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여행으로 방문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 공항을 떠올리며. 제공=안정연씨
2024년 12월, 여행으로 방문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 공항을 떠올리며. 제공=안정연씨

6월4일, 친구로부터 독일 방문학생 지원을 권유받았다. 친구의 말이 반갑기도 했지만, 동시에 슬프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는 무려 9학기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초과학기생이었기 때문이다. “방문학생과 교환학생은 같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지만, 방문학생과 교환학생은 다르다. 방문학생이란 우리대학에서 정규학기를 다니고 있는 학생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개별 유학 프로그램이다. 외국 대학에서 방문학생으로 등록해 한 학기 또는 1년 동안 정규 교과목을 이수하면 학점 이전을 받을 수 있다. 우리대학과 협정을 맺은 해외 대학과 학점 교류를 하는 교환학생과 달리, 방문학생은 협정을 맺지 않은 학교로도 지원할 수 있기에 지원할 수 있는 학교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것이 두드러지는 차이점 중 하나다. 

방문학생 신청자격에서 집중할 점은 ‘정규학기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는 부분이다. 나는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추가로 등록하여 초과학기를 다니고 있는 ‘학점등록생’이었기에 방문학생으로 지원할 수가 없었다. “학점이전 받지 않으면 지원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대학 방문학생으로 지원하려면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의 서명과 날인이 기재돼 있는 지원 서류가 대부분 필요한데, 우리학교는 8학기 내의 정규학기를 다니고 있는 학생에게만 서명과 날인을 제공하기에 나로서는 관련 서류를 전혀 발급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친구의 권유를 들었을 때 해외생활을 꿈꿔 볼 수 있다는 마음에 기쁘면서도, 지원하기 어려운 현실에 슬픔을 느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는가. 내가 지원한 마르부르크 필립스 대학(Philipps-Universität Marburg)은 나에게 다른 해결책을 제시했다. 약 3주간 마르부르크 대학과 끊임없는 연락을 진행한 결과, 결국 6월20일에 입학허가서를 받아낼 수 있었다. 이 허가서를 받으면서 느꼈던 점은 나라별로 그리고 학교별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오직 학생 개인이 끊임없이 대학과 연락하며 ‘솟아날 구멍’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것이 방문학생 지원의 ‘어려움’임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해외살이를 위해 스스로 길을 찾아보고 자신의 목표에 맞는 결과를 획득한다는 점에서 묘한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입학허가서도 받았겠다, 무엇을 하면 될까. 우선 비행기표 구매다. 방문학생을 준비하려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겪었던 준비과정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나는 비행기표, 독일에서 살 집, 재정, 비자, 등록금을 순서대로 해결하고자 했다. 우선, 한국에서 떠날 날짜를 정하고 독일에서 한국에 들어올 날짜를 계산해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집’을 구했다. 많은 독일 방문학생들이 사용하는 셰어하우스 사이트(WG-Gesucht)를 사용해 원하는 집에 지원하고 화상 면접을 봤다. 그리고 독일에서 살 때 최소한으로 쓸 생활비를 보장하는 재정 증명 계좌를 만들어 돈을 입금했다. 이를 슈페어콘토(Sperrkonto)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요구되기에 생성했다. 그다음으로는 비자를 신청했다. 비자 신청 완료 단계까지 오면 거의 다 준비된 셈이다. 이후 단계로는 독일 대학으로의 등록금 납부만 남기 때문이다. 

이렇게 준비하다 보니, 독일에서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타지에서의 생활에 설렘을 느끼면서도 두려움이 스멀스멀 마음에 피어오르기도 했다. 전공이 음악이기에 음악학이라는 음악 관련 전공으로 공부하러 떠나지만, 언어도, 환율 계산에도 무엇 하나 익숙하지 않은 내가 독일에서 나만의 생활을 잘 꾸려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독일에는 어떻게 왔냐”고 물었을 때, 이 칼럼의 제목처럼 유쾌하게 “리듬 타고 왔다”고 말할 수 있도록 재치 있고 자유로운 독일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시간이 지나 내 삶 속 가장 아름다웠던 청춘의 시간을 떠올릴 때 24살의 독일 방문학생 생활을 떠올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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