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이대학보는 사회 각지에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이화인들의 여정을 전하는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이번 학기부터는 직업 정보에 잡담(雜談)을 곁들여, 그 직업이 가진 매력을 한층 입체적으로 전하고자 한다. 1715호에서는 플랫폼 뒤편에서 섬세하게 팬과 아티스트를 잇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기획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티스트와 팬을 잇는 플랫폼을 기획하는 박세은(패디·24년졸)씨. 채의정 사진기자
아티스트와 팬을 잇는 플랫폼을 기획하는 박세은(패디·24년졸)씨. 채의정 사진기자

아티스트와 팬은 무대를 넘어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연결돼 있다. 앱과 웹사이트를 설계 및 발전시켜 팬과 아티스트가 한층 더 특별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박세은(패디·24년졸) ‘블리수 리미티드’ 서비스 기획자를 만났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기획자로서 하는 일은
앱이나 웹사이트 같은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팬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기 위한 아티스트 앱의 운영과 개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담당하는 앱은 다수의 아티스트를 아우르는 기존 팬 소통 플랫폼과 달리, 한 아티스트만을 위해 제작됐다. 아티스트의 세계관이 드러나도록 앱 화면을 설계하고 아티스트와 사용자의 밀접한 상호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세부 기능들을 기획 중이다. 최근에는 아티스트가 중학생 시절 구상한 먼지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랜딩 페이지를 기획하고 개발했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기획자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
소문의 영향력이 큰 업계라 가짜 뉴스나 악성 기사가 나오면 바로 비상 상황이 된다. 그래서 특별한 이슈가 없었는지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현재 아티스트 앱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트래픽이 갑자기 튀는 현상이 있었는지도 점검한다. 매일 십만 명의 사용자가 앱을 방문하고 있기에 작은 기능이라도 많은 검수 과정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페이지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앱을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화면을 점검하고, 새로운 프로모션이 생기면 관련 페이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관리한다.

 

현재 담당 업무 수행에 요구되는 역량은 

일하고 싶은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체화한 전문적인 지식인 ‘도메인 지식’이 가장 중요하다. 기획하려는 서비스와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도 앱을 개발하려면 지리 정보와 길 찾기 기능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듯, 서비스를 제대로 설계하려면 그 서비스를 잘 알아야 한다. 최근 한 아이돌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즐겨 봤는데, 엔터테인먼트(엔터) 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니, 이것도 도메인 지식이 된다. 실제로 서비스 기획자끼리 만나면, 도메인 지식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만의 채용 특징은 무엇인가
엔터 업계는 저작권 보호와 기밀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타업계에 비해 인재 추천 채용이 활발하고, 프로젝트 역시 능력 있는 프리랜서를 고용해 팀을 꾸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가수의 앨범을 제작할 때, 콘셉트에 맞는 경험을 지닌 사진작가나 스타일리스트를 섭외해 일시적인 팀을 만들고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해체하는 방식이다.

 


패션을 전공한 박 기획자는 패션 ◆이커머스(E-commerce) 기업에서 일하는 미래를 상상했다. 창업 동아리에 참여하고 스타트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으며, 소비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앱과 웹 디자인을 고민했다. 현재는 생각지 못한 엔터 업계에서 서비스 기획을 맡고 있지만, 그는 유통의 영역이 유형 상품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악이나 연기 같은 무형의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며 꿈의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팬들이 아티스트 세계관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지’를 매 순간 모색한다.


누군가의 팬이었던 경험이 있나
아티스트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직접 굿즈도 만들고, 서울 코믹월드에서 부스를 열어 굿즈를 팔았던 경험이 있다. 장르에 상관없이 무엇이든 깊이 몰입했던 경험은 업무에 도움이 된다. 덕질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포토카드를 흠집 나지 않도록 보관해야 하는 이유’나 ‘아티스트의실시간 방송을 녹화본이 아닌 실시간으로 봐야 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엔터 업계에서는 이런 맥락을 공유하지 못하면 설명과 조율을 위한 부담이 뒤따른다.

 

학교에서 가장 도움이 된 경험은

1학년 때 창업 동아리에 들어갔다. 당시 코로나19로 이대 상권, 특히 패션 관련 가게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상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보니 불황의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케이팝을 좋아해 한국을 찾은 해외 팬들이 가게 매출의 주요 소비층인데, 팬데믹으로 관광이 막혀 경제적 타격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내수 시장이 아닌 외수 시장을 타깃으로 해, 소상공인과 해외 소비자를 잇는 의류 중개 판매 플랫폼을 예비 창업했다.

이 경험은 이커머스 서비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융합콘텐츠학과를 복수전공하게 됐다. <모바일앱제작>과 <웹콘텐츠개발> 수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서비스 기획자는 개발자와 맞닿아 있는 업무가 많아 일정 수준의 개발 지식이 있어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다. 성적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당시 수업에서 배운 배경지식이 지금까지 업무에 도움이 되고 있는 만큼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두려워하지 말고 수강하길 바란다.

 

서비스 기획자를 꿈꾸는 이화인에게 한 마디

생각보다 관심이 없던 분야와 잘 맞을 수 있으니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이커머스라고 하면 쿠팡, 무신사, 지그재그처럼 실물 상품을 유통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큰 관심이 없다고 여겼던 엔터 업계에 취업하고 일을 하며 적성과 재능을 발견하는 중이다. 취업 준비를 할 때 자신의 능력이 무엇이고 어떤 분야가 어울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평소 친구들이 해주는 칭찬과 피드백을 귀담아 듣듯, 작은 것부터 시작해 자신을 알아가면 좋겠다.

 

◆랜딩 페이지: 사용자가 광고, 소셜 미디어, 검색 결과 등을 통해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처음으로 도착하는 단일 웹 페이지

◆트래픽: 웹사이트나 앱에 접속하는 사람과 그로 인한 데이터 흐름

◆이커머스(E-commerce): 온라인 공간에서 상품을 사고파는 전자상거래 서비스

 

서비스 기획자 소개

박세은 기획자는 팬들이 아티스트의 세계관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앱을 설계한다. 현재 아티스트 전용 앱을 운영하며, 팬과 아티스트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만들기 위해 앱의 세부 기능을 기획하고 있다. 앞으로는 팬들이 더욱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플랫폼을 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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