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넘어, 초록의 내일로." 6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로의 길을 모색하는 '2025 기후정의 페스티벌'이 열렸다. 대학생기후행동 이대지부는 지난여름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바탕으로 산업재해와 에코페미니즘을 주제로 삼아 노동과 젠더의 시각에서 기후위기를 조명했다.
기후정의 페스티벌은 대학생기후행동(대기행)이 주관했다. 올해 행사의 콘셉트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다. 도로시가 에메랄드 성을 향하며 다양한 인물과 연대하는 이야기처럼, 기후정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주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했다. 본무대 낭동극에는 기후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집단을 상징하는 △도로시(미래세대) △양철나무꾼(노동의제) △허수아비(식량의제) △사자(비인간생명) △무지개요정(자연과 기후) △안경마녀(장애인∙장애를 가진 신체) △동반자마녀(여성∙젠더∙퀴어))가 등장했다.
무대는 기후위기가 사회적 제약, 차별과 엮여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안경마녀는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동반자마녀는 치마를 입어서 폭풍이라는 기후위기에서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두 사람은 함께 살지만, 법적으로 서로를 보호할 수 없는 관계였다. 본무대 기획을 맡은 서울여대 최이안(데이터사이언스∙24)씨는 "동반자마녀를 통해 성, 젠더, 퀴어에 관한 논의가 각각 단일의제라기보다는 궤를 같이하는 것임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특히 두 마녀가 법적으로 의지할 수 없다는 내용은 '생활동반자법' 제정 필요성을 나타낸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가족, 친구, 연인의 다양한 형태를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낭독극은 기후위기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대기행 이대지부의 '노동' 부스는 올여름 기록적이었던 폭염이 노동 환경에 미친 영향을 체험을 통해 느낄 수 있게 했다. 부스를 운영한 김미성(식영∙23)씨는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느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주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부스 참여자들은 직접 현장 조끼를 입고 미니 택배 분류 및 배송 과정을 체험했다. 김씨는 "택배기사의 업무가 아닌데도 무급으로 이뤄지는 택배 분류 노동의 어려움을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의도대로 전달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체험에 참여한 강성미(커미∙25)씨는 "쿠팡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데도 택배 없는 날 지정일 같은 건 생전 처음 들었다"며,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제도가 많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공연 프로그램에는 우리대학 이화풍물패연합(이풍연)도 참여했다. 이풍연의 ◆상쇠이자 대기행 이대지부원 배수민(사회∙24)씨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서로에게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동료들 덕분에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최 측은 행사에 배제되는 이가 없도록 여러 정치를 마련했다.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시각장애인 이동 지원 △대중교통 시설과 행사장 간 이동 지원 △화장실 이용 보조 등 맞춤형 접근성 지원을 제공했다. 무대에서는 문자통역가 섭외 및 배리어프리존 마련을 통해서, 부스에서는 △필담 카드 △트리거 워닝 안내 △휠체어 동선 확보 △비건 간식 제공 등을 통해 접근성 개선을 시도했다. 대기행 5대 전국 대표 한양대 김소현(에너지공학∙18)씨는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모두의 페스티벌'을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중앙부스를 포함한 23개 부스는 교통, 대학, 재난을 비롯한 9개 키워드를 통해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 서울권에서는 우리대학을 포함해 15개 대학 지부가, 서울 외 지역으로는 △강원 △광주 △제주(제주대) △전북(전북대) △인천(인천대, 인하대) △경기(경기대, 한국외대, 단국대, 용인대) 지부가 행사에 참여했다. 2022년 시작된 페스티벌은 올해로 네 번째다.
대기행은 내년 전국지방선거를 앞두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제도적∙정치적 변화를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소현씨는 "지부와 지역 활동을 통해 기후 의제가 주요 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상쇠: 꽹과리를 치면서 전체를 지휘하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