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대와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발견한 해답
이대학보가 5월22일(수)~30일(목)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대학 재학생 111명 중 97명이 “대학 내 따돌림이 발생했을 때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학내 기관이 어디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많은 학생이 대학에서 소외되는 따돌림 문제를 겪었을 때 어떻게 학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대학을 비롯한 한국 대학의 따돌림에 대한 관심 부재를 절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대학보는 이러한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미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University of San Francisco·USF)와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UT 오스틴)에서 대학 따돌림 구제책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따돌림 예방 위한 교육과 인식 확립, 샌프란시스코대
USF는 서로 다른 모습이 존중되는 학교다.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마주보고 있는 USF는 2024년 기준 미국 국립대학 내 인종 다양성 1위다. 캠퍼스에 들어서자마자 각자의 건물로 향해 걸어가고 있는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성에 발맞춰 USF는 학내 구성원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인권 침해에 대비해 폭넓은 신고 범주를 마련하고 있다. 따돌림, 성폭력, 가정폭력, 자살 고민 등 각각의 인권침해 상황과 학생의 성별에 따라 구분된 신고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가파른 오솔길을 따라 버스를 타고 한참 올라가면 보이는 USF 정문에서 5분 정도 걸어 중심부로 들어가면 ‘대학 센터’가 나온다. 자치·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이곳에 학교 구성원의 권리 보장을 책임지는 OSCRR(Office of Student Conduct, Rights and Responsibilities·학생 행동, 권리 및 책임 사무국)이 있다. OSCRR은 USF의 학생들에게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게 하고 학업에 방해되는 위법 행위를 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부서다. USF는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이 따돌림을 당할 것을 대비해 구제책을 마련하고 있다. “따돌림은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더 다양한 환경에 놓인 대학생들은 신체적·관계적·사이버상 따돌림을 겪을 위험에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OSCRR은 대학 내 따돌림 등의 사건을 처리할 때 ‘교육 중심적 문제 해결 방식’을 중시한다. OSCRR의 에밀리 앤 고브(Emily Anne Gove·여) 부국장은 “우리의 목표는 학생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고, 적절한 대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라며 “(가해자에 대한) 징벌적 처벌보다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분명하기에 언행 자체를 막을 순 없다”며 “그보다는 언행의 영향력에 대해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OSCRR은 피해 학생과 학교 간 소통을 중시하기도 한다. 에밀리 부국장은 “따돌림을 겪은 학생들이 교직원들에게 자신의 일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OSCRR에 따돌림 상황에 대해 작성해 제출하면, OSCRR 직원들은 해당 내용을 읽고 해당 학생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해 구체적인 상황을 듣는다. 인종차별적·성차별적·신체적·정신적 등 여러 유형의 따돌림 중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관련 부서와 연결해 심층 조사를 진행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 중심적 대처다. OSCRR은 상담·치료 센터와 같은 역할을 하며, 피해자에게 문제 해결 방식의 선택권을 준다. 에밀리 부국장은 “피해자와 면담을 진행하며 해결 의사와 방식을 묻고, 그에 따라 기회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따돌림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기에 USF는 별도의 온라인 시스템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에밀리 부국장은 “따돌림은 대면 관계를 넘어 온라인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USF의 ‘CAPS’라는 따돌림 상담 시스템은 전화를 통한 24시간 상담 및 심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3자가 중재자가 되도록, 텍사스대의 방관자 개입 시스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위치한 UT 오스틴에는 약 4만2000명의 학부 재학생 중 약 4000명의 국제 학생들이 있다. 그렇기에 UT 오스틴은 타지에서 온 학생들이 원활히 관계를 맺고 적응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흔히 구제 시스템은 피해자와 가해자 위주로 만들어지지만, UT 오스틴은 사건의 잠재적 목격자가 될 방관자에 주목한다. UT 오스틴은 교내 따돌림을 겪는 학생을 구제하기 위해 제3자 개입 시스템 ‘비보컬’(BeVOCAL)을 운영하고 있다. ‘비보컬’은 누군가 교내에서 따돌림을 당할 때 제3자인 학생들이 그 상황을 저지할 수 있게끔 교육하는 시스템이다. 비보컬에서 “적극적인 방관자”라고 불리는 제3자 학생은 주위 학생들의 따돌림 상황을 목격했을 때 묵인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동료 학생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교육받는다.
비보컬의 방관자 교육은 학생들에게 거창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UT 오스틴 상담 및 정신 건강 센터의 최고 책임자 캐서린 엘리자베스 레드(Kathryn Elizabeth Redd·여)씨는 “방관자로서의 개입은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진행된다”며 “캠퍼스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을 목격하면 그 학생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관심을 주게끔 한다”고 말했다. 제3자인 학생이 따돌림 상황에 개입해 가해자의 주의를 분산하는 것이다. 만약 직접적으로 따돌림이 벌어지는 상황에 개입하기 어렵다면 911에 신고를 하는 방법 등으로 간접적인 개입을 할 수도 있다.
캐서린은 “학생들이 적극적인 방관자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며 “역할극이나 사례 연구 등을 통해 학생들이 따돌림 상황에 안전하게 개입하도록 연습시킨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관자 개입 시스템은 학생들의 따돌림 문제 자체를 예방할 뿐 아니라, 많은 학생이 다른 학생의 생활에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활발한 소통과 관심이 유지되는 캠퍼스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도 기여한다.
UT 오스틴은 별개의 학교폭력 방지 제도가 없는 한국 대학과 달리, 그들만의 학교폭력 방지 제도를 가지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갖춰야 할 능력을 갖추는 곳이며, 괴롭힘으로 인해 학생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보게 되면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캐서린은 “어느 캠퍼스에나 학생 간 괴롭힘 문제는 있다”며 “대학에도 따돌림을 비롯한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