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난입한 극우 세력 여성혐오적 폭력 행태 보여
학생·시민사회 “여성혐오 규탄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극우 집회)에서 여성혐오적 행위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월26일, 우리대학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참여한 외부인들의 학생을 향한 조롱과 여성 혐오적 폭력이 난무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여성 집단에 대한 명백한 혐오 표현”이라며 규탄했다.

 

여성의 광장에서 여성을 헐뜯는 목소리

개강 시기를 맞은 대학가에서 연이어 탄핵 반대 집회가 있었다. 우리대학을 비롯해 고려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서울권 대학들에서 극우 집회와 재학생이 충돌을 빚었다. 특히 우리대학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신남성연대를 비롯한 극우 유튜버들이 난입해 폭력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는 탄핵 찬성 손팻말을 뜯어 먹는 등의 위협적인 기행을 보였다. 극우 집회 참여자들은 “너 페미냐”, “시집 제대로 가겠냐”와 같은 여성 혐오적 표현은 물론, 학생들의 멱살을 잡고 밀치기도 했다. ㄱ(전전·20)씨는 “이는 명백히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한 인셀 테러”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의견 차이나 집회 갈등이라는 시각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다”며 여성혐오 행태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신변 위협 가능성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탄핵반대 시국선언에 참가한 탄핵 반대측과 우리대학 총무처 직원이 대강당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 <strong> 변하영 사진기자
탄핵반대 시국선언에 참가한 탄핵 반대측과 우리대학 총무처 직원이 대강당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 변하영 사진기자

시민단체들은 우리대학에 난입했던 극우단체의 행태를 비판하며 여성혐오를 규탄했다. △전국 교수노동조합 △대학원생노동조합 △민주 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 연구자협의회 등 10곳은 ‘혐오와 비이성의 더러운 발길을 캠퍼스에 들여놓지 말라: 극우 세력의 대학 난동에 부쳐’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지난 6일 △한국여성단체연합 지부와 회원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등 107개 연대단체는 극우 세력의 이화여대 난입 폭력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반지민 총학생회장은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공간인 이화의 광장을 짓밟고 조롱한 극우 남성들의 폭력과 조롱’을 규탄하며 학생들의 안전과 자유를 짓밟은 자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곪아 터진 '젠더 갈등', 새로운 국면의 발판

우리대학 한국여성연구원 권김현영 연구 기획위원은 신남성연대의 ‘극우 포퓰리즘’ 메커니즘을 설명하며 ‘극우 청년 남성의 얼굴을 한 대중 집회를 기획하고 그것이 가능해진 것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극우 포퓰리즘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결집해 오프라인에서는 성공적으로 동원력을 모은 적이 없었다. 권김 연구원은 “윤석열 탄핵 국면의 오프라인 현장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신남성연대가 극우 쪽 메인 스피커로 주목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극우 집단을 동원하는 감정 자원으로 여성혐오가 선택됐다”고 말했다. 여성혐오를 마음껏 표출할 대상이 된 장소가 이화여대 시위였기 때문에 신남성연대가 우리대학 탄핵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이다. 그는 ‘여성을 집단으로 괴롭히며, 그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청취자로 ‘여성을 모욕하며 자의식을 드러내고 자존감을 채우는 방식’을 통해 이득을 얻는 신남성연대의 행동 방식을 풀어냈다.

그는 극우 청년 남성을 중심으로 한 ‘극우 포퓰리즘’의 전망에 대해 오히려 지금이 문제 해결의 적기라고 말한다. 그는 그동안 한국 사회 내에서 대표적인 극우화된 세력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는 일부 극우 기독교 세력,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며 반공과 숭미를 외쳐온 태극기 부대 등으로 존재해 왔는데 이번에 페미니스트 사상 검증, 사이버 불링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안티페미니즘 스피커들이 탄핵 반대의 국면에서 기존의 극우 세력의 탄핵 반대 신념에 가세하면서 이들이 우파 집회 현장에서의 중요한 행위자로 떠오르면서 문제가 더욱 명확해졌다고 본다.

권김 연구원은 “극우 청년 남성 집단이 여성에게 행한 폭력을 사회가 방관하며 문제가 심화”했음을 지적했다. ‘젠더 갈등’이라는 단어로 방임했던 문제가 곪아 ‘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정치 테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기가 문제 해결의 기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는 모두의 문제로 전환된 극우 남성의 폭력성을 “사법 질서 하에 제어하는 데 성공한다면, 혐오와 폭력을 멈추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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