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9일에 참여한 ‘BLICK: Moving Images, Moving Audiences – Film in the Museum Space’ 수업. 제공=안정연씨
10월29일에 참여한 ‘BLICK: Moving Images, Moving Audiences – Film in the Museum Space’ 수업. 제공=안정연씨

 

2025년 마르부르크 대학의 겨울학기 시작일은 10월1일이다. 1일부터 8일까지 국제 학생들을 위한 환영 파티, 게임 파티, 도시 투어, 수강 신청 안내 등 다양하게 구성된 겨울학기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된 후, 빠르면 10월 중순 혹은 10월 말에 본격적인 첫 수업이 시작된다. 나의 경우 익숙하지 않은 수강 신청 시스템으로 인해 10월 초에 신청한 과목이 독일어 언어 코스와 영화 수업, 총 2개밖에 없었음에도 개강한 지 4주 차에 들어서는 지금은 언어 코스 포함 총 4개의 수업을 신청한 상태다. 사실 이런 신청이 가능했던 이유는 독일의 자유로운 수업 수강 신청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어떻게 독일의 수강 신청 시스템을 활용해 겨울학기 수업을 꾸리고자 했는지 설명해 보고자 한다.

일단, 마르부르크 대학은 국제 학생들에게 학생들 자신이 속한 단과대학 말고도 다른 단과대학의 수업도 들을 수 있는 믹스 프로그램(MIX·Marburg International Exchange)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제 간 융합’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마르부르크 대학의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프로그램인데, 교환학생뿐 아니라 방문학생 등 다양한 국제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뿐 아니라 다른 전공의 수업까지도 폭넓게 수강할 수 있게끔 하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안에서 열린 수업이라면 내 음악학 전공뿐 아니라 예를 들어 내가 관심 있는 교육대학, 혹은 사회과학대학의 강의까지도 수강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사회과학대학의 강의를 신청했다.

그리고 마르부르크 대학의 수강 신청 기간은 굉장히 여유롭다. 믹스 프로그램으로 인해 공부해 볼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 만큼, 수많은 선택지 안에서 나랑 맞는 수업을 잘 찾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나는 10월 말까지 매일 1개씩 새로운 수업을 들으러 다녔는데, 이렇게 시간이 많이 드는 과정을 다 겪고 나서도 수강 신청 기간이 길고 충분했기에 원하는 수업을 문제없이 등록할 수 있었다. 수업을 들으러 다녔던 과정을 말해보면, 우선 나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수업이 있다면 마르부르크 대학 포탈에서 수강 신청하지 않았음에도 강의실로 직접 찾아가 수업을 들어봤다. 이렇게 들어본 수업 중 최종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수업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선택했는데, 실제로 강의 등록을 하지 않고 개강 3주 차까지 수업을 하나씩 다 들어본 뒤에서야 나중에 최종 등록을 하는 독일 친구들이 많았다.

정식 등록을 하지 않고 수업을 들으러 다닐 때 작은 팁을 말해주자면, 일찍 강의실에 찾아가 교수님께 자기소개와 함께 수업을 들어볼 수 있는지 여쭤보는 것이 좋다. 이렇게 미리 여쭤보고 수업에 참여하면 교수님이 내가 참여하지 못했던 이전 수업의 내용을 한 번 더 언급하는 등 학생을 배려하며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미리 메일로 수업 청강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석이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면 교수님께 그냥 수업 시작 전에 눈도장 찍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더불어, 마르부르크 대학 교수님들은 정원이 찬 수업이라도 학생이 끊임없는 연락을 시도하며 이 강의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싶은지 보여주면 직접 행정적 처리와 함께 수강 학생으로 넣어주기도 한다. 각 학생이 가져가야 할 학점에 따라 어느 ◆모듈(Module)로 수업을 수강하면 좋을지도 확인하기 때문에, 교수님과 끊임없는 연락을 이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르부르크에서는 잘 찾아보면 수강 신청 기간이 끝났음에도 인원 제한 없이 수강 신청을 받는 수업이 있는 등, 수업 수강에 대한 자유로움이 확실히 큰 편이다. 단과대학별로 수강 등록을 위한 방법이 다르기에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때 단과대별 코디네이터가 존재하기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바로 연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마르부르크뿐 아니라 독일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여러 수업을 직접 경험해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학기를 천천히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모듈: 강의의 학습 단위. 각 모듈에 따라 학점을 가져가기 위한 수행과제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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