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예정된 제18대 총장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대학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는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대학보는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을 만나 차기 총장이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들어봤다.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우리대학 모든 단과대, 교수, 행정 부처, 동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학생 18명, 교수 6명, 인권센터, 이화민주동우회(이민동)가 응답했다. 이후 워드클라우드를 통해 응답 내용 정제 및 추출하는 과정을 거쳐 이화가 바라는 차기 총장과 관련한 키워드로 ▲연구 및 교육 지원 ▲학생 교육권 보장 ▲소통 ▲대외 이미지를 뽑았다.
구성원 모두가 입 모아 이야기하는 연구 교육 질적 성장
우리대학 구성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는 ‘연구 및 교육 지원’이다. 차기 총장은 연구와 교육에 있어서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대현 교수(환경공학과)는 “(차기 총장은) 단기적 성과와 양적 지표에만 치중하지 말고, 우리대학 내 다양한 학문 분야가 공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힘 써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ㄱ교수도 “신임 교수로 임용되면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데, 학교가 관심이 없었다”며 연구 지원 현황을 지적했다. 학교는 신임 교수들에게 연구 실적을 요구만 할 뿐 충분한 실적을 낼만큼 재정적 지원을 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ㄱ교수는 “총장은 교수 처우를 개선하고 연구비 지원을 늘려 이화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ㄱ교수는 “실제로 2024년 3월에 임용된 한 신임 교수는 연구에 필요한 노트북 기자재를 6월이 돼서야 제공받아 그간 제대로 된 연구를 진행할 수 없었다”며 교수들의 연구 지원에 미온적인 학교의 태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ㄱ교수는 학교로부터 가해질 불이익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대학원 총학생회(대학원 총학)는 연구 성과를 위한 환경 조성을 요구했다. 전헌주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특정 학과, 전공으로 지원이 집중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연구를 폭넓고 깊게 지원해 연구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생들, 교육권 보장과 학과 지원 강화 원해
학부생들은 차기 총장에게 교육권 보장을 위한 양질의 교육환경 제공을 원한다. 이혜선(화학·24)씨는 “(우리대학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지만 항상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수강신청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토로했다. 2023년 이화인 수업권 찾기 프로젝트 ‘클래스업’(CLASS-UP)에서 재학생 9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화인들이 느끼는 수강신청 정원 부족의 심각도는 5점 만점에 4.312점을 기록했다.
학과 지원 확대 또한 차기 총장이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사항으로 꼽혔다. 남효정(컴공·24)씨는 “교수 임용 문제, 학과 지원 문제 등으로 학생들이 입장문 낸 것을 여러 번 봤다”며 “차기 총장이 학과 지원 문제를 먼저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과 지원의 연장선에서 우리대학 내 열악한 시설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현(디자인·23)씨는 “조형예술대(조예대) 내 학습 시설 개선과 더불어 학생들을 위한 휴게 공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예대 다수의 학생은 노후화된 시설 개선 요구를 위해 2024학년도 2학기 2주 차 채플에서 시위를 한 바 있다.
학생들은 이처럼 다양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실행력을 차기 총장이 갖춰야 할 자질로 꼽았다. 신수민(영문·23)씨는 “불편함은 중대한 영역이 아닌 사소한 영역에서 발생한다”며 “학생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총장이 선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나연(휴기바·22)씨 또한 “학생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 소통을 통해 복지 향상에 힘쓰는 총장 원해
우리대학 구성원들은 그동안 총장과의 소통 창구가 부족했다고 말한다. 우리대학 화학·나노과학전공 ㄴ교수는 “총장은 명절에만 보내는 일방적 안부 전달 메시지를 통해서가 아니라 (지속적) 상호작용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ㄴ교수는 상호작용 방안으로 학생과 교수가 총장에게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채널 개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ㄴ교수는 학교로부터 가해질 불이익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학생들 역시 학생 의견을 경청하는 총장을 원한다고 답했다. 임예원(경영·22)씨는 “학생들이 겪는 현실적 문제에 공감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 정책을 마련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노력이 궁극적으로 대학의 교육 환경 개선과 대외 이미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문들 또한 그동안 적극적인 소통이 부족했다고 말한다. 이민동은 “(동문과의 소통은) 동창회 쪽으로만 치우쳐져 있기 때문에 다양한 성향의 동문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양한 동문이 학교와의 연대 활동에 열린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동문이 사용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이민동은 1960년대~1980년대 학생 운동에 앞장섰던 동문이 친목과 상호부조로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고자 만든 단체로, 총동창회와는 별개의 조직이다.
교수와 교직원들은 소통을 통해 학내 복지를 개선해 나가는 총장을 원한다. 이들은 적정한 임금 지원 체제, 근무 환경 개선을 주로 요구했다. 인권센터는 “현재 학생들을 위한 심리 지원 제도는 있으나, 교직원을 위한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며 “차기 총장은 교직원들이 학교에서 마주하는 각종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곽은아 교수(한국음악과)도 “건강검진, 교육비, 장기근속 등 현재의 복리후생 제도 및 만족도에 대한 재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생 복지 차원에서 공통적으로 ‘장학금 확대’를 요구했다. 현재 우리대학은 단과대학 수석 및 차석, 전공 수석을 차지한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각 대학의 학년별 석차 2%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등록금의 1/2, 6%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등록금의 1/4를 면제해 주고있다. 성적장학금 지원을 확대해 학비 부담을 덜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학생들도 많았다. 대학원 총학생회장도 장학금의 복지적 기능 강화를 언급했다. 대학원 총학 대표는 “올해 대학원 등록금이 4% 인상됐는데, 대학원생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늘지 않았다”며 “학생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복지를 제공할 총장이 선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대외 이미지를 위한 새로운 접근 필요해
우리대학 구성원들이 꾸준히 관심 두고 있는 대외 이미지 또한 중요한 의제로 언급됐다. 심소희 교수(중어중문학과)는 “현재 우리 대학은 시대가 요구하는 평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총장은 급격히 변화하는 전환기 시대에 이화의 과업을 현명하게 파악하는 판단력과, 이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결단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주 교수(물리학과)도 “(우리대학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학교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의견도 동일했다. 박현씨는 “학교 홍보 차원에서 공모전을 통해 마스코트를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막상 활용하는 건 못 본 것 같아 (마스코트를)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우리 대학 입결과 성과에 대해 깎아내리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5월24일 총학생회 주도로 진행된 정기 협의체와 2024년 상반기 교육공동행동에서 학교 측과 대외 이미지 제고를 논의한 바 있다. 우리대학에 대한 악성 게시물 대응 강화 요구에 대해 홍보실은 악성 게시물 대응 모니터링과 더불어 대응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세계화에 힘써야 함도 언급됐다. 곽 교수는 세계대학평가를 언급하며 국내외 위상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우수한 국제유학생 유치 및 확대하고 아울러 외국인 교원 초빙도 확대해야 한다”며 “우리대학 학생을 위한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확대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과와 교수의 국제 공동 연구 등 개별 활동을 장려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국제공동연구와 융합연구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18대 총장선거까지 남은 날은 21일, 이화 구성원들은 연구와 교육 지원을 통해 우리대학의 위상을 높일 뿐 아니라, 탁월한 소통 능력을 지닌 차기 총장을 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