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오십일만 이천 분의 귀한 시간들. 46호의 신문. 직접 찍은 사진으로 나간 수많은 기사들. 2년의 이대학보 생활을 마무리할 시간이 왔다. 처음 2학기는 사진기자로, 다음 2학기는 사진부장으로 이대학보와 함께했다. 이대학보에서 내 이름으로 남길 수 있는 마지막 칼럼을 앞두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마음 속 여러 장면이 겹쳐 떠오른다. 

처음 카메라를 들고 나간 취재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졸업생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단상에도 올라가 사진 촬영을 하고,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에서 나온 변하영 기자입니다”라고 처음으로 나를 수식하는 새로운 언어로 소개하는 순간. 총 4번의 학위수여식과, 수많은 교내외 행사의 모습, 다양한 인터뷰이들의 많은 이야기가 담긴 얼굴까지. 어설픈 것이 많았지만 사진 속에는 기자로서 카메라를 든 설렘과 떨림이 가득 담겨 있다. 

부장으로 지낸 두 학기는 사뭇 다른 시간이었다. 사진부에 혼자 남아 자연스럽게 부장을 맡았을 때 신입기자 3명과 함께하는 사진부가 걱정되기도 했다. 좋은 구도는 무엇인지, 취재원에게 어떤 멘트를 건네야 할지 현장에서 알려줘야 하는데도 많은 부장 업무로 인해 현장에 함께 나가는 것은 어려웠다. 부장은 단순히 사진을 잘 찍어오는 것을 넘어 여러 기자의 시선을 품고, 그 시선을 독자에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기자로서의 취재 현장은 언제나 배움이었다. 행사에서 무대와 관중 사이를 뛰어다니며 그 순간을 즐기는 학생들의 환호를 담았던 기억, 갑작스러운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카메라를 먼저 감쌌던 순간,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학생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을 담아내던 순간, 학보가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인물들과의 진솔한 이야기까지. 그 모든 시간이 나에게는 배움의 시간이었다. 사진기자는 단순히 눈앞의 모습을 찍는 사람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목소리를 기록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그것은 피사체에 대한 진실된 마음, 사랑이 담겨 있어야 가능한 일임을임을 깨달았다. 

부장으로서의 시간은 끊임없는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었다. 혼자 좋은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지, 어떤 제목이 적절한지,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할지 매번 선택해야 했다. 모든 고민과 선택의 책임은 부장인 나에게 있었고, 때로는 그것이 무겁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학보를 사랑하기에, 함께하는 기자들을 사랑하기에, 그들이 취재해온 이야기와 사진을 사랑하기에 짊어질 수 있었던 유의미한 부담이었다.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교차한다. 매주 마감을 앞두고 느끼던 압박감, 모든 기사의 사진을 챙겨야 했던 피로는 이제 내려놓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새 신문이 나올 때의 설렘, 지면 속 내 이름을 확인하던 뿌듯함을 더 이상 맛볼 수 없다는 사실은 섭섭하다. 2년 동안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 학보가 사라지면, 그 공백이 얼마나 클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학보에 들어온 건 졸업 전 ‘뭔가 유의미한 활동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필수 학기인 3학기를 넘어 4학기째까지 함께했고, 이제 퇴임을 앞두고 있다. 발행은 여섯 번 남았지만, 나는 먼저 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대학보 기자로서의 시간은 내게 무엇을 남겼는가?”

아마도 가장 큰 선물은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배운 일이다. 카메라 앞에서 웃어 준 취재원들에게 감사하며, 낯선 이를 존중과 애정의 눈빛으로 담아내는 법을 익혔다. 인터뷰이의 삶 속에 스며 있는 사랑을 사진으로 옮겨 독자에게 전하는 법도 배웠다. 부장으로서 부원들을 아끼고 격려하는 법, 함께 신문을 만드는 동료들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법도 모두 내게 남았다. 결국 이대학보는 나에게 ‘사랑을 기록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셈이다.

앞으로 나는 기자가 아닐 수도 있고, 카메라를 늘 들고 다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보가 남겨준 사랑의 가치는 오래도록 내 안에 살아 있을 것이다. “사진 한 장에도 이야기가 있고, 사랑이 있다.” 이제 학보를 마치고 학생의 자리, 그리고 사회로 돌아가 그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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