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 통제된 정문 담넘어 난입한 탄핵 반대 극우 단체
교직원들 인간 바리케이드 만들어 학생 보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26일 대강당 앞에서는 탄핵 반대 시국선언과 이를 저지하려는 이화여대 긴급 행동이 함께 열렸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도 발생했다.
탄핵 반대 시국선언은 기존에 예고한 오전11시보다 이른 오전9시30분에 시작됐다. 탄핵 반대 측 김수아(관현·20)씨는 대표 발언에서 자유가 침해받고 있다고 생각해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작년 계엄에서 체포조 명령과 단전 단수 명령이 있었다는 것은 거짓이기에 작년 계엄은 내란이 아니”라며, “이를 내란이라고 음모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발언했다. 이어 김씨는 우리대학에서 지난해 12월13일 진행된 학생총회 또한 계엄을 내란으로 생각하도록 몰아붙인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긴급 행동 또한 탄핵 반대 집회를 저지하기 위해 예정된 10시보다 30분 이른 시각에 집회를 진행했다. 주최자 문채린(동양화·16)씨는 이화여대 긴급 행동을 제안하며 “선배들이 피로써 일군 민주주의의 역사가 물결치는 이곳에서 극우들의 난동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긴급 행동 연대 발언을 담당한 성채린(철학·18)씨는 “탄핵 반대 세력이 우리 이화의 이름을 이용하는 것을 도저히 눈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 발언 이후 탄핵 반대 측은 ‘도련님열사킬문TV’, ‘신남성연대’ 등 극우 유튜버들이 모여있는 정문으로 행진했다. 총무처 총무팀은 교내 구성원 및 시설물 보호를 위해 정문을 비롯해 △후문 △서문 △북문 △공학관문의 출입을 통제한 상황이었다. 일부 탄핵 반대 측 외부인들은 출입이 통제된 정문을 뒤흔들며 “북한으로 꺼져 이 xx아”, “빨갱이x들은 다 죽여야 해”라고 외치며 재학생을 위협했다. 극우 유튜버들은 확성기를 든 채 “탄핵 무효” 등을 외치며 정문 담 너머에 있는 재학생들의 얼굴을 촬영했다. 이들은 재학생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주먹으로 내리쳐 박살 내기도 했다.
외부인 극우세력은 재학생들에게 신체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추가 피해를 우려해 익명을 요청한 ㄱ(한국음악·24)씨는 이화여대 긴급행동에 참여하며 탄핵 반대 세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ㄱ씨는 “반대 세력이 다른 벗의 후드를 잡아챈 모습을 보고 말리고자 했으나 힘에서 밀려 머리채를 잡혔다”고 말했다. 신남성연대 대표 배인규씨는 정문 담을 넘어 교내로 들어와 재학생을 밀쳐 넘어뜨리기도 했다. 상황이 과열되자 안선희 교목실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정문으로 나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스크럼을 짜 충돌을 방지했다.
이날 시국선언에 탄핵 반대 세력이 약 100명 모였으나, 외부인을 제외한 우리대학 재학생은 약 30명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윤석열 퇴진 요구를 위한 학생총회에서는 재학생 2657명이 참여했다.
오후3시 제57대 총학생회 스텝업은 이화 아트 파빌리온이 있던 자리에서 ‘민주주의와 해방의 역사를 지키기 위한 2차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2차 시국선언에는 재학생 약 300명과 제56대 총학생회장 박서림, 우리대학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손솔 전 진보당 수석대변인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서 의원은 “대한민국이 어려운 지경에 있는데, 여러분이 해방 이후에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2차 시국선언에 참석하고자 학교를 방문한 안수경(커미·23)씨는 “재학생이 아닌 사람들이 학교의 주류 의견인 것처럼 의견을 표명하는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불쾌함을 표했다. 박서윤(행정·23)씨는 “탄핵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떠나 외부인들이 재학생을 위협하기 위해 교내에 들어오는 것은 절대 허락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크럼: 여럿이 팔을 바싹 끼고 횡대를 이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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