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성폭력 신고로 강제 해임
600일째 투쟁 이어가
1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지혜복 교사 투쟁 600일 집중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서울시내 한 중학교(A학교)의 성폭력 사건을 고발했다가 부당 전보 및 해고를 당한 지 교사와 연대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화퀴어영화제 조직위원회(조직위)와 우리대학 노학연대모임 바위(바위)도 자리를 함께했다.
조직위와 바위 등 우리대학 학생들은 이화퀴어영화제 기자회견 당시 지 교사의 연대 발언을 기억하고 집회에 참여했다. 조직위는 “지 교사는 학교에서 지워지고 불허된 존재들에게 진실한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며 보답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이어 퀴어의 존재를 부정하는 우리대학 당국과 지 교사를 외면하는 서울시교육청의 행태가 무척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바위는 지 교사의 사례를 “노동권의 문제인 동시에 학교 내 여성과 청소년의 성폭력 피해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석인하(국문∙23)씨는 지난 탄핵광장에서 지 교사의 이야기를 접하고 연대를 이어오는 중이라며 “금세 600일이 온 것 같아 슬프지만, 여전히 함께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희망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건 당시 A학교 학부모 대표였던 용은중씨의 발언은 큰 호응을 얻었다. 용씨는 “학교 내 성폭력 문제를 포기한 학생들이 많았는데 (지 교사가) 수면 위로 끌어올려 줬다”고 말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A학교의 성폭력 문제도 지적했다. 용씨에 의하면 새로 A학교에 입학한 학생들도 교내에서 성희롱 피해를 겪고 있지만 학교는 대응하지 않고 있다.
집중집회 초반에는 경찰이 집회 차량을 막으며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연대발언이 이어지며 집회는 무탈히 진행됐다. 과거 지 교사와 함께 선전전을 벌이다 연행당했던 활동명 ‘투쟁’ 씨도 “몸이 좋지 않았는데 경찰이 집회 차량을 막는 장면을 보고 달려나왔다”며 젠더 폭력 사회를 용인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교사노동자 단체 교육노동자 현장실천 박정호 대표는 연대발언에 참여해 “(지 교사의 투쟁은) 질 수 없는 투쟁”이라며 힘을 실었다.
지 교사는 발언에서 사건 당시 학교 내 2차 가해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학생들을 위해 학교 내 성평등을 마지막 과제로 실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로운 싸움이 될 거라는 생각과 달리 600일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함께해준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지 교사는 “반드시 A학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지 교사는 “꼭 A학교로 돌아가 (나의) 사례가 부당한 처우를 당하는 다른 교사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며 “뿐만 아니라 학교 내 성폭력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