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퍼플카펫부터 스페셜 토크까지
여성의 시선으로 만나는 일주일
세계 최대 규모 국제여성영화제인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영화제)가 메가박스 신촌에서 개막했다. 관객들은 21일(목)~27일(수) 일주일간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삶을 영화로 만날 수 있다. 권김현영 교수(한국여성연구원)와 김은실 명예교수(여성학과), 변영주(법학⋅89년졸) 영화감독이 영화제에 참여해 이화인의 시선도 영화제 곳곳에 머무른다.
21일(목) 개막식 전 열린 퍼플카펫은 일주일간 진행될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퍼플카펫에 올라온 감독, 배우, 영화제 관계자들과 그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모두 밝게 웃었다. 변영주 감독과 봉태규 배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막식 사회를 맡아 자리를 빛냈다. 퍼플카펫을 위해 가장 오랫동안 기다렸던 황유영(20)씨는 개막작 ‘선샤인’(2024)이 가장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필리핀 작품을 처음 보는 만큼 필리핀이라는 나라에서 (한국과 달리) 여성을 어떻게 주체적으로 다뤘는지 궁금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여성 영화제에 참가했던 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광주여성영화제 스태프인 김수인(27)씨는 같은 여성 영화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영화제를) 응원하러 왔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김 씨는 여성 안에서 다양한 주제 의식을 담으려 한 점이 (프로그램 구성에서) 느껴졌다며 “영화제가 사려 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천여성영화제에 이어 이번 영화제에서도 자원 활동을 한다는 고수빈(23)씨는 “자원 활동도 영화제를 즐기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계 최대 여성 영화제에 참여하는 만큼 즐길 예정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우리대학과 가까운 곳에서 개최되는 만큼 이화인들의 기대감도 컸다. 정연우(커미·21)씨는 ‘낮은 목소리’(1995)를 포함해 총 7개의 영화를 예매했다. 그는 여성의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를 감상하고 여성 감독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영화제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정 씨는 “영화의 창작과 소비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기에 여성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함께 기억하는 장으로서 영화제가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세 번째로 영화제에 참여하는 이지안(불문·22)씨는 이번 영화제를 “‘여성’ 정체성이 두드러진 영화를 매개로 다양한 문화에 속한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편안한 곳”이라고 정의했다. 이 씨는 현재 한국 사회가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지워내고 있다며 “‘여성’을 하나의 주제로 호명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영화제는 전 세계 38개국 138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슬로건으로 ‘F를 상상하다’라는 문구를 걸고 영화(Film), 축제(Festival), 여성(Female), 연대(Fellowship) 등 알파벳 F의 의미를 다양하게 표현했다. 개막작은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정곰상을 수상한 ‘선샤인’(2024)이며, 영화제 기간 다양한 프로그램 및 이벤트가 개최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광장과 현장’을 주제로 한 포럼인 ‘쟁점’과, 영화에 대해 전문가와 논의하는 ‘스페셜 토크’ 중 ‘라운드 테이블’에서 다양한 이화인을 만나볼 수 있다. 쟁점 포럼에서는 매해 중요한 여성주의 현안이나 주목할 만한 영화적 의제를 선정하고 관련 작품을 상영한 후 토론이 진행된다. 라운드 테이블은 영화 상영 후, 각 주제에 대해 패널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다.
올해 쟁점 포럼은 광장에서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확장된다는 의미에서 ‘광장의 종횡무진’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25일(월)에 진행되며 영화제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는 권김 교수가 기획과 사회를 맡는다. 그는 광장에서 국민들이 ‘윤석열 탄핵’이라는 단일 구호를 외치면서도 다양한 지역과 정체성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권김 교수는 이번 포럼을 통해 수평적인 연대와 포용이 부재했던 수직적인 광장부터 여성 노동자들이 연 고공농성의 역사, 경계를 질문하길 원했다.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광장을 새롭게 규정하고자 했다. 그는 포럼에 참석하는 이들에게 “‘광장의 종횡무진’이라는 제목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참석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라운드 테이블에는 이화인들이 주요 패널로 참여한다. ‘낮은 목소리-증언과 기록, ‘위안부’ 문제를 다시 이야기한다는 것’ 프로그램이 22일(금)에 진행됐다. 영화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1995)을 연출한 변영주 감독이 자리했다. 이 외에도 강유가람 영화감독, 서울여대 김신현경 교수(교양대학)가 참여해 ‘위안부’ 문제의 기록과 증언, 현재적 의미를 논의했다.
25일(월)에 진행되는 라운드테이블의 또 다른 프로그램인 ‘멀고도 가까운 길: 여성영화제로 가는 여정’에는 김은실 교수가 참여할 예정이다. ‘감독 의자로 가는 먼 길’(2025)은 1973년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국제 여성영화 세미나를 기록한 영화다. 관객들은 다양한 여성영화제 관계자들과 역사와 현재를 되짚어본다. 영화제 측은 여성영화제가 지닌 역할과 의미를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퍼플카펫: 타 영화제 ‘레드카펫’을 대신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만의 행사로, 여성 영화인들의 연대와 지지, 그리고 여성 영화의 가치를 상징하는 행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