날의 미국 채권을 보는 것 등을 말한다. 본격적 업무는 채권 거래가 가능한 오전9시부터 시작한다. 보통 오후4시까지 채권시장을 지켜보며 ◆기업 리서치도 병행한다.
DWS 입사 과정은
서류, 실무 면접, 인사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서류를 작성할 때, 지원하는 직무 이해도와 직무를 위한 노력을 서술하는 데에 공을 들였다. 공개채용(공채)보다 수시채용이 늘어나면서 금융권 채용 문은 좁아지고 취업준 비생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에 다양한 경험을 하더라도 일관성 있게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나만의 강점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후 면접에서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준비가 부족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회사는 신입에게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일을 하려는 태도를 기대하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이 됐던 교내활동과 교외활동은
교내 창업대회 2번과 국제 창업대회 1번을 경험했다. 창업을 목적으로 나간 것은 아니지만 운이 좋게 상을 타고 그 기회로 벤처솔루션팀에서 인턴을 시작했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원래부터 금융권을 노리지 않았음에도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4번의 인턴과 쿠팡이츠에서의 아르바이트가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막내로서 인턴 생활을 하며 선배님께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먼저 말을 건네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이 딱딱한 금융업계에서 도움이 된 것 같다.
금융업은 학회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다르게 학회를 하나도 하지 못했다. 상경계를 나와 인적 네트워크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해 후회하지 않지만, 상경계 전공자가 아니라면 인맥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학회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관련 학원이나 금융투자교육원에 다니며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 가장 흥미롭거나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채권 이슈
미국 대선이다. 언론에서는 해리스(Kamala Harris)가 이길 것이라고 하지만 아직 모른다고 생각한다. 2016년 힐러리(Hillary Clinton) 때도 CNN에서는 힐러리가 80~90%로 이길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트럼프(Donald Trump)의 승리였다. 이걸 채권 관점에서 본다면 트럼프는 채권시장의 약세로, 해리스는 현재까지 바이든 정권에서 변동이 없었으니 트럼프 대비 시장의 변동성이 적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이 감기에 걸린다는 말처럼 미국 정치의 불안정성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의 인지력 논란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으로 국채 수익률이 크게 상승하며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것도 그 예다.
금융업 커리어 진출을 꿈꾸는 이화인에게 한마디
직무 이해, 상품 이해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공채는 채용 후 어느 곳에 배정될지 모르니 본인이 희망하는 부서 안에서 다채롭게 아는 게 중요하지만 수시채용은 업무를 깊게 알아야 한다. 인재개발원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금융투자교육원의 동영상 강의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같은 업계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남초 회사에서 일을 하며 ‘이런 게 남녀 차별이구나’를 느낀 적이 몇 번 있었다. 지금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여성들이 금융업계에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 또한 일을 잘하냐 못하냐를 떠나 매사에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이화인들과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든든하다. 이화인들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
◆브로커: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거래를 중개하는 중간 상인이다. 상품을 직접 제공하거나 구매하지는 않는다.
◆기업 리서치: 기업의 핵심산업을 분석하고 그것의 미래가치를 예측해 기업의 현재가치를 판단하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