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공천이 먼저···양당 뒤 줄서야 정치인 된다
정치하며 포기해야 하는 비용 부담 커
사회적 네트워크 부족, 나이주의 인식 여전해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는 청년 목소리 들어야

편집자주 | 이번 학기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는 각 대학이 속한 지역별로 팀을 나눠 연합취재를 진행했다. 명대신문, 성공회대학보, 연세춘추, 이대학보, 홍대신문은 청년정치를 대주제로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청년정치공동취재단(이하 공동취재단)을 구성했다 .공동취재단의 기획기사는 3주에 걸쳐 시리즈로 발행된다. 1주차에는 청년정치의 전반을, 2주차에는 청년정치 활동의 인식을, 3주차에는 청년정치의 구조와 인프라를 다룬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밟고 선 땅이 기울어져 있다면 진가를 발휘하기 어렵다. 청년정치도 마찬가지다. 현행 선거 제도와 공천 구조는 능력 있는 청년 정치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정치에 참여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의 문제도 컸다.

2021년 12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만 18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든 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도전하는 청년들 앞에 놓인 장벽은 여전히 높고 단단하다. 청년 정치인에게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청년정치의 길을 물었다.

 

청년정치의 기울어진 운동장

정치에 도전하는 청년에게 가장 먼저 걸림돌이 되는 것은 선거 제도다. 대한민국은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의회의원선거에서 각각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대다수의 지역구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한다.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한 사람만을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유권자는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유력한 거대 양당 후보에게 투표하게 된다. 양당이 표를 독식하는 현 체제에서는 청년의 의제가 과소 대표될 수밖에 없다. 양당 모두 기성세대 정치인이 주류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strong>문예찬 기자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문예찬 기자

 새로운 정치 세력을 조직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은 2019년 ‘당신이 누구든 매월 60만 원’이라는 슬로건으로 기본소득당을 창당해 20대 당원 비율 80%라는 성과를 냈다. 그는 “소선거구제 중심이기 때문에 거대 양당이 아니면 지역에서 전혀 당선될 수 없는 조건이 하나의 벽이었다. 국회에 들어와서도 소수 정당이라 논의 테이블에 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현 대한민국 정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양당 체제다. 지역구의원 선거는 물론,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의원의 당적이 다양하지 않다. 지난 6월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총 2601석 중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석수 합은 2434석으로 93.58%를 차지했다. 어느 정당의 후보인지가 당락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양당 정치에서 청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거대 정당의 공천을 받을 수밖에 없다.

1995년생인 손솔씨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대문구 가선거구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본교 총학생회장 임기가 종료된 후 진보당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제3의 정치세력을 만들자는 포부를 안고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대문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손솔씨 제공=손솔씨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대문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손솔씨 제공=손솔씨

더불어민주당 주무열 관악구의원은 현행 선거 제도에 대해 “선거 당시 어느 당이 우세한지, 또 그 우세한 당의 공천을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실력으로 지역민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먼저인 현실을 짚었다. 국민의힘 주이삭 서대문구의원은 “양당에서 어떤 사람을 내놓아도 둘 중 하나가 당선되는 공천 시스템은 정치인들이 능력보다 줄 잘 서는 것에 목숨을 걸게끔 만들고 있다”며 비판했다.

줄서기에 따라 정치권 입성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지역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정당은 지역마다 지역위원회를 두며, 지역위원장은 기초위원 선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에 지역위원장 체제하에서 새로운 청년 정치인이 공천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세연 청년정치학교 교감은 “당협위원장이나 지역위원장들이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천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훌륭한 청년들이 실력으로 공천받는 환경이 아닌 줄 세우기 문화가 아직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위원장이 지역위원회 산하 청년위원회 위원장도 직접 임명하다 보니 청년의 의제가 자유롭게 정책화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은 “청년위원장이 지역위원장의 비서처럼 활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금은 청년위원장이 청년의 이야기를 대표하기보다 임명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빈곤한 청년정치, 젊음 팔아 정치한다

선거 자금을 비롯한 비용 문제도 컸다. 용 의원은 “기성 정치인들처럼 인적 네트워크가 많지 않았기에 당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과 후원금으로 당을 운영했다”며 “대출받아 생활하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손씨도 “지방선거에 출마하며 빚을 지게 됐다”며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 정도의 빚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1500만 원,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서는 500만 원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해야 한다. 39세 이하인 청년 후보자의 경우 유효투표 총수의 10% 이상 득표하면 납부한 기탁금 전액을, 5% 이상 10% 미만 득표한 경우 반액을 반환받는다. 그러나 손씨는 “다른 후보자들의 기본이 청년에게는 최대치”라고 말했다. 선거에 기탁금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어 “함께 선거를 했던 분들이 다 대학생 청년이었기 때문에 차가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다른 후보들은 자차에 홍보용 차까지 등록할 때 우리는 차 하나 빌리는 기본조건을 만드는데도 빚이 생겼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은 더 크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선거 자체에 드는 비용보다도 더 문제인 것은 정치를 하면서 잃게 되는 기회비용”이라고 말했다. 공천받기 위해 최소 몇 년은 정치권에서 활동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돈을 모을 시간이나 경력을 쌓을 시간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든 정당이든 정치권 내부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많이 만들어주고 경험과 실력을 쌓아 청년들이 정치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에 드는 자금을 일시적으로 지원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지만…지지층 부족에 무시까지

정치 관련 네트워크 부족 역시 청년 정치인들이 겪는 문제로 꼽힌다. 이로 인해 청년들이 모여 정치적인 의제에 대해 나눌 기회가 적고 선거 출마 시 인력을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손씨는 “사회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지역 모임에 청년들이 참여하기 어렵다”며 청년들에게는 새마을협의회, 자치회 등 청년들이 갈 수 있는 모임이 없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지금의 50대가 사회적 네트워크들을 다 갖고 있다”며 “서로 다 아는 사이기 때문에 전화 한 통이면 의견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자원이 청년층에게 매우 부족하다는 의미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주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김경주씨 제공=김경주씨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주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김경주씨 제공=김경주씨

덧붙여 더불어민주당 경주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김경주씨는 당 내부 차원에서 청년 정치인을 위한 인적 자원과 네트워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 출마 시 자금 관리를 맡아줄 전문 인력도 후보자 개인이 찾아야 하는데 청년 정치인은 다른 후보자에 비해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에 뛰어든 청년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기도 한다. 김씨는 “청년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폄하하고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그에 반해 나이가 많은 후보자의 경우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다양한 특혜를 주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당 내부에서 활동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낀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민의힘 우종혁 강남구의원 역시 “젊은 후보이기 때문에 분명 어려운 점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후보 등록을 한 후 ‘어린 나이에 구의원을 하는 게 옳지 않다’는 전화가 걸려 오기도 했다”며 “청년이라는 나이가 일종의 양날의 검”이라고 덧붙였다. 용 의원은 “기성세대 정치인은 청년 국회의원에게 반말을 하는 등 의원 간 위계 관계에 대한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할당을 넘어, 교육과 훈련으로 청년 인재 길러내야

더불어민주당 권지웅 전 비대위원 제공=권지웅씨
더불어민주당 권지웅 전 비대위원 제공=권지웅씨

청년 정치인들의 정치권 진입을 수월하게 만들기 위해 공천 시 청년들의 비율을 정해 놓는 경우도 있다. 소위 ‘청년 할당제’라 불리는 방침이다. 그러나 청년 할당제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권 전 위원은 “현재 정치권의 세대 비율이 기울어져 있다”며 “청년 할당제가 무조건적인 답은 아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연구원도 “할당제는 특혜가 아니라 청년들의 몫을 되찾아오는 것일 뿐”이라며 정당에서 청년 공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이 대표는 청년 할당제로 “청년 정치인 수가 10%에서 20%로 늘어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할당 비율을 늘려도 실질적으로 정계에 입문하는 사람은 한두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권 전반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의힘 정성훈 양산시의원은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선되는 경우는 위험할 수 있다”며 청년 정치인의 정치 실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 교육과 훈련을 내건 시도도 있다. 청년정치학교는 대학교수, 언론인, 국회의원 선임비서관 등 각계 전문가들의 강연을 비롯해 토론배틀과 모의 국정감사 등 다양한 정치 훈련 과정을 통해 청년들의 원활한 정치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다. 정병국 청년정치학교장은 청소년 대상 ‘영 리더스 클럽’과 일종의 대학원 과정인 ‘청년정치대학원’도 운영하는 등 교육과 훈련에 기반을 둔 정치교육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시민 정치 교육 차원에서 더 나아가 출마와 당선을 목표로 현실 정치에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정치 지망생들을 양성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김성식 전 국회의원을 운영위원장으로 두고 있는 ‘스튜디오 반전’은 “기후위기, 미·중 갈등, 불평등 심화 등 대 전환기에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반성적 성찰과 미래 비전을 갖춘 선출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피선거권을 가진 정치인 희망자들을 교육할 계획이다.

 청년은 사회의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세대다.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 청년들의 발언이 필요한 때다. 이주형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청년의 정치적 권한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분야에 관해 이야기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사회와 정치, 정부는 그것을 경청하고 반영할 의무가 있습니다. 앞으로 이 사회를 살아갈 시간이 더 많은 세대에게 다가올 문제에 대한 결정을 맡기는 것이 정의롭지 않을까요?”

 

팀장 이대학보 문예찬 편집부국장

이대학보 김지원 기자

명대신문 송민석 기자

성공회대학보 김계수 기자

홍대신문 김진희, 박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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