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11일 ECC 이삼봉홀에서 열린 이대학보 창간 70주년 기념식에서 <이대학보>의 명예를 빛낸 기자들에게 자랑스러운 이대학보인상이 수여됐다. 이대학보 발행인 겸 편집인인 김은미 총장이 시상자로 나서 9명에게 상패를 건넸다. 수상자는 이대학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업적을 일궈낸 인물로 선정했다.
박화숙 전 스포츠서울편집국 부국장(이대학보 18기)
박화숙(신방·74년졸) 동문은 학부 졸업 후 스포츠서울 기자로 일하며 언론계에 종사했다. 은퇴 후에는 여성신문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대학보에서의 배움을 토대로 언론계에서 여성 언론인의 명예를 드높였다.
상을 준다는 말씀을 전화로 들었을 때 제가 졸업한 지가 오래돼서 뜬금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연락을 받고 나서 생각해보니 제 대학시절은 화양연화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신문을 제작하며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때의 끈기와 열정이 발판이 되어 제가 신문사를 겁 없이 쉽게 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졸업한 지 50년이 된 올해, 대학 때 있었던 이대학보에서 이렇게 귀한 상을 받게 됐다고 생각하니 유학과 그 이후의 모든 시간이 헛수고는 아니었구나 싶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이렇게 후배분들과 함께 이 자리에 올려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후배 분들의 말씀을 듣다 보니 오늘 이 이야기들이 지금 현역에 있는 이대학보 기자들을 포함해서 미래에 이대학보의 기자가 될 분들께 참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여기 계신 선후배 그리고 교수님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김은주 전 국립특수교육원장(이대학보 30기)
국립서울맹학교와 한국경진학교의 교장을 역임한 김은주(특교·85년졸) 동문은 학부 졸업 후 장애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40년간 헌신했다. 또한 교육부 산하 국립특수교육원 원장을 역임해 장애 학생들이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도록 특수 교육 정책 개발에 기여했다.
(수상자라는) 전화를 받고 “특수교육과 출신이 별로 없고, 법학이나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많은 가운데 왜 저에게 주시나요?”라고 놀라서 질문했습니다.
젊은 시절 이대학보에서 엄청난 강도의 일을 잘 견뎌내고 스트레스를 이겨낸 덕분에 제 분야에서 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배웠던 끈기로 새롭고 선한 일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종사하고 있는 특수교육 분야가) 언론 정신과는 다른 정신을 가지고 있지만 제가 특수교육 분야에서 끝까지 일을 마친 것 덕분에 이렇게 귀한 상을 주신 것 같습니다.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서 주셨다니 더 영광스러운 상인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숙진 DoESG대표(이대학보 32기)
이숙진(여성학전공박사과정·00년졸) 동문은 공공기관의 ESG 경영 현황을 파악하는 DoESG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여성가족부 차관을 역임하며 한국 사회 속 여성 인권의 향상에 이바지했다.
최병욱 전 주간교수님께서 “넌 어찌하여 신문방송학과를 계속하지 않고 여성학을 공부했니?”라고 야단을 치셨습니다. 하지만 여성학을 공부하게 되고 여성 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된 건 이대학보로부터 시작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대학보에서 공부한 여성 인권 문제를 현장과 이론으로 더 공부해보겠다는 생각에서 여성학 공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결국 이대학보가 제 인생의 한 방향을 결정지은 시작점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자리가 굉장히 뜻깊은데, 1954년에 이대학보가 창간됐고 지금이 2024년이잖아요. 제가 1964년생입니다. 오늘이 어떻게 보면 저의 환갑 잔치가 되는 거예요. 성대한 상을 받으면서 많은 분과 함께 이화의 옛날을 기억하고, 제가 지나왔던 길들을 여러 선후배와 은사님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이 좋은 상을 길이길이 간직하고 또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이대학보 37기)
한림대 미디어스쿨에서 언론학을 연구하는 김경희(신문방송학전공박사과정·00년졸) 동문은 국내 언론학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2020년 언론중재위원을 역임한 후 2021년~2022년 언론학회장을 역임하며 공정한 언론을 만들기 위해 힘썼다.
누군가 제 인생에 있어서 황금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대학 시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대학 시절의 대부분을 이대학보에서 보냈습니다. 이대학보에서 인생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을 배웠습니다. 좋은 선후배들과 동기들을 만나 팀워크를 다지면서 동료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고요. 그리고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런 것들을 그때 다 깨달았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그동안 이렇게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대학보가 70주년을 맞이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인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가문의 영광입니다. 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 앞으로도 이화의 정신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모이신 선후배님들이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나리 카카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대학보 43기)
이나리(철학·92년졸) 동문은 2024년 2월부터 카카오의 대외적인 브랜딩을 책임지는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2018년에는 여성들의 경력 개발을 위한 플랫폼인 ‘헤이조이스’를 창업해 여성들의 공적 영역에서의 성장에 기여했다.
처음에 이대학보 관련 상을 주신다고 하시길래 제가 20년동안 일을 나름 열심히 했고 그걸 높이 사서 주시는 거라고 생각을 했더니, 아니더라구요. ‘헤이조이스’라는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플랫폼을 창업한 게 제가 이렇게 귀한 상을 받는 이유라는 것을 알고 이대학보는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커리어를 시작하는 시기를 앞당긴 곳이 바로 이대학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대학보에서 워낙 많은 경험과 훈련을 했더니 굉장히 빠르게 사회에서 제 몫을 하는 사람으로 설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또 제가 단순히 일하는 사람, 혹은 여성이 아니라 일하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만들어 준 곳이 바로 이 학교이기도 합니다.
학보사 편집국장을 한 것이 이후에 리더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고, 그 당시 나름대로 느끼던 만족과 자부심이 일을 하면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됐습니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이사(이대학보 45기)
안은주(국문·93년졸) 동문은 2008년까지 시사IN 경제‧과학 기자로 재직했다. 이후 ‘제주올레’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하여 한국에 올레길 걷기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친자연적 삶을 일궈내는 데 이바지했다.
이대학보 70주년 기념 자랑스러운 이대학보인상을 수상하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이 상은 저 뿐만 아니라 제주올레 모든 식구와 제주올레의 모든 활동을 함께해주신 분들께 주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대학보는 제가 사회생활을 처음 배운 곳이자 지금의 저를 싹 틔운 텃밭이었습니다. 기자일 때도, 제주올레 일을 하면서도 이대학보 시절의 경험과 인연은 큰 자양분이었습니다. 이대학보 42기 이수진 선배가 제주올레 초창기 합류해 제주올레 디자인과 브랜드 수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50기 박은정 후배가 제주올레서울센터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을 비롯해 수많은 이대학보 선후배들이 자원봉사자 또는 후원자가 돼 제주올레를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이대학보에서 배운 가치를 바탕으로, 제주올레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대학보 7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이대학보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하길 바랍니다.
이오금 타라기후재단 한국프로그램 국장(이대학보 51기)
이오금(국문·96년졸) 동문은 영국 대사관에서 선임기후변화담당관을 지냈다. 현재는 아시아의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기후 재단인 타라기후재단에서 전세계 탄소 중립에 힘쓰고 있다.
그저 제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이렇게 과분한 상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를 추천해주신 손영주 선생님과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제가 이대학보에서 일할 당시 저희를 많이 지원해 주셨던 최선열, 최민숙 주간 교수님께도 늦었지만,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전 이대학보 생활을 하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환경 문제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지금 기후 관련 일을 하고 있기에 이대학보가 제 커리어의 씨앗이 됐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 이대학보 생활을 하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환경 문제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지금 기후 관련 일을 하고 있기에 이대학보가 제 커리어의 씨앗이 됐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기후 관련 행동을 15년 정도 하다보니 “기후가 정말 심각한 문제인데, 제가 뭘 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각자의 자리에서 정책 변화에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해주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 실천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책의 변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그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지혜 오요리 아시아 대표(이대학보 52기)
이지혜(교육·98년졸) 동문은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오요리 아시아’를 창립했다. 외식업 사업을 통해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제가 여성 대표로 사업을 한 지도 17년째가 돼서 우리나라 1세대 여성 기업가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너무 힘이 들어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2~3년 전부터 큰 상을 여기저기서 받고 있어요. 사실 그동안 업계에서 상을 받는 건 100% 남성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제가 상을 받으려고 얼마나 노력을 해 왔을까요? 그래서 이렇게 멋진 언니, 동생들 사이에서 상을 받을 수 있는 게 너무 영광스럽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는 나쁜 욕을 하더라도 언제나 마음속으로는 버텨야 하는 이유를 떠올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선배들이 이대학보에서 매번 빨간 사인펜으로 원고에다가 써주던 ‘왜 이렇게 생각해?’라는 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란 질문을 선배들이 2년 동안 끊임없이 해줬습니다. 요새 매일 달리기를 하면서 호흡이 중요하다고 느끼는데, 일에서도 저만의 호흡을 잘 찾아서 70살까지는 해보겠습니다.
박혜진 민음사 문학편집자(이대학보 76기)
박혜진(국문·10년졸) 동문은 국내 최대 규모의 출판사 중 한 곳인 민음사에서 문학 편집자로 일하며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세상의 빛을 보게 만들었다.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된 이후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며 한국 문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이다.
사실 전 76기 수습기자 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합격자 중 한 분이 교육을 받던 시기에 잠적을 하셔서 제가 추가로 합격을 해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분은 절 전혀 모르시겠지만 그 분은 제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소중한 인연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전 인생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을 보면 너그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수습기자에 떨어졌던 당시 인생 첫 남자친구와 만나고 있었는데 남자친구에게 떨어졌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결별을 말했거든요. 탈락 소식을 말하는 것보다 결별을 말하는 게 더 쉬웠어요. 돌이켜보면 그때 전 자존심이 굉장히 강한 데 비해서 자존감이 많이 낮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소속되고 싶었던 집단에 취직해 활동할 수 있었던 2년간의 이대학보 경험이 좋은 책을 내고 글을 쓰는 데에 발판이 된 것 같습니다. 이대학보는 저에게 성장의 고향 같은 곳인데, 여기서 훌륭하신 선배님들을 다시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