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임상실험 과목 모두 같은 질문…점수로 답하는 평가 방식 모호하다는 지적도

강의평가가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강의평가 설문지에 쓰여 있는 강의평가의 목적은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준 높은 강의와 학습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과연 우리학교 강의평가는 제 역할을 다하고 있나.

△강의특성 반영 못한 강의평가 문항…추상적 질문 자체도 문제

현재 강의평가 설문지는 영어강의·실험실습·의과대학 임상실습·이론 교과목으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문항 수도 다르다. 각 교과목의 특성별로 설문지를 분류한 것이다. 하지만 문항의 내용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권명종(법학·07)씨는 “강의평가 항목이 강의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영어 강의 평가 항목이 한국어 강의 평가 항목과  거의 동일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교과목별 강의평가 문항을 살펴본 결과, 이론 교과목 평가 문항에 ‘교수는 학생의 강의 이해도에 관심을 가졌다’로 표현된 것이 실험실습 교과목 평가 문항에 ‘교수의 피드백은 적절하였다’등으로 바뀐 정도였다.

평가 문항 수가 가장 적은 임상 교과목의 경우, 강의평가 문항에 정작 ‘임상실습’에 관한 내용은 없다. 영어 강의 교과목도 마찬가지다.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였다’ ‘교수는 학생들이 영어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였다’ 등의 몇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문항은 다른 교과목 설문 문항과 같다.

문항 자체가 추상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경은(무용·05)씨는 “문항이 좀 더 구체적이었으면 좋겠다”며 “교수가 어떻게 수업 준비를 했고, 진행했는지 상세하게 답할 수 있도록 질문을 세분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강의평가는 ‘교수가 수업에 열의를 보였다’ ‘강의는 전반적으로 좋았다’ 식의 모호한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에서 ‘매우 그렇다’까지의 5단계로 답하도록 되어 있다.

강의평가의 항목에 포함된 본인평가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도 있다. 지효원(수학·04)씨는 “본인의 학습 태도를 평가하라는 문항이 있는데, 강의평가에 왜 그런 내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이 강의에 성실하게 임했는지를 묻는 것보다, 왜 성실하게 참여하지 못했는지, 성실하게 참여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는 강의 출석을 잘 하였다’·‘수업준비를 철저히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등 학생의 학습태도를 평가하는 문항은 임상실습 교과목을 제외한 모든 교과목 강의 평가에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다.

서울대는 강의 평가 설문지를 교양과목 10가지·전공과목 6가지의 총 16가지로 분류한다. 각 과목별 특성에 맞게 질문지를 세분한 것이다. 전공과목의 경우, 세미나·실험실습·예체능 실기·이론·이론실기·이론 실험으로 나뉜다.

고려대는 10개 항목을 ‘공통문항’으로 지정하고, 교과목의 특성에 따른 선택문항을 따로 두고 있다. 문항 자체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영어강의의 경우, ‘수업은 약 몇 퍼센트가 영어로 운영되었는가?’에 대한 답으로 ‘60%미만’이나 ‘약 100%’ 같은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다. 학생들이 서술형으로 써야하는 개방형 질문도 4가지로 나눠져 있다. 교육내용과 방법·교육환경·조교가 개선해야 할 사항 등을 기술하도록 한다.

△강의평가 결과, 강의에 얼마나 반영되나?

우리학교의 경우, 강의평가 결과는 매 학기 각 대학에 통지되고, 해당 교과목을 담당한 교수에게도 개별적으로 제공된다. 학생들에게는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교무처 정예선(강의평가 담당)씨는 “강의평가는 매 학기 강의 개설·교과내용 구성 및 강사 선임의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시간강사는 다시 강의를 담당할 수 없고, 전임교원일 경우 공문을 보내 강의를 위한 노력이 향후 강의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의평가가 좋은 교원은 포상받기도 한다. 우수교원포상위원회는 최근 4학기동안 학부 강의를 담당하고, 매 학기 강의평가 결과가 상위권인 교원 가운데 강좌 수·수강인원 등을 고려하여 ‘강의우수교원’을 선정한다. 교원 업적평가에도 강의평가 결과가 반영된다.

하지만 강의평가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학생들이 많다. 김윤정(경제·07)씨는 “강의평가를 할 때마다 기타 의견란에 글을 올렸지만 문제가 개선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강의평가가 형식적으로 끝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ㄱ(사회생활·05)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강의가 좋지 않기로 유명한 강사가 매 학기 수업을 맡는다”며 “학교에서 강의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의평가를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학생도 있다. ㄴ(사회생활·05)씨는 “주위 선배나 친구의 말만 듣고 강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강의평가 결과가 공개되면 학생들이 수업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순(방송영상학 전공)교수는 “강의평가 결과를 보고 수업에서 놓친 부분을 파악하기도 한다”며 “강의평가 결과가 수업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개인적인 감정을 강의평가에 반영하는 일부 학생이 있다”며 “강의평가 결과를 수량화해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연과학대 이혜숙 학장도 “과제가 많고, 내용이 어려운 과목은 같은 교수의 수업이라고 해도 학생별로 평가 결과가 극명하게 다르다”며 “강의 수준과는 별개로 과제가 많아서 강의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강의평가의 목적은 강의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조정하고 수업의 기대치를 높이기 위함”이라며 “교수 스스로 개선의 여지를 발견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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