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의 아이돌’로 유명한 남성교수중창단 소속이자 ‘이화의 풍경 사진사’로 유명했던 황규호 명예교수(교육학과)가 ECC 대산갤러리에서 첫 사진전 ‘이화의 사계’를 열었다. 익숙한 캠퍼스 풍경이지만 계절의 흐름이 느껴지는 사진부터 아령당 담장의 기왓장에 얹힌 단풍 사진까지. 이화의 사계절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사진이 전시장의 흰 벽을 수놓았다. 황 교수의 사진전은 그의 이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 이화 안 사람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았다. 총동창회가 주관한 이번 사진전은 31일까지 매일 오전10시~오후5시 진행된다.
 

황규호 명예교수는 “총동창회 측의 추진으로 전시회를 열게 되어 뜻 깊다”고 말하며, 자신의 사진을 통해 “이화의 공간을 아름답게 기록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strong>강연수 사진기자
황규호 명예교수는 “총동창회 측의 추진으로 전시회를 열게 되어 뜻 깊다”고 말하며, 자신의 사진을 통해 “이화의 공간을 아름답게 기록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강연수 사진기자

 

이화에서의 추억을 담아

봄에 활짝 피어난 진달래, 여름의 녹음, 가을의 높은 하늘, 겨울의 포근한 설경. 계절은 매년 다시 돌아오지만 자연은 해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같은 가을이어도 항상 낙엽이 울긋불긋 예쁘게 지는 건 아니에요.” 황 교수는 “(사진전을 찾는 관객들이) 매년 같은 계절을 찍은 사진이어도 매번 다른 이화의 모습을 눈여겨 살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은 2010년 눈 덮인 ECC와 본관, 그 앞의 나무들을 담은 사진이다. 그는 “2010년 이후에는 이 정도로 많은 눈이 오지 않았다”며 “행운처럼 포착한 사진을 이화 구성원과 나누기 위해 오래전 사진을 다시 꺼냈다”고 말했다.

그의 전시는 관심을 두지 않으면 스쳐 지나갈 작은 아름다움도 담아낸다. 교내의 수많은 꽃 중 49종의 사진이 전시장의 나가는 길목에 배치됐다. 사진 하단에는 그 꽃의 이름과 꽃이 많이 피는 장소도 적혀 있다. 사진전을 방문한 조은별(초교⋅20)씨는 “학교를 떠나신 황규호 교수님을 뵙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며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캠퍼스의 꽃들을 이제야 제대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교수의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다. 이른 새벽 치워진 ECC 계단의 눈부터 언제나 잘 관리된 이화동산의 잔디까지, 캠퍼스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세월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다. 기숙사 뒤편에 고층 아파트가 없던 시절의 하늘, 벽면이 타일로 이뤄져 있던 음악관. 황 교수는 오랜 기억 속에만 머물러 있는 이화의 모습을 사진 한 장에 담아내 현재의 이화에도 전하고자 했다. 황 교수는 ‘이화의 사계’ 전시에서 “관객들이 사진을 감상하며 추억을 되새길 뿐만 아니라 이화가 남겨온 발자취, 학교를 위해 일하는 수많은 사람의 노고를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규호 사진전, 이화의 사계’ 전시를 감상하며 작품 사진을 남기는 관람객의 모습. <strong>강연수 사진기자
‘황규호 사진전, 이화의 사계’ 전시를 감상하며 작품 사진을 남기는 관람객의 모습. 강연수 사진기자

 

일상의 한순간을 간직하는 방법, 사진

1995년 우리대학에 부임해 올해 2월 퇴임하기까지 이화에서 지내온 그가 본격적으로 풍경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였다. 그는 연구년을 맞아 떠난 미국에서 이름난 국립공원을 다니며 그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장만했다. 우리대학에 돌아와 바쁜 일상을 보내며 사진에 대한 애정은 더욱 커졌다. 황 교수는 이화를 찍는 일을 “아이의 성장 사진을 찍는 것”에 비유했다. 매일 스쳐 지나가는 일상에서 아이의 예쁜 모습을 발견하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계절마다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는 캠퍼스를 카메라에 담아낸 것이다. 정식으로 사진을 배운적은 없지만 황 교수는 혼자 다른 이들의 사진을 보며 좋은 구도를 잡는 법과 촬영 방법을 공부했다. 그는 “12월31일에도 겨울의 이화를 담기 위해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카메라만 들고 있었을 정도로 사진 찍는 걸 좋아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주로 사람보다 풍경 사진을 찍어왔지만, 카메라로 캠퍼스를 담다 보면 학생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풍경의 한 장면이 되기도 했다. 그는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의 어느 날, 캠퍼스에서 오리 모양 틀 집게로 ‘눈오리’를 만드는 두 학생을 본 기억을 떠올렸다. 학생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 황 교수는 그 학생들을 ‘눈오리 학생’이라고 저장하고 찍은 사진을 보내줬다. 그는 당시 찍었던 학생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외에도 졸업 가운을 입고 그간 이화에서의 기억을 추억하고 있는 학생들, 폭우가 쏟아진 날 ECC에서 홀로 빨간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 황 교수의 사진 속에는 살아 숨 쉬는 이화의 풍경과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이들의 순간이 가득하다.

황 교수가 찍은 사진의 가치는 나눌 때 빛을 발한다. 2022년 채플에서 자신이 선정한 이화의 가장 아름다운 곳인 ‘이화팔경’을 학생들에게 직접 설명하기도 했고, 정년퇴임을 맞은 선배 교수들에게 이화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선물하기도 했다. 황 교수의 사진을 감상한 이들은 “힐링 된다”, “사진에 애정어린시선이 느껴진다”는 칭찬을 남겼다. 황 교수는 “사진을 찍는 것보다 그 사진을 통해 찍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게 더욱 대단한 일”이라며 사진뿐 아니라 그 이면까지 바라봐준 이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황규호 교수가 퇴임 후 찾은 아프리카에서 직접 찍은 사진. 제공=황규호 명예교수
황규호 교수가 퇴임 후 찾은 아프리카에서 직접 찍은 사진. 제공=황규호 명예교수

29년간 머문 이화에 대한 정을 담아 캠퍼스의 사계절을 기록했던 그는 정년퇴임 후 이화 밖의 다양한 피사체로 렌즈를 돌리기 시작했다. 퇴임 직후 딸이 있는 아프리카를 찾아 드넓은 대지와 광활한 자연을 담아낸 그는 “앞으로 여행을 다니며 아름다운 자연을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학자로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하고, 주요 보직을 맡으며 학교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황 교수는 앞으로 더 넓은 세계를 자유로이 다니며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할 예정이다. 황 교수 사진전의 모든 수익금은 ‘사진이 의미 있는 곳에 사용됐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에 따라 총동창회 발전기금으로 쓰인다.

자신의 사진전을 소개하는 글이 적힌 벽면 앞에 서 있는 황규호 명예교수. <strong>강연수 사진기자
자신의 사진전을 소개하는 글이 적힌 벽면 앞에 서 있는 황규호 명예교수. 강연수 사진기자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