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메뉴에 달걀 포함…
다양한 비건 수요 충족 못해
우리대학 내 비건식 도입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처는 8월25일 비건 학식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국제학사 I-House(아이하우스) 학생식당 내 비건 자판기 운영이 시작됐고, ECC 이화김밥에서 비건 포케가 출시됐다. 하지만 새로 출시한 비건 메뉴가 다양한 비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 아이하우스 학생식당 내 자판기에 비건 메뉴가 추가됐다. 자판기에는 비건 음료 3종과 ◆할랄 식품 2종이 비치돼 있다. 그러나 해당 자판기만으로 비건 학식이 도입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일반 과자와 컵라면 등 논비건 제품이 자판기 품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아이하우스 학생식당 한스이화 김한수 이사는 비건 식품 유통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당초 자판기에는 반조리 비건 식품을 비치하고 학생식당 내에 셀프조리코너를 설치해 학생들이 직접 비건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급 업체에서 국내 비건 식품 판매를 중단해 차질이 발생했다. 김 이사는 “새로운 업체를 연결해 비건 식품을 도입하기로 확정한 상태”라며 “학생식당 옆 카페 베리타스에서 비건 식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새로운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비거니즘 지향 자치단위 솔찬(솔찬)은 이번 비건식 도입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솔찬은 비건 자판기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절대다수를 비건 메뉴로 구성해야 한다고 봤다. 나아가 솔찬은 “비건과 할랄은 다른 개념”이라며 “두 제품을 구분할 수 있도록 별도의 표기가 있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CC 이화김밥 매장에도 비건 포케 2종이 신메뉴로 출시됐다. 이화김밥은 8월부터 콩고기를 이용한 ‘직화진갈비살포케’와 ‘연두부튀김포케’를 비건 포케로 이름 붙였다. 이수매니지먼트는 해당 메뉴가 기존 운영 방식의 변화 없이 발달장애인 사원들이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메뉴인 동시에, 꾸준한 학생들의 비건 메뉴 요청이 있었기에 새롭게 개시했다고 전했다.
출시 직후, 메뉴에 달걀이 포함돼 일부 비건 지향 학생은 불안감을 표출했다. 달걀조차먹지 않고 채소만을 섭취하는 비건이 해당 메뉴를 비건식으로 착각하고 섭취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화김밥 운영팀 내부에서도 ‘비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면 달걀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현재 달걀은 선택 옵션으로 변경됐고, 메뉴는 비건 포케 대신 채식 포케로 재분류된상태다. 솔찬은 비건 포케를 두고 비건 지향 학생들이 메뉴명 가운데 ‘갈비살’ 이라는 표현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오해가 없도록 '콩고기’ 등으로 이름을 교체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학식에 비건 메뉴가 정식으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제57대 총학생회 스텝업(총학)은 상반기 정기협의체를 통해 학교 본부에 E-House(이하우스) 점심 2가지 옵션 중 한 가지를 비건식으로 지정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이는 여전히 반영되지 않아 하반기 정기협의체에 동일한 요구안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건 학식과 관련해 김 이사는 “공급 업체에서 비건식을 제공하지 않아 원재료부터 직접 구해 조리해야 한다”며 “학생식당 내 셰프가 두 분뿐이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현실적 문제점을 짚었다.
학내에서 비건 학식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번 변화에 대해 총학은 비건 식품의 폭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학교 본부와 협의할 수 있는 자리에서 (비건 학식 정식 도입을) 학생 요구안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솔찬 역시 비건식을 학내에 도입하는 초반 단계인 만큼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여러 비건 지향인들이 비거니즘 식문화를 걱정 없이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할랄 식품: 이슬람에서 금지하는 돼지, 술, 비이슬람식 도축 육류 및 그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식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