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시위 조끼를 입고 근무를 하는 교내 노동자의 모습. 이들의 가장 큰 요구는 ‘생활임금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의 인상’이다. 강연수 사진기자
노조 시위 조끼를 입고 근무를 하는 교내 노동자의 모습. 이들의 가장 큰 요구는 ‘생활임금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의 인상’이다. 출처=이대학보 DB

9일 공포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은 우리대학 노동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란봉투법은 내년 3월 시행 예정으로, 아직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으로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 기업의 확대된 책임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사용자로 분류된 원청 기업에게는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성실히 응할 의무가 부여된다. 개정 전 노동조합법은 사용자를 좁게 규정해 하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단체교섭을 통해 원청에 요구사항을 피력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하청 노동자들도 원청과의 교섭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근로 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이라도 근로 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및 결정할 수 있다면,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우리대학에서는 △학교 당국 △3개 노동조합 △5개 하청업체가 노란봉투법의 이해당사자가 된다. 우리대학 경비직 노동자는 ‘원이앤에스’라는 재하청업체 소속으로 근무한다. 원이앤에스는 학교 당국과 계약을 체결한 ‘에스원’의 하청업체다. 경비직 노동자들은 그간 학교 당국에 복리후생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기 어려웠으나, 노란봉투법으로 학교 당국과의 소통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대학 구성원들은 가이드라인에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사용자성) 범위를 정하는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성을 분명히 정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박귀천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가장 시급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사용자성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으면, 많은 하청업체를 둔 기업에서는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노동조합 중 하나인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이화여대지회(민주일반노조)의 이일웅 지회장도 빠른 시일 내에 원청의 사용자성이 규정돼야 “하청 노동조합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계획이 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이 원청으로서 사용자성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 지회장은 “(우리대학이) 당연히 사용자성을 가진다”고 봤다. “하청 노동자들이 학교 당국에 소속된 직원들과 같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세부 기준이 필요해 현시점에서 이를 단정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청의 사용자성은 “하청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을 원청이 지배 및 결정하는 지위에 있는지,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가 원청의 사업에 필수적인지, 원청이 단체교섭으로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집단적으로 결정할 타당성을 가지는지 등 여러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자 권리를 위해 목소리 낼 수 있는 방법은 시위투쟁뿐이다. 출처=이대학보 DB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자 권리를 위해 목소리 낼 수 있는 방법은 시위투쟁뿐이다. 출처=이대학보 DB

구성원들은 학교 당국이 하청 노동조합과의 소통을 원활히 할 것을 기대했다. 이 지회장은 학교 당국에게서 “15년 동안 학교 당국이 아닌 하청업체와 얘기하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학교 당국이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를 포용적인 자세로 경청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대학 노학연대모임인 바위도 “학교 당국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학내 노동자와의 교섭 등을 통해 노동 환경 개선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노란봉투법 시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대화와 소통에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 개정을 넘어 학생 사회와 노동자의 연대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민주일반노조 손종미 사무장은 노동 의제는 우리대학 학생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학생이 위험에 처했을 때 가장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람은 경비원”이라며 기계화를 이유로 경비 인원을 감축하는 행위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학교 당국의 결정에 의해 학생들이 입을 피해를 고려하면, 학생 사회가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권리 증진을 위한 첫 걸음일 뿐 후속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구성원들은 지적했다. 바위는 “배달 라이더, 택배 배달원 등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근로자성 확대가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자라 불리는 이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무 환경 개선을 원청에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바위는 이번 입법에서 노동계의 많은 요구사항이 누락됐다고 말하며, 노동조합법에 상세 조항을 추가해 “소외되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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