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인 약 300명 모여 대통령 즉각 파면 요구
“내란수괴 윤석열 구속 취소 규탄한다!”
13일 오후 6시40분, ‘윤석열 구속 취소 및 즉각 파면 요구 이화인 학내집회 및 행진’(학내집회)이 대강당 계단에서 열렸다. 이번 집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 결정일이 다가옴에 따라 구속 취소를 규탄하고 즉각 파면을 요구하기 위해 진행됐다. 우리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지부 이화여대분회(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이화여대분회 등 약 300명이 함께했다.
이번 집회는 제57대 총학생회 스텝업(총학)과 제57대 중앙운영위원회가 주관했다. 대강당 계단으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피켓을 받아야 했고, 총무처 총무팀이 현장에서 안전 관리를 도왔다. 외부인의 난입이나 물리적 충돌 없이 질서 있게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은 대강당 계단에 줄을 맞춰 앉아 구호를 외쳤다.
학내집회는 학생 자유발언을 비롯해 △예람밴드 공연 △이주희 교수(사회학과) 발언 △공공운수노조 이애경 분회장 발언 △바위처럼 공연 △성명문 낭독 등으로 꾸려졌다. 총 8명의 발언과 2개의 공연이 이어졌으며 다양한 소속의 참가자들은 이화인이라는 이름 아래 한목소리로 뜻을 함께했다.
집회는 예람밴드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예람밴드는 함께하는 삶을 목표로 다양한 연대 활동에 참여하는 뮤지션이다. 공연을 진행한 예람밴드 정서현(27)씨는 “어느 때보다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 학생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며 “학생 개개인이 연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주희 교수는 교수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소회를 전하며 “대한민국이 존망의 위태로운 갈림길에 선 이때, 오늘만큼은 여러분과 희망을 얘기하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희망의 불빛을 우리는 여의도에서, 남태령에서, 그리고 지금 여기 이화의 대강당 앞에서 보고 있다” 덧붙였다. 이주희 교수는 영국 시인 아서 휴 클러프(Arthur Hugh Clough)의 시 ‘투쟁이 소용없다고 말하지 마라’(1848)를 낭독한 뒤 빛의 혁명으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고 당부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우리대학 청소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이애경 분회장은 “우리는 아주 잠시 ‘우리’가 됐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12.3 이전과 이후 우리의 관계, 투쟁,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넓고 깊다”며 차별과 혐오, 착취가 없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서 있다는 연대의 말을 전했다.
총학이 준비한 민중가요 ‘바위처럼’ 공연도 참여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참여자들은 “어야디야 해방 이화 만세”를 외쳤고, 계단 양옆에 위치한 단과대학과 자치 단위의 깃발을 박자에 맞춰 흔들며 축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조형예술대학 권다현, 석지우 공동대표는 촛불집회 당시 제작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초상을 담은 ‘콜라주 대자보’를 학내집회 현장에 다시 선보였다. 이들은 선언문 형식으로 작성된 작품 제목을 읽으며 참여자들에게 당시의 감각을 상기시켰다.
연대 발언과 공연이 모두 끝난 후 곧바로 행진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휴웃길을 지나 본관을 거쳐 정문으로 이동하며 구호를 외쳤다. 행진의 마지막에는 소녀시대의 ‘다시만난세계’(2007)가 울려 퍼졌고, 참가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학생 자유 발언을 맡은 이주은(국문·25)씨는 “윤석열 파면이 당연히 인용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했다”며, “많은 학생과 함께해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다현(행정·25)씨는 이애경 분회장의 발언이 사회의 노동자, 소수자가 함께 투쟁하며 맞서 싸워 나가자는 의미가 담고 있어 인상 깊었다며 “많은 이화인이 함께해 벅차올랐다”고 말했다. 모든 학내집회 과정이 끝난 후 반지민 총학생회장은 “윤석열 구속 취소로 인해 당장의 탄핵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조금 더 행동할 수 있을 방안을 고민했다”며 집회를 준비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생각보다 많은 학우가 함께 해주어 고 큰 힘을 얻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