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고립과 은둔으로 모는 사회, 여러 주체가 청년과 연대해야

편집자주 고립·은둔 청년 수가 50만을 넘었다. 이들은 정신적 고립과 사회적 단절로 인해 자살 고위험군에 속한다. 기회와 연습의 장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은 마음껏 넘어질 기회조차 없다.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연대와 공감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본지는 하나의 사회적 주체로 고립·은둔 청년을 바라보고, 이들을 공동체와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되고자 한다.
 

“좋지 않은 형편에도 자식 사람 좀 만들겠다고 계속 데리고 가시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서 못난 말하며 이제 치료도 끊었다. 나는 그냥 사회에서 버림받은 존재인 것 같다. 내가 무능하니까. 그냥 필요가 없으니까. 죽고 싶어도 불효하는 것 같아 죽지도 못하겠다.” (청년 당사자 ㄱ씨,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연구 중)

고립·은둔 경험은 자살과 큰 연관성이 있다. 고립·은둔 청년의 10명 중 7명이 실제로 자살을 진지하게 고려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3명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이는 전체 청년 평균 자살 시도율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연세대 송인한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고립 경험 자체가 심각한 자살 위험 요인”이라고 분석하며 상황의 심각함을 우려했다.

고립·은둔 청년의 심리적 외로움은 자살 및 자해 생각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서원대 권혜림 교수(경찰행정학과)의 ‘ 고립·은둔 청년의 자살 및 자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권혜림, 2025)에 따르면 외로움 수준이 높을수록 자살 및 자해 생각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타인과의 정서적 연결 부족이 청년들의 극단적 사고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고립·은둔 청년 수는 54만 명에 달한다. 사회와 단절하고 외부와 접촉하지 않는 고립·은둔 청년은 새로운 취약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립이란 타인과 관계 맺지 못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태를, 은둔은 집이나 방에만 계속 머물며 특정 장소에서 생활하는 상태를 말한다. 은둔은 고립 이 심화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 해당한다.

고립·은둔 청년은 특히 우울함에 취약하다. 2022년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78.2%는 가벼운 수준 이상의 우울을 겪고 있었다. 그중 39.3%는 ‘중증 수준의 우울’, 18.3%는 ‘심한 우울’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고립·은둔 청년과 비교해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고립·은둔 청년은 고립·은둔 청년보다 ‘중증 수준의 우울’ 은 1.5배, ‘심한 우울’은 4배 높았다.

청년이라는 시기의 특수성은 청년들이 느끼는 우울과 고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대학 김선영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청년들은 사회적으로 독립하길 요구받지만, 아직 안정된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기반은 작은 실패에도 흔들리게 만들고, 자기부정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김선영 교수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자존감의 흔들림, 관계에 대한 피로 때문에 스스로 단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고립·은둔 청년은 외출을 거의 하지 않거나 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기에, 사회가 당사자를 발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호서대 김혜원 교수(청소년문화·상담학과)는 고립·은둔 청년 당사자 입장에 초점을 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숨어있는 고립·은둔 청년을 발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수단을 기대하기보다는, 고립·은둔 청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는 “완전히 문이 닫힌 사람은 거의 없다”라며 고립·은둔 청년 또한 자기 삶에 애착을 가지고 고민 하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이는 청년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중 80% 이상이 현재 상태를 벗어나길 원했고, 67.2%는 현재에서 벗어나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김혜원 교수는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는다면, 그들도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정책이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며, 고립·은둔 청년의 특성을 이해하는 전담 지원이 필요함을 말했다. 그는 취업 알선이나 인턴십, 기술·자격증 교육 등 고용 정책에만 집중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격증이 없어서 고립·은둔 청년들이 사회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취업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시험과 경쟁,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사회적 단절을 초래한다. 따라서 김혜원 교수는 관련 정책과 지원 프로그램은 기술 교육을 넘어, 고립·은둔 청년들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본 기사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주최하고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생명존중 기사공모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본 기사는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을 준수했습니다.

☞ '생명존중 ②' 기사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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