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약 3만 3천 명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만세를 외치다

제106주년 3·1절 기념행사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기념식 무대에서 역사어린이합창단이 태극기를 하늘 위로 높이 쳐들고 있다. 유은채 기자
제106주년 3·1절 기념행사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기념식 무대에서 역사어린이합창단이 태극기를 하늘 위로 높이 쳐들고 있다. 유은채 기자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들이 독립 의지를 불태웠던 선조의 마음을 경험하고자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역사관)으로 모였다. 1일 오전10시, 제106주년 3·1절 기념행사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이 역사관과 서대문독립공원(공원) 일대에서 개최됐다. 서대문구는 애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깃든 독립운동의 성지에서 자유, 독립, 평화의 가치 공유의 장을 마련하고자 이번 행사를 개최했다.

 

제106주년 3·1절 기념행사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참가자들이 1일 오전 '자주독립', '자유평화', '나라사랑' 등 현수막을 들고 역사관 광장에서 독립문까지 전진하고 있다. 유은채 기자
제106주년 3·1절 기념행사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참가자들이 1일 오전 '자주독립', '자유평화', '나라사랑' 등 현수막을 들고 역사관 광장에서 독립문까지 전진하고 있다. 유은채 기자

행사가 시작되자 역사관 광장이 인파로 북적였다. 기념식은 수도방위사령부 56사단 군악대의 웅장한 연주로 막을 올렸다. 이어 △’창작집단 탈무드’의 독립운동 재현 공연 △역사어린이합창단(합창단)의 노래 △독립선언서 낭독 △거리 행진이 이어졌다. 합창단원 이재이(16)양은 “활동을 통해 역사를 배우며 많은 독립운동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게 됐다”며,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공유할 수 있으니, 행사에 온 시민들이 선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리 행진은 역사관 광장에서 독립문까지 펼쳐졌다. 시민들은 행진 중 일제히 한 손에 태극기를 휘날리며 장관을 이뤘다.

우리대학의 반지민 총학생회장도 행사에 참여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허위 의병장의 후손 허윤 선생, 연세대 함형진 전(前) 총학생회장 등을 포함한 대표 7인 중 한 명으로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반 총학생회장은 독립선언서 중 ‘남녀노소 구별 없이 어둡고 낡은 옛집에서 뛰쳐나와 세상 모두와 함께 즐겁고 새롭게 되살아날 것이다’라는 구절을 언급하며 “장애인, 노동자, 농민,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에서 외면받았던 여러 의제와 사람이 되살아난 이번 광장이 떠올랐다”는 소회를 밝혔다. 반 총학생회장은 “106년 전 3·1운동에서 일제의 탄압에 맞서 나라를 바로 세우려 했던 것처럼, 올해는 이화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1일 오후1시30분경 제106주년 3·1절 기념행사 프로그램 '서대문 독립 골든벨' 시민 참가자들이 3·1독립선언기념탑 앞 광장에 일제히 모여 있다. 제공=서대문구청
1일 오후1시30분경 제106주년 3·1절 기념행사 프로그램 '서대문 독립 골든벨' 시민 참가자들이 3·1독립선언기념탑 앞 광장에 일제히 모여 있다. 제공=서대문구청

역사관과 공원에는 행사의 주 참여자인 가족 단위 구성원과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됐다. 독립운동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는 독립운동가 모습을 한 자신의 그림을 받아 볼 수 있는 ‘독립 캐리커처’, 독립운동가 의상을 착용하고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는 ‘독립 낭독 챌린지’, ‘서대문 독립 골든벨’ 등이 있었다. 이 외에도 역사관 내에서 △태극기 타투 스티커 무료 체험 △슈가 태극기 쿠키 만들기 외 14개 부스, 공원에서는 △3·1절 가방 만들기 △3·1절 태극기 휘날리며 페이스페인팅 △태극 전통 팽이 만들기 외 11개 부스가 진행됐다.

‘독립 낭독 챌린지’에 참여한 많은 어린이는 백여 년 전 그날로 돌아간 듯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유관순 열사의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양지은(10)양은 “유관순 열사의 진심이 느껴졌다”는 소감을 전했다. 함께 낭독한 설지영(10)양도 “고통을 받고도 우리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을 했기에 (선언문을 읽으며) 정말 고마웠다”고 답했다.

 

'3·1절 태극기 휘날리며 페이스페인팅'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의 모습. 유은채 기자
'3·1절 태극기 휘날리며 페이스페인팅'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의 모습. 유은채 기자

페이스페인팅 프로그램은 대기용 좌석을 따로 마련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김로하(7)양은 태극기 페이스페인팅이 “간지럽지만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아버지 김준(39)씨는 “딸에게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교육 기회가 마련돼 좋았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많이 열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가족 단위 구성원뿐 아니라 친구, 연인과 함께 온 사람들이나 한국 역사에 관심을 두고 찾아온 외국인도 있었다.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온 우스만(Ousmane·36)씨는 “한국에 오기 전 3·1절이 한국의 독립을 기념하는 날이라는 것을 배웠다”며,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제106주년 3·1절 기념행사에 참여한 많은 이들은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행사가 많이 개최됐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참석한 김미진(35)씨는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 우리가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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