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번 학기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는 각 대학이 속한 지역별로 팀을 나눠 연합취재를 진행했다. 명대신문, 성공회대학보, 연세춘추, 이대학보, 홍대신문은 청년정치를 대주제로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청년정치 공동취재단(이하 공동취재단)을 구성했다. 공동취재단의 기획기사는 3주에 걸쳐 시리즈로 발행된다. 1주차에는 청년정치의 전반을, 2주차에는 청년정치 활동의 인식을, 3주차에는 청년정치의 구조와 인프라를 다룬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하위인 지표에는 무엇이 있을까? 행복지수, 수면시간, 출산율과 같은 것들은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국회의 ‘청년 대표성’ 또한 세계 최하위권이다.

대표성은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으로, 대표자가 시민의 입장을 얼마나 잘 대변하는지를 의미한다. 청년 대표성이 매우 낮은 한국의 정치 사회에는 청년의 입장을 대변하는 청년 정치인이 적다. 21대 국회에서는 30세 미만이 2명, 40세 미만은 13명으로 청년세대 정치인이 전체 의석의 4.3%를 차지했다. 21대 총선 당시 40세 미만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33.8%였던 것에 비하면 청년세대가 얼마나 국회에서 과소 대표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이렇듯 현재의 정치 구도에서는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기성세대 중심으로 짜인 정치 시스템 안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이상, 청년 정치인들은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 기성 정치권 안으로 진입한다고 해도 청년 정치인은 소모적으로 이용되기 일쑤다. ‘변화’와 ‘혁신’을 상징하며 등장하는 청년 정치인들은 선거 기간 동안 20·30세대의 표를 모으는 데 사용된다. 그러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들은 ‘토사구팽’ 된다.

청년들이 집도 꿈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 이들을 대변해 줄 청년정치는 어디에 있을까.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청년정치 공동취재단은 청년정치란 무엇인지, 더 나은 청년정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청년정치의 현주소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한 박지현, 국민의힘 대표로 활동한 이준석. 두 사람의 공통점은 청년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젊은 여성들의 표를 집결시켰으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떠오르는 인물 100인’으로 선정됐다. 이준석 전 대표는 역대 최연소 제1야당 대표로서, 2021년 6월부터 1년 2개월간 당을 이끌었다.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들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청년 정치인들이 정치계에 나타나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상 자체가 긍정적”이라며 “최근 정당에서 활동하는 이준석, 김용태나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처럼 청년들이 정치의 여러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모습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청년 정치인들이 극복해야 할 한계는 남아있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오세제 선임연구원은 “청년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고 국민들도 이를 원하는데, 현재 청년정치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성세대를 넘어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고 싶다면 젊은 나이만 내세워 정치에 도전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이 시대에 ‘왜 청년 정치인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더 분명하고 실체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제공=이동학씨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제공=이동학씨

전문가들은 청년 정치인들의 행보에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전체 의석의 5%도 안 되는 수로 국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성세대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의 ‘청년 과소대표’ 현상은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더욱 실감할 수 있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한국 국회의 청년 대표성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2021년 기준 나라별 30세 미만 의회 의원 비율은 △노르웨이 13.6% △덴마크 9.5% △스웨덴 9.42%이지만, 한국은 0%이다. 청년의 범위를 30대까지 넓혀서 보자면, 40세 미만은 △아르메니아 57.58% △우크라이나 46.34% △이탈리아 42.7%로 상당수의 나라들에서 청년 의원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지만, 한국은 3.7%로 147개국 중 세계 107위이다.

 

청년정치에서 말하는 '청년'

그렇다면 여기서 계속 논하고 있는 ‘청년’은 누구를 뜻하는 것인가? 정치권에서 정의하는 청년의 의미는 제각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청년 당원 기준은 만 45세고, 정의당은 만 35세 이하다. 이렇게 ‘청년’의 기준이 다른 것은 그 정의가 모호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을 기본적으로는 연령의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지만, 변화와 혁신의 주체로서 바라보기도 한다.

이 조사관은 청년의 ‘연령대’가 가지는 특징에 주목한다. 그는 “청년이라는 개념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보통 20대부터 30대까지를 청년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연령적인 정의에서 청년은 성별, 인종과는 다른 가변적인 특징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다른 정체성과 다르게 나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특징이 있고, 이로 인해 ‘청년’ 개념은 독특한 의미를 가진다.

 

국회도서관에서 만난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수현 기자
국회도서관에서 만난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수현 기자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 공동위원장은 이러한 연령 정의에 새로운 시각을 덧붙인다. 그는 “청년이라는 개념은 ‘나이’로만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젊음’으로도 규정된다”고 말했다. 변화 지향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청년’이라는 것이다.

청년을 미래 지향적이고 가능성이 있는 세대로 바라보는 시각은 ‘청년정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정의에도 드러난다. 오 연구원은 청년정치가 단순히 ‘청년들이 하는 정치’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의제를 포함해 새로운 방식으로 하는 정치가 청년정치”라며 “기회를 공정하게 가지지 못한 청년들이 청년정치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과 유사하게 이 전 최고의원은 청년의 소수자성과 대안적인 측면에 주목해 청년정치를 논한다. 그는 청년정치를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정치에 중심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세대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치”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청년들의 목소리가 기성정치에서 지워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청년들을 대변해주는 것이 청년정치다.

 

기성정치의 질서를 넘어서

청년이 지니는 ‘혁신성’은 기성정치와 구분되는 청년정치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연령과 혁신성을 연결 짓는다. 그러나 허 위원장은 이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연령이 낮을수록 더욱 혁신적인 경향을 띠는 것은 맞지만 낮은 연령이 혁신성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 공동위원. 제공=허승규씨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 공동위원. 제공=허승규씨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추구하는 것이 청년정치이다. 이주형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기성정치가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 축적된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것이 청년정치”라며 청년정치의 참신함을 강조했다.

청년정치는 단순히 새로움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기존 사회 질서에 끊임없이 저항해야 한다. 이것이 기성정치와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차이다. 오 연구원은 “기성정치는 기득권에 편입되려 한다는 점에서 청년정치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청년정치와 기성정치의 차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다.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청년과 현재에 더욱 집중하는 기성세대의 특성이 정치에도 반영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청년정치가 기성정치와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이 조사관은 “청년정치와 기성정치 모두 본인의 세력을 확대하려는 모습만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청년정치가 불공정한 사회 구조를 개혁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정치가 기성정치와 명확한 구분점을 갖기 위해서는 청년정치에 제도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허 위원장은 “청년정치는 기존 정치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새로운 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선 여러 집단의 의견이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 이 대표 역시 “현재 정치는 수도권, 대졸자, 남성 위주”라며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청년네트워크 이주형 대표. 홍대신문 노소영 기자
전국청년네트워크 이주형 대표. 홍대신문 노소영 기자

청년정치는 기성정치와 내용적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여야 한다. 나이만 젊은 것이 아니라 정치 의제 또한 젊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사관은 “청년 정치인들은 훗날 본인들의 삶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의제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세계는 기후 변화나 식량 위기, 난민과 같이 다양한 정치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와 같은 의제들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으며 기성세대보다 미래세대의 삶과 더욱 직결된다. 청년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가 필요한 때다.

이 조사관은 “청년들이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입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청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곧 청년정치다. 이 대표는 “청년정치는 청년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많은 청년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길 희망했다.

“청년이란 건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데 정치에선 잘 보이지 않는 낯선 대상이에요. 이런 간극이 있기 때문에 ‘청년정치’를 통해 그 괴리를 해소하려는 거죠. 청년 정치인의 수가 많아져 청년들이 중요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다면 ‘청년정치’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예요.”

 

팀장 이대학보 정예은 기자

이대학보 김수현, 윤채은 기자

연세춘추 이승연 기자

홍대신문 노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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