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교육기본법 제 25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립학교를 지원·육성해야 하고 사립학교의 다양하고 특성있는 설립목적이 존중되도록 해야 한다”며 사립학교 종교 교육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인 선교사가 설립한 연세대의 경우 채플을 4학기 이상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본교보다 필수 수강 학기 수는 적지만 의과대학, 치과대학, 간호대학 재학생은 채플을 이수하지 않으면 국가 장학금 2유형 수혜에 불이익이 있다. 연세대 간호대 사무팀 관계자는 “직전 학기에 채플을 수강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장학금이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 ㄱ(간호학·18)씨는 “채플을 듣지 않으면 국가 장학금 1유형만 받을 수 있다”며 “장학금이 필요한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채플을 더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가 설립한 서울여대는 현재 ‘경건회'라고 불리는 채플을 운영 중이다.  경건회는 6학기 의무 수강이 원칙이며 학부 학생들은 기독교 관련 교양인 <기독교개론>을 필수 수강해야 한다. 서울여대에 재학 중인 박세은(불문·20)씨에 따르면 서울여대의 채플은 오프닝과 클로징 예배, 나머지는 무용이나 찬송가 공연, 졸업 선배 인터뷰 등으로 구성된다. 박씨는 “일부 타대학은 0.5~1학점이라도 부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6학기 필수 수강임에도 부여되는 학점이 없다는 점에서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1998년 의무 채플로 위헌 논란이 있었던 숭실대는 여전히 채플 6학기 의무 이수가 졸업 요건이다. 또 학부 학생들은 <현대인과성서>라는 기독교 관련 교과목을 필수로 수강해야 한다. 숭실대 교목실 관계자는 “채플을 6학기 동안 필수 수강해야 하는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 2019년부터 채플 과목에 학기당 0.5학점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내세우는 성공회대의 채플은 여느 기독교 대학과는 다르다. 예배 형식이 아닌  일반적인 수업으로 그 종류도 십여 개에 달한다. 이 중 두 과목을 수강하면 졸업요건이 충족된다. 노철래 성공회대 교목실장은 성공회를 “열림 ∙ 나눔 ∙ 섬김의 세상을 만드는 교회”라고 정의한다. 이런 종교관은 타종교의 교리를 수업 과목에 포함하는 채플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채플 과목 중 하나인 <함께하는이웃종교>는 불교 핵심사상의 이해를 통해 불교가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며 삶을 성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채플로 <마음나누기>를 수강한 성공회대 재학생 서가희(사회·20)씨는 “이 수업을 통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저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고 하며 “성공회 교구가 세운 대학임에도 학교를 다니며 종교적 영향력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씨는 성공회대 채플에 대해 “재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천주교 계열 학교의 운영 방식은 조금 다르다. 예수회가 설립한 서강대는 개교 이래 채플을 의무화한 적이 없다. ‘인간과신앙’이라는 교양영역 중 한 과목을 필수로 수강해야 하지만, 그 중 <철학적인간학>을 수강하면 종교 교육을 받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다. 채플을 강제하지 않는 것은 개신교와 천주교의 종교 의례 차이에서 비롯된다. 서강대 교목 김민회 교수는  “미사는 세례를 받은 사람에 한해 성체를 모시기 때문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신교의 예배와 다르게 비신자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를 강제하는 것이 오히려 무교인 학생들을 천주교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서강대 조아연(심리·20)씨는 “다른 학교와 달리 학생들에게 채플을 강요하지 않아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준다”며 긍정적으로 평했다. 그는 “학교에서 종교를 강요하지 않아 종립대학임에도 종교의 영향을 느낀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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