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우리대학 곳곳에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주장이 실린 현수막이 게시됐다. 현수막을 검인한 총무처 총무팀은 “교내 교육 및 연구 환경을 저해하는 게시물은 허가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해당 기준을 따랐다면 현수막들이 승인되지 않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수막은 ‘차별금지법 진실 알리기 위원회’가 검인을 받은 6월17일 이후부터 정문 게시대와 학내 인도에 약 한 달간 게재한 것이다. 현수막은 ‘차별금지법, 소수 보호 아닌 다수 탄압의 길!’, ‘차별금지법, 포장은 평등. 내용은 독재!’라는 문구를 포함했다.
우리대학 권리단위들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교정에 걸린 것은 학내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변태소녀하늘을날다(변날)는 교육 및 연구 환경에는 학생들의 안전과 차별 없는 공동체 문화도 포함된다며 “소수자의 존재를 위협하는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은 학내 환경을 분명히 저해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소속 해인(활동명)씨도 “(이번 일은) 새로운 관점을 존중하는 교육 환경 조성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연대는 현수막이 총무팀의 구체적인 검인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총무팀에 따르면, 교내 교육 및 연구 환경을 저해하는 게시물에는 “불법 광고, 상업적 홍보물, 허위·과장 정보, 선정적이거나 혐오감을 주는 내용”이 포함된다.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몽(활동명) 공동집행위원장은 “현수막이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잘못된 내용을 담고 있어 허위 내지 과장 광고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여성학과 자치회(자치회)는 현수막 게시 사실을 인지한 뒤 ‘이화에바란다’를 통해 학교 당국에 현수막 철거를 요청하는 민원 행동을 진행했으나,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자치회는 현수막이 차별금지법을 왜곡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부추긴다고 봤다. 이어 “학내 소수자들에 대한 억압을 강화해 평등을 위한 연구를 저해하는 일이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학내 게시물 검인 기준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총무팀은 위에 언급된 기준에 따라 검인이 거절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해인씨는 기존 기준에 맞게 꼼꼼하게 검인 절차가 진행됐다면 현수막은 허가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몽 공동집행위원장도 광고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는 특징을 가지므로 어떤 광고를 게시할지 명확히 해야 하는데, “현재의 추상적인 기준만으로는 학교 측에서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크다”고 의견을 밝혔다.
학교 당국이 재발 방지를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변날은 “혐오적 맥락을 담거나 학내 공동체의 존엄을 훼손할 여지가 있는 게시물에는 학생이나 단체가 공식적으로 철거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판단 기준 강화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총무팀은 이러한 의견에 언제든지 환영이라며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진다면, 이는 유관 부서와 논의해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