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재정 지원 확대 요구
대중교통 환승 체계 탈퇴는 안 해
서울특별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조합)이 지난 5월 파업을 언급한 데 이어, 대중교통 환승체계 탈퇴라는 강수를 두고 있다. 우리대학 기숙사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대문05’ 마을버스도 조합에 속한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재정 문제를 두고 계속되는 서울시와 조합 사이 갈등에 학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교내 셔틀버스(셔틀)가 다니고 있지만 많은 학생이 서대문05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기상상황 악화, 공휴일 등으로 셔틀이 운행을 중단하거나, 조형대삼거리로 출발지가 변하는 야간셔틀 운행 등으로 이용하기 힘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정문에서 기숙사까지는 도보로 약 20분이 걸린다. 다른 정류장에서 하차해 정문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따진다면, 실상 25분을 꼬박 올라가야 기숙사에 도착할 수 있다. 한편 서대문05의 종점인 북아현삼거리 정류장은 우리대학 기숙사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2호선 아현역 앞 북아현로입구역 정류장에서 버스를 이용할 경우, 7분이면 해당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다. 본지 기자가 9일 오 후11시 북아현삼거리에 방문해 확인한 결과, 서대문05에는 우리대학 학생이 3명 중 1명꼴로 탑승해 있었다.
마을버스는 민영제로 운영해, ◆준공영제 로 손실액을 모두 보전받는 시내버스와 달리 보조금으로 손실액 일부만 지원받는다. 환승체계에 대한 첫 합의가 이뤄진 것은 △서울시 △조합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대중교통 환승통합거리비례제 시행에 따른 운임정산 합의서’를 체결한 2004년이다. 조합이 환승체계에 소속돼 있으면 운영손실액이 발생한다. 인당 1200원씩 받을 수 있던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체계에 속함으로 인당 524원씩 손해 보며 676원만 정산받아 적자가 생긴다. 서울시는 이를 보전하기 위해 일부 운영손실액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재정지원한도액 산정 방식에 입장차가 존재했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마을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 등 에 관한 조례’ 제3조에 따라 2년 단위로 마을 버스 운행에 필요한 운송원가를 산정해 마을 버스에 손해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1대가 하루 운행에 필요한 평균 비용을 48만6098원으로 보고 이보다 수익이 적다면 재정지원한도액인 최대 23만 원까지 지급한다. 반면 조합은 재정지원한도액 없이 산 정한 운송원가를 모두 보조금으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재정 지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조합의 임의 운행 방식으로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2023년 마을버스 적자업체 재정지원 확대 계획’을 통해 버스 1대당 1일 21만 원이던 재 정지원한도액을 23만 원으로 상향했다. “올해 2019년 192억 원 대비 약 115% 늘어난 412억 원의 지원금을 투입했다”며 그럼에도 첫·막차 시간 미준수, 일정하지 않은 배차 간격 등 운수사 임의 운행 사례가 다수 발생해 조합이 개선하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합은 “서울시가 2019년 이후 일일 운송원가에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서울시가 현장 조사 없이 잘못된 (임의 운행) 정보를 전하는 것”이 라고 반발했다.
조합은 연 1000억 원의 환승손실금이 발생하는 데에 추가적인 재정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조합 이병욱 전무는 “(2004년에 작성된 환승체계 합의서에) 환승손실금 보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빠져있다”며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무는 조합도 환승체계 탈퇴가 진짜 목적은 아니라며 “손해 보는 예산 전부를 (서울시에서) 지원해 달라는 게 아니라 물가 상승에 맞춰 최소한 마을버스가 하루를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합과 지자체 간의 갈등은 마을버스 주 이용자인 교통약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명지대 박호철 교수(스마트인프라공학부)는 “지하철, 시내버스 등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모세혈관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마을버스의 공백은 이동권을 저해하는 요소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결국 오랜 기간 지속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수지 악화로 인해 어려워진 마을버스 산업을 지원하고, (마을버스) 업계는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개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생들은 마을버스의 환승체계 탈퇴 시 발생하는 교통비 증가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ㄱ(화학·23)씨는 “대중교통 비용이 300원만 올라도 한 달 평균 6만 원이던 교통비가 7만5000원으로 오르는데, 마을버스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면 교통비가 배가 된다” 며 불만을 표했다. ㄱ씨는 신원 특정 가능성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준공영제: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이 두루 이용하는 사유물이나 사유 시설을, 공적인 기관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것에 준하게 사업자가 경영하거나 관리하는 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