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이대학보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이번 호는 3대 대형 연예기획사 공연팀 직원의 삶을 다룬다. 정확한 기획사 이름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성상 자세한 업무 체계를 공개하기 어려워 취재원이 비공개를 요청했다.

 

음악이 좋아 공연 산업에 뛰어든 이진아씨. 그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즐겁기를 바란다. 제공=이진아씨
음악이 좋아 공연 산업에 뛰어든 이진아씨. 그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즐겁기를 바란다. 제공=이진아씨

무대 위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아티스트, 공연을 보며 함박웃음을 짓는 관객들. 그 무대 뒤에는 관객들이 아쉬움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분주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콘서트를 하나부터 열까지 설계하고 관리하는 공연팀 직원들이다. 2018년부터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의 공연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진아(섬유예술⋅18년졸)씨를 만났다.

 

현재 맡은 업무는

공연팀은 소속 아티스트의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온라인 콘서트도 공연팀의 주요한 사업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한 공연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기획부터 공연 콘텐츠 제작, 연출, 홍보, 티켓 판매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공연팀은 국내외 공연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기획하는 것은 물론 티켓 판매 관리, 공연 후의 비용 정산까지도 관여한다. 현장에서 공연장 상황을 살피고 전체 인력을 관리하는 것도 공연팀의 업무다.

 

취업에 도움이 된 대학 시절 경험은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대학에 와서는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어 연합 노래 공연 동아리 소리모아에 들어가 활동했다. 무대에 서면서 동시에 직접 무대를 기획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힘들었지만 많은 관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큰 뿌듯함을 느꼈다. 이후 ‘공연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공연 기획을 경험할 수 있는 대외활동을 찾았다. 공연문화예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현직자 강의, 현장 실습 등을 제공하는 학교 프로그램인 ‘프레임 이화 아카데미’에 참여했다. 현직 공연 관계자의 강연을 들으며 공연 분야에 관한 지식을 쌓았고, 실제 콘서트 현장에서 안내원으로 일하는 실습은 공연 현장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공연장 질서 유지를 돕는 공연장 안내원 아르바이트도 도움이 됐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리허설과 안전 교육, 대기실 관리까지 모두 공연의 일부라는 걸 이해하게 됐다. 공연 업계에서 오래 일하려면 공연의 화려한 무대만이 아니라 공연을 위한 모든 것을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 연계로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에서 여름방학 인턴을 하며 지역축제에 파견돼 축제 현장 운영 지원 업무를 하며 생생한 현장 경험을 쌓기도 했다. 졸업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던 중 현재 회사의 채용 공고가 떠 지원했고, 합격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연예기획사 공연팀 입사 과정은

일반 회사랑 크게 다르지 않다. 1차 서류, 2차 실무진 면접, 3차 임원진 면접이 있었다. 서류 제출 시 포트폴리오는 선택 사항이었는데, 신입이라 마땅한 경력이 없어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접어드는 건 처음이라 우리대학 경력개발센터(현 인재개발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서류를 지원할 때는 자기소개서(자소서) 특강을 들으며 자소서를 첨삭 받기도 했다.

실무진 면접에서는 직무와 관련된 사전 과제에 대해 발표하는 PT면접, 자소서 기반 면접이 이뤄졌다. 본격적인 PT면접 대비를 위해 빈 강의실을 빌려 말하기 연습을 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면접 특강과 모의 면접에도 참여했다. 또 회사의 인재상과 회사 관련 최근 기사를 찾아보고 예상 질문을 만들어 답변을 준비했다. 당시 예상 질문 중 하나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누구인지’였는데 실제로 실무진 면접에서 같은 질문이 나왔다. 해당 아티스트만의 공연 특징과 아티스트의 성장 과정을 좋아하는 이유로 들어 답변했다. 단순히 연예인의 노래나 외모가 아닌 공연 직무와 연관 지어 답변하고자 했다. 면접에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현장 경험이었다. 동아리, 아르바이트, 인턴 등의 경험을 통해 화려한 공연 이면의 고됨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보람찬 일임을 알기에 공연 직무를 맡고 싶다고 강조했다.

 

가장 보람찬 순간은

한 번 공연 현장에 나가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신경을 집중해 일해 피곤할 때가 많다. 공연이 마무리되기만을 기다릴 때, 휠체어를 탄 관객이 공연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봤다. 그를 보며 ‘내가 지금 한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좋아했을 뿐,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었던 적은 없기에 처음에는 공연 하나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러나 공연을 진심으로 즐기며 행복감을 느끼는 이들을 보면 볼수록 ‘이 순간만큼은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관객의 행복한 표정이 공연 사업 일을 계속하는 원동력이 됐다.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으니, 더 많은 관객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일하고 싶다.

 

공연 관련 직무에 필요한 역량은

꼼꼼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필요하다. 회사 내 부서는 물론 공연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협력업체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진행하기에 하나라도 대충 넘기게 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상대에게 의도가 명확히 전달되고 있는지 수차례 확인하며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회사 외부 사람들과는 ‘성공적인 무대’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일하기 위해 회사에서 원하는 공연 방향을 조리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해 일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정신없는 현장에서 소속 연예인과 스태프의 곁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또 케이팝이 세계로 뻗어나가며 해외로 출장 갈 일이 많아졌다. 일하며 만나는 다양한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영어 실력이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포토샵 등 디자인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능력도 실무에 도움이 된다. 티켓 판매 상세 페이지 등을 직접 디자인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 직무를 꿈꾸는 이화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공연 직무에서 중요한 것은 전공이 아니다. 공연 산업과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이를 쌓기 위해서는 공연을 분석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공연을 그저 즐기는 것이 아니라 무대를 이루고 있는 것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공연 현장의 다양한 스태프들은 왜 저곳에 배치돼 있으며, 곡의 목록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등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 보면 좋다. 더 나아가 공연의 아쉬운 점을 정리해 자신이라면 공연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다. 이러한 분석적 사고를 거듭하다 보면 실제 직무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가 많이 소요된다. 그렇기에 나 자신이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뇌가 필요하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공연 직무를 하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학교 축제 스태프, 공연장 아르바이트 등 무엇이든 좋으니 현장 경험을 통해 학생 신분으로서 최대한 전문성을 끌어올려 경쟁력 있는 지원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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