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번 주 내린 눈 덕분에 캠퍼스 곳곳이 눈사람들로 가득했던 한 주였습니다. 단풍 위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은 계절의 변화를 알리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냈습니다. 눈사람들 사이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는데요, 바로 선거철이 시작된 것입니다. 지난주 우리 대학에서는 앞으로 4년간 우리대학을 책임질 총장과 1년 동안 학생들을 대표할 총학생회장을 뽑는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총장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는다는 것은 우리대학의 자랑이라 해도 좋을 만큼 큰 의미를 지닙니다. 총장 직선제는 대학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반영하는 중요한 민주적 장치로, 전국 사립대학 중 이를 시행하는 곳은 7개 대학에 불과합니다. 우리대학도 2017년에서야 학생을 비롯한 여러 구성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실질적 직선제를 도입했으니, 그만큼 어렵게 얻은 권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총장선거에서는 학생 선거권자 약 2만 명 중 겨우 4천 명만이 투표에 참여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다른 구성원들의 투표율이 6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숫자입니다. 총장선거는 단순히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을 넘어 대학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며 방향성을 설정하는 장으로도 기능합니다.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이화라는 공동체를 이끌어갈 지도자에게 구성원이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대학보에서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듯, 학생 선거권자의 투표 반영 비율은 낮은 편에 속합니다. 학생 213표가 교원 1표의 가치와 같을 정도이니, 학생들이 투표의 효용을 느끼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렵게 쟁취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것은 그 가치를 퇴색시키는 일이 아닐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총장선거뿐만 아니라,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선거도 같은 시기에 진행됐습니다. 학생 자치의 근간이 되는 선거인 만큼, 이대학보 기자들은 밤을 새워가며 후보들의 공약을 검토하고, 캠퍼스 곳곳을 누비며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러한 이대학보의 노력은 단 하나의 바람에서 출발했습니다. 바로 독자 여러분께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때 그 가치를 알고, 신중하게 결정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대학보에서 제공하는 기사 한 줄이 독자 여러분의 선택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했다면 그것만으로 목표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는 끝났고 새로운 지도자들이 탄생했습니다. 총장과 총학생회장, 그리고 각 단과대학 대표로 선출된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들이 이화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단호하게 이화의 가치를 실현하길 기대해봅니다. 오랜 시간 이화가 쌓아온 가치는 기존 교육에서 배제됐던 여성 교육에서 출발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화의 가치를 단순히 과거에 기반해서만 해석하는 것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며 끊임없이 재해석하는 지도자들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대학보는 깨어있는 감시자로서 그들의 행보를 면밀히 지켜보고 기록하겠습니다.
2024년, 이대학보는 이번 호를 끝으로 한 해의 발행을 마무리합니다. 한 학기 동안 독자 여러분께 전한 정보들이 여러분의 권리 행사에 작은 도움이라도 됐기를 바랍니다. 올 한 해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내년에도 다채롭고 깊이 있는 기사들로 찾아뵙겠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