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당 뒷편에 마련된 베리어프리존. 채의정 사진기자
대강당 뒷편에 마련된 베리어프리존. 채의정 사진기자

 2025년 대동제 ‘Liberté’(리베르테) 마지막 날 진행된 아티스트 공연에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존이 마련됐다. 작년 대동제와 비교했을 때 입장권 신청 과정과 입장 과정은 수월해졌다. 그러나 신원 확인 과정에서 장애 여부가 노출 되는 방식은 일부 학생에게 불편함을 안겼고, 배리어프리존의 위치가 저시력자와 저청력자에게는 관람에 어려움이 있는 대강당 뒤편에 위치했다.

축제준비위원회(축준위)는 대동제 아티스트 공연이 진행된 대강당에 배리어프리존을 설치해 학생들이 보다 편리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배리어프리존에서는 △속기 △ 가사지 △배리어프리존 전담 스태프 △테이블과 의자가 제공됐다. 축준위는 장애인권 자치 단위 틀린그림찾기(틀찾)를 통해 사전에 배리어프리존 개선 사항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작년 대동제에서는 배리어프리존 이용자가 자신이 받은 배리어프리존 입장 문자를 현장의 여러 스태프에게 반복해 보여줄 것을 요구받았다. 작년과 올해 대동제 아티스트 공연에서 모두 배리어프리존을 이용한 ㄱ씨는 “작년에는 ‘당일 문자 확인이 별도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사전에 안내받았으나 실제로 배리어프리존 입퇴장시 여러 스태프에게 문자를 보여줘야 했던 상황이 번거로웠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대동제에서는 대강당 입구에서 배리어프리존을 신청했다고 말하니 대강당 내부의 담당 스태프와 바로 연계됐고, 학번과 이름 등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통해 배리어프리존에 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신상이 특정될 것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입장 과정은 수월했으나 ㄱ씨는 배리어프리존에 입장하기 위한 신원 확인 절차에 아쉬움을 느꼈다. 배리어프리존 입장 명단에는 이름과 학번이 모두 적혀있어 장애 학생 본인의 신원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ㄱ씨 는 장애 여부를 밝히길 원하지 않는 학생도 있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존 신청 확정 메일을 확인하는 방식이나, 배리어프리존의 입장 학생 수를 파악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었을 것이라 덧붙였다.

ㄱ씨는 배리어프리존 신청 과정에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청 구글 폼에 장애인등록증 또는 종합병원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는 칸이 있어, 장애가 있지만 장애인임을 증명할 수 없는 사람은 배제된다는 것이다. 장애가 있어도 자의로 등록하지 않을 수 있고, 장애로 인정받을 수 없어 등록할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틀찾도 “장애도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며 장애 당사자를 소외시키는 경우가 생기는 장애인 등록증을 제시하는 증명 절차가 완화돼야 함을 강조했다.

축준위에 따르면, 배리어프리존 대상자가 아님에도 신청 혹은 입장을 시도하는 악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증명 절차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국가에 등록되지 않은 장애 학생의 경우, 장애복지카드 대신 병원 증명서 혹은 의사 소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증명 절차가 배리어프리존 이용자 분들의 불편함을 불러일으킨다는 작년 피드백을 반영해 사전 서류 제출 형식으로 진행됐다.

ㄱ씨는 대강당에 마련됐던 배리어프리존의 위치 선정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잔디광장 앞쪽에 위치했던 작년 배리어프리존과 달리, 올해 잔디광장 배치도에는 배리어프리존이 A구역 뒤편에 위치했다. 공연 당일 변경된 배리어프리존도 대강당 1층 맨 뒤에 마련됐다. ㄱ씨는 “이는 단순히 공연을 앞에서 보거나 뒤에서 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시력자 혹은 저청력자는 대강당 내부가 어둡기 때문에 뒤쪽 자리에 앉으면 시야 확보가 어렵고, 스피커가 멀어서 속기 없이는 무대 관람이 힘들기 때문이다. ㄱ씨는 신청을 받을 때 앞쪽 구역은 스피커 때문에 귀가 아플 수 있음을 미리 고지하고, 뒤쪽 구역은 이에 비해 시야 확보가 안 될 수 있음을 공지해 각자에게 필요한 배리어프리존에 갈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준위는 당일 폭우로 인해 급하게 공연 장소가 변경되며 대강당 내부 구조상 배리어프리존을 관객석 뒤편에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존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테이블과 의자가 함께 지원돼야 하는데, 대강당의 경우 무대 앞쪽으로는 테이블과 의자가 들어갈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통행로에 배리어프리존을 설치할 경우 바닥이 빗물로 인해 미끄러운 상태였으므로 관객들의 통행과 안전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속기를 지원하는 공연을 대동제에서 처음 경험할 수 있었다. 그는 이화 덕분에 작년 대동제 공연에서는 잔디광장의 낭만을 느꼈고, 올해 공연에서는 대강당의 웅장함을 느꼈다. 또한 배리어프리존 이용자가 이화에서만큼은 장벽이 없는, 말 그대로 ‘프리’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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