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대 건물 외관이 예뻐서 안 건드리고 싶다.
조형예술관(조예관) A동, C동 건물 벽에 붙은 메모지에 적힌 문구다. 2017년 조형예술대학(조예대) 학생들의 시설 개선 요구에 대한 간담회 당시 시 학생들의 요구에 대한 학교 측의 답변을 적은 것이다. 조예대 학생들은 5월21일 녹물 개선, 공기질 개선등 열악한 조예대의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메모지를 붙이는 단체 행동을 진행했다. 조형예술관 시설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2017년 이후로 꾸준히 있었지만 7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많지 않다.
조예대 학생들은 5월18일 조예관 A동, C동 건물에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대자보에서 학생들은 ▲노후화된 건물과 시설 즉각 개선 ▲전시와 통행 공간 확보 ▲작업과 휴게 공간 확보 ▲충분한 개수의 사물함 제공 등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학생들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녹물, 공기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취재원의 개인정보가 공개돼 소수과인 조예대 특성상 개인이 특정될 위험이 있어 일부 취재원들은 익명을 요청했다.
수도에서는 녹물 흐르고, 실기실 환풍기는 먼지 가득
녹물은 대부분의 조예대 건물에서 나
오는 것 같아요.(ㄱ씨)
조예관에서 나오는 녹물, 환풍 시설 등에 문제가 제기된 건 2024년이 처음은 아니다. 학생들은 7년 전 노후화된 조예관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웹 대자보(ewha-artuniv-daejabo)를 게시했다. 당시 대자보에서 언급된 화장실 세면대에도 녹물이 나온다는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2002년 지어진 C동을 포함한 조예관 모든 건물에서 녹물이 나온다. ㄴ씨는 “비가 오면 일부 화장실에서 흙물이나 녹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5년 전 졸업한 ㄷ씨는 당시에도 “A동 실기실 개수대에서 종종 녹물이 나왔고, 녹물을 쓰다 보니 작업물이 노란색으로 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정원(서양화⋅22)씨는 “교수님께서도 작업 전 정수기에서 깨끗한 물을 미리 받아놓으라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미술 작업에 물이 필요한 학생들은 녹물이라도 사용해야 한다. ㄱ씨는 “녹물이 안 나올 때까지 물을 틀어 놓고 기다렸다가 쓴다”고 말했다.
환풍 시설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석고, 섬유, 화학물질 등을 다루는 조예대 특성상 환풍 시설은 학생 건강과 직결된다. 독한 석유 냄새와 석고를 만드는 곳에서 날리는 석고 가루는 학생들이 숨쉬기 불편하게 한다. 은이선(동양화⋅96년졸)씨는 “재학 당시에도 조예관 내부 공기질이 좋지 않았다”며 “작업할 때 석고 가루나 톱밥이 날려 바깥에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ㄷ씨는 “(환풍기는 있었지만) 유화 물감 냄새가 잘 안 빠져 머리가 자주 아파 환풍기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5월11일~5월25일 이대학보 조사 결과, 조예관 B동의 도자예술전공, 섬유예술전공 10개의 실기실 중 2개를 제외한 8개의 실기실에는 환풍기가 없거나 고장 등의 이유로 사용할 수 없었다. 특히, 섬유예술전공 이직조실기실인 B동 407-1호의 경우 학생들이 좁은 공간에서 섬유 먼지가 날리는 재봉 작업을 해야 하지만 환풍기가 없다.
설치된 환풍기조차도 잘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조예대 행정실은 “환풍기 위치는 청소가 어려운 천정 위에 있어 청소가 어렵다”고 말했다. 취재 차 방문한 조예관 A동 212호 실기실에 설치된 환풍기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관리처 안전팀(안전팀)은 “단과대학 행정실이 요청할 경우 환풍기 설치 및 교체를 진행하지만 관리 자체는 단과대학 행정실에서 진행한다”고 말했다.
반면 건물이 수용 가능한 최대치의 환풍 시설을 구비한 미술대학도 있었다. 홍익대 도예유리과는 점진적인 확충을 통해 약 1년 전부터 지하 실기실에 설치 가능한 최대치의 환풍기를 설치했다. 홍익대 도예유리과 조교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환풍기를 가동해 원한다면 24시간 내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건의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녹물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과 사무실
에 건의했는데 건물이 오래돼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ㄷ씨)
학생들이 시설 보수 관련 건의를 하면 학과 공동대표는 건의 내용을 과사무실이나 행정실에 전달한다. 이후 행정실에서 시설보수의뢰서를 안전팀과 관리처 건축팀(건축팀)에 제출한다. 이렇게 안전팀과 건축팀에 접수된 조예관의 시설보수의뢰건은 2023년 기준 316건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시설 개선에 대해 체감하지 못했다. 건의를 해도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오수아(패디⋅22)씨는 “행정실로부터 고쳐준다는 답변을 받아도 수리 없이 넘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ㄹ씨 또한 “분진이 날리는 작업 공간에서 작업해 환풍 시설을 수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확히 언제 고친다는 답변 없이 우선 쓰지 말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물을 사용하는 암실에서 수도시설이 고장나 수업을 못하는 사안처럼 당장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 아닌 학생들의 장기적인 건강과 관련된 사안들은 과사무실에 건의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과사무실, 행정실, 안전팀, 건축팀 등 시설 보수를 담당하는 곳이 세분화돼 있고, 부서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조예대 교육공동행동 TF팀(TF팀) 최정인(패디⋅23)씨는 수도 개선 공사에 대해 과사무실에 문의했지만 “우리 관할이 아니라 행정실에 물어봐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2023년에는 A동 동양화전공실기실에서 작업 공간 바로 위 천장의 배수관이 터져 ㅁ씨의 작품이 훼손됐다. 터진 배수관 보수 공사는 이뤄졌지만 천장 마감재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수되지 않아 배수관이 훤히 보이는 상태다. 안전팀에는 시설보수의뢰서가 보내졌지만, 건축팀에게는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도 시설은 안전팀이, 천장 마감재는 건축팀이 보수를 담당한다. 건축팀은 “수도 공사 이후 천장 마감재 공사와 관련해 건축팀에 시설 보수의뢰가 따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후화된 건물 보수는 누구의 책임인가
2019년부터 조예관 실기실 환경 개선 및 전시 공간 리모델링 등 교육환경 개선사업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일부 실기실은 노후화돼 있다. 공사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녹물이 나오는 실기실도 존재한다. 이에 등록금 운영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에 따르면, 우리대학 예체능계열 1년 평균 등록금은 2024년 약 990만 원으로 전국 대학 중 가장 높다.
건축팀과 안전팀은 “배정된 예산은 노후화된 건물 내 수리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예대 행정실 측으로부터 추가적인 시설보수의뢰가 들어오면 건축팀과 안전팀이 견적을 산정한다. 이후 기획처 예산팀이 추가 예산을 배정하면 공사가 시행되는 구조다. 하지만 큰 예산이 필요한 중장기적 사안의 경우 최소 1년 전에 예산을 확보해야 하므로 학생들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느끼기 어렵다.
조예대 행정실은 “2023년 녹물 관련 문제도 학생회 면담 당시 언급돼 행정실에서 녹물에 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고, 해당 결과를 기반으로 7월에 안전팀에 보수공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녹물 문제는 여러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건축팀은 “노후 시설 보수공사는 교내 일정, 예산팀 허가 등 많은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예관 내 수도 시설을 점검하는 안전팀에 따르면, 녹물과 관련해 2024년 여름방학에 수도 공사를 할 예정이다. 안전팀은 "2023년 7월 조예대 행정실 측의 연락을 받아 녹물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게 돼 차기년도 예산을 신청해 2024년 여름 공사를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전팀은 전 건물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정기 수질 검사를 진행하는데 “2024년 2월 정기 수질검사를 했을 때 교내 전관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개선하려는 노력과 적극적인 소통
학생들은 학교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개선하려는 태도와 학생들의 요구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바라고 있다. 우리대학 인근에 위치한 홍익대 미술대학의 경우 노후된 건물과 학생들의 생활 환경은 유사하지만, 건의 사항이 해결되는 방식이 다르다. 학생들의 시설 관련 건의가 빠르게 수용되는 편이다. 홍익대 윤산하(도예유리⋅22)씨는 “일반적으로 건의하면 다음 학기 시작 전까지 일반적으로 수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교들이 직접 건물을 돌아다니며 건물 내 보수상황을 점검하기도 한다. 홍익대 자체적으로 교육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학기마다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수합해 행정실에 전달한다.
TF팀은 “4일 예정된 총장 간담회를 기대하고 있다”며 “학교로부터 단순히 장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정확한 시설보수 일정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ㄹ씨는 “매일 24시간 내내 건물에 머무르는 학생들이 체감하는 불편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야간 작업을 많이 하는 조예대 특성상 하루 중 대부분을 조예관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ㅅ씨 또한 “예전부터 제기된 시설 문제에 대해 학생들의 불편함을 귀기울여 듣는 건의 창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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