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수준의 질적 향상은 많은 강사 선생님들의 헌신과 수고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인데, 학교 측에서는 이를 묵과하고 임금을 거의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ㄱ교수)
우리대학 강사 대부분의 임금은 시간당 5만6700원이다. 이는 국립대 비정규직 강사 평균 시간당 임금인 1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현장에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알리미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국립대의 시간당 강사료는 평균적으로 9~10만원을 웃돈다. 사립대 사정은 다르다. 서울시내 사립대의 시간당 강사료는 5~6만원 선이다. 노조가 설치돼 임금이 가장 높은 성균관대가 6만9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두 배 가까운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국립대와 사립대 운영의 구조적 차이가 꼽힌다. ◆연구자공제회 소속 서울대 박배균 교수(지리교육과)는 강사 임금 격차 문제에 "기본적으로 사립대가 돈을 안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는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지속적으로 강사료를 인상하는 개선을 이어 왔지만, 사립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박배균 교수는 국립대 중 법인화된 서울대도 타 국립대보다 강사료가 낮다는 점을 들어 "결국 법인∙사학 시스템 내에서는 대학이 수익성에 민감해져 강사료 문제가 후순위로 밀린다"고 분석했다.
우리대학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ㄱ교수는 시간당 5만6700원이라는 강사료에 대해 "부당하고 비현실적인 처우"라고 비판했다. 강의 준비나 채점, 수업 이후 관리 등 한 과목에 할애하는 노동과 시간을 검토한다면 최소한 국립대 수준의 책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학기 중 강의 시급과 강의 준비료 15만 원 외 방학 중에는 아무런 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4대 보험도 온전히 적용되지 않는다. 그는 재정 여건을 이유로 강사료 인상을 미루는 학교의 행태가 이기적이라며 "전임교수에 비해 크게 열악한 환경에 처한 강사들의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대학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ㄱ교수는 신원이 특정될 가능성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교무처 교원인사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시간 강의료가 인상된 적은 없었다. 강사 급여 지급 기준에 대해서는 "기획처 예산팀에서 매 학년도 책정하는 시간 강의료 기준을 따른다"고 답했다.
강의 시간 외 임금 미지급, 연구 공간 미보장 등에 대해서도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배균 교수는 강의 전후 준비 기간을 포함해 방학에도 임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봤다. 연구자공제회에 소속돼 있는 국민대 박철현 교수(중국인문사회연구소)는 "대부분의 학교 당국에서 (연구 공간 보장에 대해)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강사는 사실상 소속이 없으므로 결국 집에서 연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ㄱ교수는 "(우리대학에) 강사 휴게실이 있기는 하지만, 공용 공간이다 보니 개인 연구나 업무를 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국가 모두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배균 교수는 근본적으로 비정규적 강사 제도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학부 출신 강사를 우대하는 등 학연 중심으로 운영하는 사립대의 태도를 비판하며 쉽게 문제제기를 할 수 없게 하는 가족주의적 경영을 지적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강사의 강의료를 사립대에 맡기는 것은 사실상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학술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강의료만큼은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국가의 지원과 책임을 강조했다.
◆연구자공제회: 연구 분야, 세대, 연령, 젠더, 지역 등의 차이를 넘어 연구자들의 안전망을 형성하고자 만들어진 공동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