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우리대학에서 약 9000km 떨어진 북가주(Northern California)에도 이화인들이 살고 있다. 이들이 모인 북가주지회는 1964년 소수의 동문이 모교를 지원하고 외로운 이민 생활의 회포를 푸는 데서 시작됐다. 설립 60주년을 맞은 2024년 현재, 북가주지회 동문들은 매년 개최되는 북미주지회연합회의 총회(총회)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대학보가 총회 준비 현장을 찾아 북가주지회의 이야기를 담아왔다.
북미주 지회연합회는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지회 36개의 연합이다. 각 지회는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모금하기도 하고 모교 건축 및 발전을 위한 기금도 모으고 있다. 연합회에 소속된 지회는 북미주 전역의 동문 모임이자 연례행사인 총회를 매년 돌아가며 준비한다. 총회는 1970년 뉴욕 지회가 시작한 이래 올해로 55번째를 맞는다. 10월24일(목)~27일(일)에 예정된 총회를 주최하는 북가주지회는 60년의 역사를 지닌 지회로,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와 인근 도시를 칭하는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에 거주하는 동문이 활동한다. IT기술로 유명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의 중심지 산호세(San Jose)도 여기에 포함된다.
60주년을 맞은 만큼 북가주지회도 변화 중이다. 총회 준비를 기점으로 차세대 동창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 것이다. 기존 활발히 활동했던 동문들은 어느덧 연로해져 총회 준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영완(정외·81년졸) 북가주지회장은 “이번 총회를 계기로 90년대 이후 졸업자인 차세대 동창들의 활동을 촉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모임은 2024년 초, 젊은 음악대학(음대) 동문들의 음악회 준비부터 시작됐다. 음대 동문들의 무대 복귀와 함께 연주 기회를 확장하기 위함이었다. 2019년에 첫 동문 음악회를 했으나, 코로나19로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기쁜 마음으로 동창회 차원에서의 후원을 수락했고, 음악회를 준비하던 음대 동문들은 더 많은 동문 연주자를 찾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공지를 올렸다.‘함께 연주하실 이화여대 음대 동창을 초청합니다.’ 이 공지는 음대 졸업생을 넘어 다른 동문들에게까지 닿았다. 이들은 모두 동창회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동창회는 문을 열었다. 어느새 차세대 모임 카카오톡(KakaoTalk) 단체 채팅방에는 약 50명의 동문이 모였다. 차세대 모임은 거주 지역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 소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공식 모임은 아니지만 차세대 동창들끼리 커리어, 육아 이야기를 나누는 소모임을 꾸리기도 한다.
이제 차세대 모임은 총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유대감을 쌓는 것도 놓치지 않고 있다. 8월14일(현지시간)에는 김경미(컴퓨터·00년졸) 차세대 동쪽 모임장의 집에 모여 총회 준비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식사 시간을 가졌다. 다함께 김씨의 졸업 앨범을 보며 각자의 졸업 사진을 떠올리는 화기애애한 시간이었다. 모임에 처음 나온 사람이라도 이화라는 공간에서 나눈 추억 아래 하나 될 수 있었다.
음대 동문 초청 공지를 올려 차세대 모임의 기틀을 다진 황은혜(건반·08년졸)씨는 음대 연주회 준비와 함께 총회에서 공연할 합창단의 지휘도 맡았다. 일흔을 훌쩍 넘긴 선배들이 각자의 음역에서 편히 소리 낼 수 있도록 한 음 한 음 정성 들여 설명하고 조율하고 있다. 황씨는 “열정적으로 눈에 빛을 내는 선배들을 보면 뿌듯하다”며 “선배님들께 활기를 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동창회는 이처럼 차세대와 기존 동창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나아가고 있다.
북가주지회에서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정기적으로 만난다. 7일에는 차세대 동창들과 기존 동창들이 만나는 피크닉이 있었다. 피크닉 음식은 무엇이 좋을지, 어떤 가게에서 어떻게 포장할 것인지 등 어느 하나 차세대 동창들과 이 회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다.
북가주지회의 총회가 45일 앞으로 다가왔다. “Ewha, Shine in the Golden State!” 북가주지회가 준비한 이번 총회의 주제 문구다. Golden State는 과거 금광으로 유명했던 금의 땅 캘리포니아주(California)의 별명이다. 해외에서도 이화의 자부심을 가지고 각자의 빛을 내며 살아온 동문들이 총회를 찾아 함께 빛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총회 참여 신청은 9월15일(일)까지 북미주지회연합회 홈페이지(ewhana.org)에서 할 수 있다. 북가주 지역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 도시 투어, 와인으로 유명한 나파밸리(Napa Valley)의 와인 양조장 투어에도 참가 신청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이번 총회가 다양한 세대의 이화인들을 결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화만의 품격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