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소설에 비해 위기라느니 침체기라느니 말이 있지만 신춘문예나 문학상에 투고되는 시를 보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문학의 시대요 시의 시대임을 알 수 있다. 228편의 시와 11편의 시조가 투고되어 예심위원들이 처음에는 으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도 본심에 올릴 시의 편수가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다고 한다.  

본심에 올라온 12명 학생의 작품은 다 흥미로웠다. 시 읽기의 재미를 제공해준 투고자 학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먼저 드린다. 여러분들 중에 낙선의 고배를 들게 되는 이들이 있겠지만 자꾸 낙선하면서 시 세계의 향상과 심화를 꾀할 수 있는 법이다. 

「종이접기」와 「세탁소 정상 영업」, 「벗」 3편을 낸 학생은 재치가 번뜩이고 강약조절을 잘한다. 꾸준히 쓰기만 하면 등단의 꿈도 꿔볼 수 있는 실력이다. 언어의 능수능란한 구사는 시인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시의 맹점이 ‘지루함’에 있는데 3편 시는 다 재미있고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그런데 시가 전반적으로 가볍다. 재치가 있다는 것이 꼭 칭찬만은 아니다.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생에 대한 질문은 진지하게 했으면 좋겠다. 

「그림자」와 「어느 한 평범한 삶」, 「ㄱ」 중에서 「ㄱ」이 제일 실험적인 작품이다. 그림자를 의인화한 「그림자」는 상상력이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어느 한 평범한 삶」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너무 안정적으로 다루어 아쉬웠다. 「ㄱ」은 각, 고, 가, 격, 결, 경, 구, 깨, 꿈으로 나아가면서 아주 유쾌한 버킷리스트를 선보인 셈이다. 이런 멋진 공연을 몇 번 더 해야만 하는데 아쉽기 이를 데 없다.

「멀티탭」과 「항해」, 「스카이다이빙」 3편을 투고한 학생은 난해함과 산문화, 장형화를 꾀하는 요즈음 시단의 유행을 배제하고 자신이 쓰고 싶은 시를 쓰고 있어 신뢰가 간다. 전기 플러그 여러 개를 한 번에 꽂아 쓸 수 있게 만든 이동식 콘센트인 ‘멀티탭’이 제목인데 그 제품의 모양새를 잘 응용하면서 시가 전개된다. 상실, 절망, 웃음, 결심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딸깍, 딸깍하는 소리가 이 시의 운율을 살리고 있다. 시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문제로 귀결된다. ‘너’는 나의 연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결국 전류가 통해야 한다. 악수할 때 찌르르 전기가 통하면 우정이 아닌 애정이다. 우리는 모두 감전사해야 한다. 똑 닮은 상처에 진심이 가 닿을 때까지. 

이화재학생 문학상은 이번이 3회째이지만 그 전에 오랜 역사를 가진 이화문예상 역대 수상자들은 한국문학을 빛내고 있다. 이번에 입상한 3명 학생의 작품이 다 생기발랄하고 대학생으로서 순수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있다. 펜을 놓지 않고 계속 쓴다면 그들 선배의 뒤를 이어 한국문학을 찬연히 빛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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