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탭
마음 깊은 곳에 뚫려 있는 네 쌍의 총상에
조심스레 코드를 꽂고 스위치를 하나씩 켠다
딸깍,
아련하기보다는 싸늘했던 상실
딸깍,
장마보다는 폭염에 가까웠던 절망
딸깍,
가끔씩 토해내곤 했던 쓰라린 웃음
딸깍,
끝내 이 모든 것을 드러낼 결심
마지막으로 깜박,
젖은 눈을 감았다 뜬 그 순간
심장부터 시작해 팔뚝을 타고 손끝까지
한달음에 달려오는 전류
그렇게 나는 너의 손을 잡고
저릿한 위로를 전해본다
절약할 필요도 세를 낼 필요도 없다
이것이 내 아픈 기억의 유일한 쓸모이기에
떨리는 손목에 애써 힘을 주고
계속해서 네게 온기를 흘려보낸다
똑 닮은 상처에 진심이 가 닿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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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은(국문·22)
hakbo@ew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