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탭 

 

마음 깊은 곳에 뚫려 있는 네 쌍의 총상에

조심스레 코드를 꽂고 스위치를 하나씩 켠다

딸깍,

아련하기보다는 싸늘했던 상실

딸깍,

장마보다는 폭염에 가까웠던 절망

딸깍,

가끔씩 토해내곤 했던 쓰라린 웃음

딸깍,

끝내 이 모든 것을 드러낼 결심

마지막으로 깜박,

젖은 눈을 감았다 뜬 그 순간

심장부터 시작해 팔뚝을 타고 손끝까지

한달음에 달려오는 전류

그렇게 나는 너의 손을 잡고

저릿한 위로를 전해본다

절약할 필요도 세를 낼 필요도 없다

이것이 내 아픈 기억의 유일한 쓸모이기에

떨리는 손목에 애써 힘을 주고

계속해서 네게 온기를 흘려보낸다

똑 닮은 상처에 진심이 가 닿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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