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 대학혁신지원사업 2주기에 긍정적 성과를 보였으나, 성과 이면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존재했다. 재정적 성과는 분명했지만 갑작스러운 글로벌프론티어 일시 중단, 무리한 학제 개편 등으로 학생과의 소통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3주기를 S등급으로 시작한 만큼 안정적인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대학이 수립한 사업계획의 비용을 교육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런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대학은 교육·연구 기반을 마련한다. 우리대학은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미래를 개척하는 여성 지성’을 키우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이에 따라 ‘미래혁신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연구·산학협력 생태계 조성’ 을 사업 목표로 수립했다.
미래혁신센터는 교육 및 연구 분야 혁신을 대학혁신지원사업 중점 과제로 추진해 왔다. 창의 연구, 교육 혁신 플랫폼 구축을 위해 △교육혁신 △연구혁신 △기타혁신을 설정해 △도전학기제 △DnA Lab △Ewha Frontier 10-10 △이화봉사단 등을 진행했다. 정시모집통합제도 선발 확대, 호크마교양대학(호크마대) 글로벌학부 신설 등 학제 개편 역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환이다.
가산점을 위한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학생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과도한 학제 개편으로 학생 자치에 공백이 발생했다. 2주기에 인공지능대학이 신설됨에 따라 학생회가 급히 구성됐고, 컴퓨터공학과와 사이버보안학과는 학번마다 속한 단과 대학이 달라져 학생 소속 및 학생회비 운용에 혼란이 생겼다. 제57대 총학생회 스텝업의 반지민 총학생회장은 “학생들과 발맞춰 학제 개편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갑작스러운 신설과 병합 등이 학생 자치 운영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3주기에도 학제 개편으로 호크마대에 글로벌학부(글로벌)가 새롭게 편성돼 혼선이 있었다. 글로벌은 외국인 재학생들의 2학년 전공 진입 전,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신설한 학부다. 국제학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외국인특별전형 신입생들이 속해 있다. 글로벌은 현재 학생 자치 단위가 부재한 상황이다. 2학년에 각자의 전공으로 진입하기 때문에 학생회 설립이 불가능하며, 기존 호크마대 자치 기구인 정시모집특별선발제도 특별위원회(정시특위) 역시 호크마학부(호크마)만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대학 전체 재학생 10명 중 1명이 외국인 재학생인 상황임에도 그들의 자치권을 보장하기 힘들어졌다. 지난 3월 진행된학생총투표 당시에도 글로벌을 담당하는 자치 단위가 부재했다. 반 총학생회장은 학칙 개정 등 사전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아 학생들의 자치권을 보장해 주기 힘든 상황이라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학부를 개편해 글로벌학부 를 챙길 수 있는 단위가 없다”고 말했다.
학부 개편 외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진행에도 문제가 있었다. 지난 3월 2025학년도 하계 글로벌프론티어(글프)가 예산상의 문제로 일시 중단됐다. 학생처 학생지원팀은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 배정이 확정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는 “방학 중 다른 활동 대신 글프 준비에 집중했다”며 늦은 공지와 대책 미비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미래혁신센터는 2주기 첫해였던 2022년 역시 하계에 글프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사업 주기 시작 첫해에는 교육부 기본계획 변경 및 성과 평가 미진행으로 예산 편성 시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혁신센터는 “한정된 포뮬러 예산 내에서 1학기 예산이 배정돼 하계 운영을 할 수 없었 다”며 동계부터는 기존 글프를 확대 개편해 ‘2025학년도 동계 이화 글로벌프론티어+’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하계 글프가 취소되며 예산 운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송수진 부총학생회장은 글프는 2013학년도부터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진행한 사업이라며 “예산 공백을 예측했다면 공백이 생기는 부분에 자체적으로 예산을 배정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2024학년도 하계 글프 최우수팀이었던 ‘Let’xPO’의 팀장 전다인(사교·22) 씨는 “글프는 학생의 전공과 관련 없이 평소 흥미를 느꼈던 분야의 프로젝트를 직접 발굴해 수행할 기회”라며 2025학년도 하계 글프 미진행에 아쉬움을 전했다.
교육부가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이용해 비영리단체인 대 학의 학사 행정 및 운영을 쥐고 흔든다는 비판도 있다. 전년도 성과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달라지다 보니 대학은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된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성과에 집중하는 평가 방식의 문제를 짚었다. 그는 “대학 입장에서는 (사업에서 가산점을 얻기 위해)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당장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 총학생회장은 “사업비를 얻기 위해 국가의 교육 사업 방향에 맞춰 대학을 운영한다”며 “급변하는 사회상 안에 대학을 맞추려 해 근본적인 학문 양성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학을 돕기 위해 시작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자율성 보장’과 ‘전반적인 대학의 역량 강화’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실질적인 학생 의견 반영을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로 운영된다. 우리대학은 재학생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대학혁신지원사업 회의체에 재학생 대표를 구성원으로 둔다. 대학혁신운영위원회에는 총학생회장단이, 대학혁신위원회에는 총학생회장이 참가한다. 그러나 반 총학생회장은 회의체 진행 시 의견 개진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평의원회에서 학사 제도를 심의하고 인준하는데, 대외비라는 사유로 회의 자료가 현장에서 공개돼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며 사전자료 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대학은 2주기 총액으로 273억6830만 원을 확보하며 1주기보다 약 68억 원 이상 증액된 사업비를 교육부로부터 지원받았다. 미래혁신센터는 “2년 연속 최고 등급인 S등급을 획득하는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대학혁신지원 사업비 규모가 10% 가까이 줄었음에도 타 대학 대비 안정적인 규모의 사업비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3주기 1차년도인 2025년에는 연차평가 결과가 반영돼 기존 금액에 성과금을 더한 101억2700만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미래혁신센터는 새롭게 접어든 3주기 사업 방향성을 제시하며 학생 지원을 다양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재학생 대상 의견 수렴 기반 추진 계획으로 △마이크로전공을 통한 학사제도 유연화 △자기설계 모듈 교과 개발∙운영 △교양교육 및 기초소양 인증제 추진 등을 뽑았다. 미래혁신센터는 “포용적 혁신으로 대전환 시대를 선도하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수립해 이화인들을 위한 다양한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