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손솔 의원실
출처=손솔 의원실

‘청년 여성 그 자체’. 제22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 손솔(심리·19년졸)은 자기 자신을 이렇게 정의한다. 우리대학 총학생회장으로 시작해 대학 시절부터 진보 정치 외길을 걸어 온 그의 의원실에는 광장의 흔적이 가득하다. “손솔 널 응원해 이 느낌 이대로”, “계엄의 밤을 지나 혐오를 뿌수러 가자”. 탄핵 국면을 함께한 청년들의 응원과 염원이 담긴 플래카드와 롤링 페이퍼가 방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8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입성 석 달 차를 맞은 손 의원을 만났다. 

손솔 의원은 청년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채의정 사진기자
손솔 의원은 청년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채의정 사진기자

지난 6월9일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입성했다. 젊은 정치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내가 그냥 청년 여성 그 자체다. (웃음) 그 정체성에 충실하게 임하려고 한다. 지금 꼭 필요한 일이고, 잘 해내고 싶다. 시민일 때 내가 고민해 온 바를 부지런히 실천한다면 그것이 곧 청년 여성들이 바라는 방향과 같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윤석열 파면 광장에 열심히 나갔던 사람으로서 광장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실현하고 싶다. 현 국회의 주요 과제는 앞선 12월부터 시작된 국가 위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개념을 확고히 하고, 청년들이 그 과정에서 목소리 낼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입성하자마자 포괄적 차별금지법 국회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2007년 이래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왔는데, 이번엔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은 이미 법안 내용이 구체적으로 완성돼 있고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합의된 상태다. 제21대 국회 때도 차금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까지 추진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차금법을 올렸다가 보수 개신교계의 항의가 빗발쳤던 경험 때문에 국회에서 언급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순위였고, 그래서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지금은 야4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이 원내에서 주기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를 야4당이 공동 추진하는 방향으로 제안해 둔 상태이다. 최근에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차금법 제정 지지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에, 논의를 발전시킬 기회가 조만간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탄핵의 주역이 광장의 2030 여성들임은 부정할 수 없다. 현 정부가 ‘여성을 지웠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재명 정부의 여성 정책·여성 인사를 어떻게 보고 있나

대선을 며칠 앞두고 여성 정책이 나왔다. 여성에 대한 메시지나 정책이 아예 부재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늦게 나왔고, 여성 정책을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안타깝다. 지금은 원 후보자가 안정적으로 장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방향과 별개로 입법부 차원에서 할 일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의지와 의욕이 있는 소수 정치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인들은 시민사회 주류 의견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재명 정부가 성평등 정부로 나아가도록 국회 안팎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8월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 정권이 노동 정책에 주력하는 가운데,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를 위해 준비 중인 법안이 있나

‘청년 이직 준비 급여’ 신설 법안을 곧 내보려 한다. 600일 한도를 두고 이직에 필요한 일수만큼 급여를 신청하는 방식이다. 현재 청년들에게는 이직이 기본값이고, 많은 청년이 더 나은 근로조건을 위해 이직을 고려하고 실행한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과 경제적 지원이 없어 실질적인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 불안정 노동 청년들이 더 나은 근로조건으로 이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국 노동법 기준이 1990년대로 돼 있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다.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가 이렇게까지 많지 않았던 시절에 멈춰 있는 것이다. 변화한 환경에 맞춰 가야 한다. 

 

손솔 의원 의원실 벽면에 붙어있는 피켓들. 탄핵 정국 당시 청년 지지자들이 제작했다. 채의정 사진기자
손솔 의원 의원실 벽면에 붙어있는 피켓들. 탄핵 정국 당시 청년 지지자들이 제작했다. 채의정 사진기자

첫 본회의에서 이준석 의원 징계를 요구했다. 진보 정치인으로서 극우 정치에 맞서는 마음가짐은

정치인, 공직자, 정당은 공적인 책무를 가진다. 공인의 발언은 전파를 타고 멀리 퍼지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발생하는 혐오는 단호히 막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도, 지금도 혐오를 이용해 사람들을 갈라치기하고 분열시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를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 혐오 표현이 정치활동으로 보장될 수는 없다. 

차금법도 혐오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멈추는 방법 중 하나다. 다만 차금법만 기다릴 수는 없으니, 아직 시도해 본 적 없는 신박한 방법들을 찾아보려 한다. 정당 현수막에 인종차별 표현을 금지하는 법안도 그 일환이다. 법적으로 제지가 돼야 혐오·차별 표현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도 확장될 수 있다.

 

진보 정치에 회의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이 진보 정치가 내려가다가 치고 올라가는 변곡점이라고 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국가 차원의 진보 정치 괴롭힘이 있었다. 국가 폭력으로 맞았고, 아팠고, 괴로웠지만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려 한다. 정부가 바뀌며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첫 기점이 왔다. 내게도 진보 정치의 공간을 확보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 (진보당이) 잘해야 되고, 지대를 넓혀야 한다.

 

재학 중 정치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직업 정치인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 생계는 어떻게 유지했나

휴학을 너무 길게 했는데 박근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웃음) 지금은 위치를 이전했을 텐데 신촌에서 제일 큰 올리브영에서 오래 일했다. 외국인 분들이 많아서 택스프리(Tax-Free)해드리고 그랬다. 정치 활동을 동시에 해야 하니 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서 좋았다. 출강, 칼럼 기고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2016년 박근혜, 2025년 윤석열 탄핵 국면에 이화여대에서 발언했다. 학생에서 정치인으로 위치가 바뀌었는데, 발언할 때 감회는 어땠나

학교에서 마이크를 잡은 경험이 너무 오랜만이라 그 자체로 만감이 교차했다. 대학생으로서 발화할 때와, 정치인으로서 발화할 때는 (입장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대학생 때는 “이런 부분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그냥 정의롭게만 말하면 됐다. 그런데 정치인일 때는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나이기 때문에 더 소명 의식을 가지게 되더라. 발언하면서도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게 됐다. 

정치인이 된 후 학교에서 탄핵 국면에 목소리 높인 것은 색다르면서 좋은 경험이었다. ‘이화여대’라는 공간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 공간인지 알기 때문에, 더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손솔 의원이 “어려운 상황에도 해낼 수 있는 힘을 줬다”며 2015년 총학생회장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채의정 사진기자
손솔 의원이 “어려운 상황에도 해낼 수 있는 힘을 줬다”며 2015년 총학생회장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채의정 사진기자

지금의 국회의원 자리에 이르기까지, 손솔에게 이화여대는 어떤 의미인가

이화는 사랑이다. 2015년 총학생회장 경험은 ‘어려운 상황에도 해낼 수 있다’는 힘을 줬다. 당시에는 정유라 입시 비리 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물밑에서 의심스러운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학생 의견 수렴 없이 학과 구조 조정이 진행되기도 했다. 밀어붙이는 속도와 학교의 태도가 의심돼 연서명을 받고, 학내 집회를 열어 강압적 구조 조정을 막으려 했다. 지나고 보니 내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 때 외면하지 않았던 그 과정도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해야 하는 일을 적기에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수업에서는 우리대학 FM인 ‘해방’의 의미를 배웠다. 2013년에 입학해 2019년에 졸업했다. 시기상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리부트를 관통해 대학 시절을 보냈다. 알다시피 우리대학은 모든 수업에 여성학이 녹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여자대학이라는 자부심이 있고, 그렇기에 ‘이대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느냐’가 이 사회에서 하나의 척도가 된다고 생각한다.

 

광장에서 함께한 이화인에게 한 마디

비상계엄을 거치면서 학생총회도 잘 해냈고, 정치적인 국면에서 대학생으로서 목소리를 내줘 감사하다. 지난겨울 국가 차원에서 민주주의를 고민했다면, 이제 각자가 있는 곳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고민해 주면 좋겠다. 이화는 안전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토론의 장이 이어지길 바란다.

 

◆노란봉투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사용자 범위 및 노동쟁의 대상 확대 및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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